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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치의 발견! 'Hope Vir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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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생활정치의 발견! 'Hope Virus'

6.13 지방선거에 관한 다큐멘터리

'Hope Virus'는 인터넷에 떠도는 신종바이러스의 이름이 아니라 오는 10일부터 12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구 선재아트센터)에서 한국독립영화협회가 주최하는 '제39회 독립영화 정기상영회'에서 상영되는 영화의 제목이다.

이 작품은 작년 6.13 지방선거에서 언론의 화제가 됐던 후보 중 하나인 록그룹 '황신혜밴드'의 기타리스트 출신 조윤석씨가 마포구 구의원후보로 출마하면서 겪는 여러 사건들을 담고 있는 다큐멘터리다.

'Hope Virus'는 선거기간 전부터 주인공인 조윤석씨를 따라다니며 록가수 출신의 청년이 왜 현실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됐는지 그의 내면을 탐구하기도 하고 혼자서 자전거를 타고 서교동을 누비고 다니며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을 통해 깨끗하고 투명한 선거가 얼마나 어려운 '이상'인지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두사람 사진>

정치 다큐멘터리가 취하기 쉬운 엄숙주의를 배격하고 조씨가 선거기간 중에 합동연설회에 지각을 하는 모습이나 나이든 유권자에게 복장과 머리모양 때문에 꾸중을 듣는 익살스런 장면도 등장한다.

또한 대선이나 국회의원처럼 대단한 선거가 아닌 동네에서 일어나는 작은 규모의 선거전을 통해서 '생활정치' 혹은 '동네정치' 형태의 풀뿌리 민주주의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하기도 한다.

이 영화를 연출하고 6mm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직접촬영까지 한 이정민 감독과 작품의 주인공인 조윤석씨를 조씨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황신혜밴드'의 기타리스트가 구의원 후보로**

프레시안 : 이정민 감독은 어떻게 이 작품을 만들게 됐나?
이정민 감독 : 누구나 그렇겠지만 '황신혜밴드'에서 기타를 치던 사람이 지방선거에 입후보한 것이 황당하기도 하고 신기했다. '예술'하던 사람이 왜 정치에 뛰어들었을까하는 호기심에서 시작했고 촬영을 하면서 선거에서 과연 이길 수 있을지가 궁금해져 끝까지 찍게 됐다.

프레시안 : 조윤석씨와 이전에도 개인적 친분이 있었나?
이정민 감독 : 음반은 가지고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전혀 몰랐다. 여자친구가 아는 문화계 쪽 사람을 통해 소개를 받았다. 여자친구는 지금 내 와이프가 됐고(웃음) 영화도 완성했다.

프레시안 : 조윤석씨가 지방선거에 나섰던 이유가 궁금하다
조윤석 : 영화에도 나오지만 내가 살고 있는 서교동일대는 흔히 '홍대앞'으로 불리는 젊은 예술가나 예술가 지망생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한국에 젊은이들이 모여 문화를 만든 곳이 이곳 포함해서 딱 둘인데 다른 하나는 서울대 주변의 신림동 고시촌이고 나머지 하나가 바로 이곳 '홍대앞'이다. 나는 이 속에서 그냥 재미있게 살던 중에 예술을 하는 후배들의 주례를 몇 번 서게 됐다. 이 친구들에게는 내가 어떤 좋은 모델이었고 그들의 맏형 같은 존재였던 것이다. 그래서 이들을 위해 이제는 내가 뭔가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다.

***조윤석씨 "구청 문화정책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싶었다'**

프레시안 : 도움을 주는 것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 어떻게 정치를 하겠다고 생각했나?
조윤석 : 내가 돈을 벌어서 재정적으로 지원한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이야기고... . 실질적으로 홍대앞에서 지금 필요한 것을 생각했다. 시골에서 기타매고 상경한 청년들이 모여 대한민국 최초로 자생적인 문화를 직접 생산하고 만든 곳이 여기인데, 이를 보호하고 육성하겠다고 정부나 구청이 나서서 하는 일을 보면 늘 경직되고 이상한 결정을 내리기 일쑤였다. 진짜로 아이디어를 낸 사람이나 문화를 사랑하는 이들이 아니라 돈을 보고 기획을 하는 업자들에게 놀아나곤 했다. 구청 문화정책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싶었다. 구의원이 되면 최소한 구청의 문화담당자를 앉혀놓고 그런 문제를 해결할 줄 알았다. 그런데... .

프레시안 : 무슨 문제가 있었나?
조윤석 : 선거에 입후보 하고 선거기간 중에야 구의원이 구예산의 회계감사를 하지 직접 나서서 무슨 일을 입안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웃음) 나부터도 정치나 지방정부 의사결정 구조를 너무 몰랐던 것이다. 지난 여름이후에 오히려 많이 배웠다. 한 예로 내가 직접 후보가 돼서 정치에 참여를 한 후 대선을 지켜보니 권영길 후보가 누구고 어떤 사람인지도 관심을 가지게 됐다.

