승부차기는 너무도 잔인하다. 특히 월드컵과 같은 큰 대회에서 승부차기 때문에 고배를 마실 때는 충격이 더욱 크다.
근대 축구의 기초를 마련한 '축구 종가' 잉글랜드는 승부차기의 발상지다. 최초의 승부차기도 지난 1970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헐 시티 간의 경기에서 펼쳐졌다. 하지만 잉글랜드는 국제무대에서 승부차기에 약했다. 2일(한국시간) 포르투갈과의 2006 독일 월드컵 8강전에서도 승부차기에서 패했다. 1990년대 이후 이저 축구대회에서 잉글랜드가 다섯 번째 승부차기에서 눈물을 흘리는 순간이었다.
잉글랜드의 상대는 포르투갈. 포르투갈은 지난 2004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04) 8강전에서 잉글랜드를 승부차기 끝에 제압했던 팀이다. 당시 포르투갈의 영웅은 골키퍼였던 히카르두 파레이라. 그는 잉글랜드의 여섯 번째 키커 다리우스 바셀의 킥을 맨 손으로 막아냈고, 그 뒤 직접 키커로 나서 승부를 결정짓는 슛을 성공시켰다.
2년이 지난 뒤 히카르두 골키퍼는 또 다시 포르투갈의 영웅이 됐다. 히카르두 골키퍼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주름잡던, 내로라 하는 키커 프랭크 램퍼드, 스티븐 제라드, 제이미 캐러거의 슛을 모두 막아내며 3-1의 승리를 견인했다.
히카르두 골키퍼는 스콜라리 감독이 부임한 뒤 포르투갈 대표팀 골키퍼로 낙점을 받은 선수. 당시 포르투갈 팬들과 언론들은 일제히 대표팀의 터주대감 골키퍼이던 빅토르 바이아를 제외한 스콜라리 감독을 비난했다. 하지만 히카르두가 유로 2004에서 맹활약을 하자 스콜라리 감독의 결정에 손을 들어줬다.
이날 잉글랜드는 후반전에 스트라이커 웨인 루니가 퇴장당해 어려움을 겪었지만 탄탄한 수비력으로 승부를 연장전으로 이어갔다. 잉글랜드는 수적 열세를 극복하고 연장전에서 좋은 기회를 여러 차례 맞았지만 골을 성공시키지는 못했다.
운명의 승부차기에서 잉글랜드는 히카르두 골키퍼의 날렵한 몸놀림에 놀아났다. 히카르두 골키퍼는 잉글랜드 네 명의 키커가 찬 공의 방향을 모두 정확하게 읽어냈고, 그 중 세 개를 막아냈다.
잉글랜드는 지난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준결승에서 독일에 승부차기에서 패했다. 잉글랜드는 이 경기에서 경기 종료를 얼마 남겨두지 않고 주축 선수 폴 개스코인이 불필요한 파울로 옐로 카드를 받았다. 개스코인은 경고 누적으로 설사 잉글랜드가 독일을 제압한다 해도 결승전에 출전할 수 없게 된 셈이다. 개스코인은 이 순간 눈물을 보였고, 영국 언론은 이를 '가자(개스코인의 애칭)의 눈물'로 묘사했다. 이 상황이 펼쳐진 뒤부터 사실상 잉글랜드는 독일에 심리적으로 뒤쳐지게 됐고, 결국 승부차기에서도 눈물을 흘렸다.
잉글랜드는 자국에서 펼쳐진 1996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 4강전에서도 승부차기에서 독일에 패했으며 1998년 프랑스 월드컵 16강전에서도 잉글랜드는 숙적 아르헨티나에게 졌다.
잉글랜드는 국제무대에서 번번이 발목을 잡았던 '승부차기 징크스'를 끝내 이겨내지 못한 채 독일 월드컵에서도 쓸쓸한 퇴장을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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