프레시안 : 두 사람이 현실정치에서 직접 느낀 유권자들의 실체는 어땠나?
조윤석 : 돌아다니며 느끼기엔 내가 하는 이야기를 친절하게 참 잘 들어준다는 것이다. 응원도 해주시고... . 문제는 투표소에 찍으러 오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월드컵 열기도 있고 해서 그런 면이 더 강했던 것 같기도 하다.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있어서 나는 좋았다.

이정민 감독 : 같이 다니다 보면 유권자들의 반응이 긍정적이라 거기에 고무돼서 정말 될 것 같다는 기분이 든다.

***"제비를 잘 뽑았으면 당선인데"**

프레시안 : 지방선거 분위기에 대해 후보입장에서 직접 느낀 것이 있다면?
조윤석 : 지난 지방선거는 한마디로 '민주당을 심판하자' 였다. 기호 1번 1번 1번 가 가 가 잔치였다. 사람들이 한나라당이 1번이고 민주당이 2번인 것은 알기 때문에 구의원도 '나'번을 안 찍고 대부분 '가' 번만 찍었다. 재미있는 것은 내가 입후보 했던 구의원 선거는 제비뽑기로 기호를 정하는 데 유권자들은 가번이 무조건 한나라당인 줄 알았다는 것이다. 가번 뽑아서 당선된 민주당 쪽 구의원도 상당수 있을 것이다. 나 보고도 주변에서 '제비를 잘 뽑았으면 당선인데' 하는 소리들을 했다.

프레시안 : 직접 선거에 뛰어들고 정계(?)에 들어가 본 경험은 어떤 것인가?
조윤석 : 젊은이들이 정치에 더 뛰어들어야 한다! 선거 끝나고 '이 좋고 중요한 것을 왜 조·중·동이 혐오스런 물건으로 보이게 했는지'를 생각해 봤다. 다른 기득권세력과 매체들도 마찬가지다. 자기끼리 뭉쳐서 동네에서 국가의 일까지 '그들만의 리그'를 펼치면서 계속 해먹은 것이다. 거기에 이상한 젊은 놈이 후보라고 튀어나오니 다들 우왕좌왕 했다.

프레시안 : 이 감독도 찍으면서 그런 것을 느꼈나?
이정민 : 그렇다 완전히 '그들만의 리그'다. 선거에 관계된 사람들이 대부분 조 후보에게 '나중에 하지(해먹지) 왜 벌써 여기에 들어왔어'하는 분위기였다.

<이정민 감독 사진>

***"정치에 마구 참여해서 어른들 밥상에 숟갈을 올려놔야"**

프레시안 : 그럼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앞으로의 해결 방안은?
조윤석 : 젊은이들이 정치에 마구 참여해서 정치하는 어른들 밥상에 숟갈을 올려놔야한다. 나는 노무현과 인터넷의 정치열풍을 그런 쪽에서 보고 싶다. 앞으로 젊은이들과 아저씨들 세력이 여기저기서 싸우는 것이 참 볼만 할 것 같다. 또한 동네정치, 생활정치를 발견해야 한다. 우리는 지방, 변두리나 자기 동네에는 신경을 안 쓰고 관심이 없다. 모조리 중앙을 중심에 놓고 산다. 지방선거에 나오면 모자라고 국회의원은 대단한가? 언제부턴가 동네는 출퇴근을 위한 서비스공간이 됐다. 다행이 아무것도 아닌 내가 뛰어다니는 것을 보고 우리 동네에서는 여러 사람이 선거에 대한 '두려움'을 벗어난 것 같다. 주변에서 다음번 구의원 선거에서 스스로 입후보해 주변과 동네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많이 일고 있다.

프레시안 : 선거 후에 괴롭지는 않았나?
조윤석 : 전혀! 오히려 즐거웠다. 요즘은 더 그렇다 내 닉네임 중 하나인 '조까치'의 이미지대로 되지 않았나? 새로운 시대의 대세를 미리 전달했다고 할까? (웃음) 당선은 어렵다던 노무현이 결국 당선이 됐다. 나는 세상이 변하리라는 것을 맨 먼저 세상에 알린 '까치'의 역할은 또 한번 한 셈이다. (웃음)

프레시안 : 구의원 출마할 때도 신문에 났고 이전에 밴드시절에도 한국 언론 중 세 곳만 빼고 다 취재를 왔다고 들었다.
조윤석 : 정치적이거나 언론플레이를 한 것이 아니라 내가 하도 황당하니까 기자들이 온 것 같다. '황신혜밴드'시절 취재하지 않은 곳이 딱 세군데 있다. '이건 음악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보인 조선일보, 우리 노래를 금지곡으로 판정한 KBS, 고급을 지향하는 '보그'잡지다. 어떤 신문은 선거가 다 끝난 후에도 취재하러 오더라.

***카메라가 대상과 동일시되는 점이 문제**

프레시안 : 이 감독이 영화를 만들며 힘들었던 점은?
이정민 감독: 선거를 다루는 내용이라 촬영을 할수록 카메라가 대상과 동일시되는 점이 문제였다. 자꾸 조윤석씨 입장에 서게 되는 것에서 균형을 잡기가 힘들었다.

프레시안 : 편집 작업도 상당히 어려웠을 것 같다.
이정민 : 바로 곁에서 지켜보며 선거기간 내내 같이 있으면서 촬영을 했기 때문에 분량이 엄청났다. 편집을 하고 보니 이리저리 잘라도 90분이 넘어 이를 다시 50분 이내로 만드느라 고민을 많이 했다. 처음에는 자막도 많이 있었지만 관객의 판단을 위해 많이 들어냈다.

프레시안 : 이 감독이 옆에서 본 선거는 무엇이었나?
이정민 감독 : 조윤석씨는 초반에는 진짜로 거의 혼자 뛰었다. 하지만 다른 후보들을 보면 동네의 여러 모임이 다양한 선거조직으로 변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런 조직이 선거분위기를 이끄는 점이 우리선거 문화의 특색인 것 같다.

프레시안 : 선거로 빚을 지거나 재정적인 어려움은 없었나?
조윤석: 없었다. 유권자 유효득표수 15%를 넘으면 입후보 비용 2백만원을 돌려준다. (웃음)그리고 선거비용도 한 4백만원 한도에서 영수증처리가 된다. 구의원은 선거공영제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것 같다. 차량을 동원한 후보도 있긴 했는데 나는 사실 4백만원도 안 썼다. 일본에서는 '선거운동을 안 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이를 실천해서 당선된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정치적인 힘을 통해 뭔가 할 수 있다는 것을 생활에서 깨달아"**

프레시안 : 선거 후에 바뀐 것은?
조윤석 : 역시 정치나 선거가 좋은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정치적인 힘을 통해 뭔가 할 수 있다는 것을 생활에서 깨달았다. 젊은이들과 의식이 있는 사람들이 동네에서부터 자꾸 정치적 영향력과 활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청에 문화와 관련된 민원으로 찾아가도 기다리게 하더니 이제는 '입후보자 출신'이라 기다리게 하지는 않는다. 좀 웃기는 일인데 동네에서 U턴하다가 잡혀도 경찰이 '이러시면 되겠습니까'하고 봐 준다. 물론 나는 약간 특별한 점도 있는 것이 동사무소에 선거 후에 항의전화가 많이 왔다고 한다. '그렇게 많이 찍었는데 조윤석이 왜 떨어졌냐'는 것이었다고 한다. 직접 말하기는 쑥스럽지만 홍대 앞 젊은이들 표는 대부분 내게 몰린 것이 여러모로 힘이 되고 있다.

프레시안 : 사람들이 조윤석 같은 사람은 어떻게 사는지도 궁금해 한다.
조윤석 : 원래는 건축과 관련된 일을 했고 그 다음에는 영화를 준비하다가 지연이 되면서 인디그룹 '황신혜밴드'를 했다. '로그인서울'이라는 영문 잡지도 만들었고 여기저기서 기획일도 하고 선재아트센터에서 일을 하기도 했다. 지금은 문화잡지 'mdm'을 만들고 있는데 돈이 없어서 작년 11월호 이후 쉬고 있다. 미국의 '조지'(GORGE)같은 스타일로 정치잡지를 해 봐도 재미있을 것 같은데... .

<조윤석 사진>

프레시안 : '호프 바이러스'라는 제목은 무슨 뜻 인가?
이정민 감독: 조윤석씨의 인터넷 ID가 '호프바이러스'다. 희망을 전염시킨다는 뜻이라는 데 메일을 보내면 바이러스인줄 알고 지우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조윤석이라는 인물을 가장 잘 나타내는 이미지라 제목으로 정했다.

***"세상이 바뀌는데 아저씨들만 모르고 있다"**

프레시안 : 다음에 또 입후보할 예정인가?
조윤석 : 홍대앞 문화를 이해하고 발전시킬 다른 후보가 나오면 굳이 내가 또 나올 필요가 없다고 본다. 만약 이상한 사람들이 나오면 또 나와야 할 것 같다.

프레시안 : 이 감독이 생각하는 작품의 핵심은?
이정민 감독 : 관객들이 부담 없이 많이 와서 봐 주기 바란다. 굳이 말하자면 영화마지막에 조윤석씨가 '물속에 쥐를 빠뜨리는 실험'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을 주목해 줬으면 한다. 세상이 더 좋은 곳으로 변할 수 있다는 조윤석씨의 낙천적인 믿음이 어디서부터 기인하는 것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프레시안 : 긴 시간 인터뷰에 고맙다.

인터뷰를 끝낸 후 조윤석씨는 "세상이 바뀌는데 아저씨들만 모르고 있다"며 "젊은이들과 아저씨들의 세상이 크게 충돌하는 시기가 곧 올 것"이라고 말했다.

'호프 바이러스'는 오는 10일 3시와 12일 1시에 안국동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상영된다 (문의전화 02-334-3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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