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가 '현실적 대안'인 핌 베어벡을 선택했다.
대한축구협회는 26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 5층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딕 아드보카트 감독 후임에 베어벡 코치를 임명했다고 발표했다. 베어벡 신임 감독은 성인 대표팀뿐 아니라 올림픽 팀의 감독도 사실상 겸하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영무 기술위원장은 "베어벡 감독과의 계약기간은 2년이다. 2년 뒤 좋은 성적과 경기 내용으로 국민들에게 신뢰를 준다면 2010년 월드컵까지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술위원장은 "선수를 파악하는 데 있어 아무리 유능하고 훌륭한 지도자가 온다고 해도 시간이 걸리고 시행착오도 있을 것이기 때문에 (한국 축구를 잘 알고 있는) 베어벡 감독을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베어벡 감독 선임 배경을 밝혔다.
히딩크호에 이어 아드보카트호에서도 대표팀 코치를 맡았던 대표적인 '지한파(知韓派)' 지도자인 베어벡의 선임은 2002년 월드컵 뒤 발생했던 지도자 공백을 줄이기 위한 축구협회의 현실적인 선택으로 분석된다. 빨리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체제로 전환해야 한국 축구의 미래가 있다는 여론의 지적도 베어벡 감독의 선임을 부추겼다.
하지만 베어벡 감독은 사실상 2007년 아시안컵 성적에 따라 재계약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장기적 차원의 감독 선임은 아닌 셈이다. 베어벡 감독은 한국 대표팀 코치 시절 수비 전술 강화라는 측면에서 많은 공을 세운 게 사실이지만 감독으로서는 뚜렷한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베어벡 감독이 지난 해 본프레레 감독의 후임으로 거론될 때도 감독으로서의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강했다.
2002년 월드컵이 끝난 뒤, 한국 축구는 방향타를 찾지 못한 채 제자리 걸음을 했다. 감독의 지도력 부재나 선수들의 동기 부여가 안 됐다는 점도 있었지만 축구협회의 지원에도 문제가 있었다. 다시 말해 월드컵과 같은 대사를 앞둔 시점의 '비상체제'와 그렇지 않을 때의 '한시체제'를 분리해서 생각했다. 결국 이 같은 판단착오에 의해 한국은 월드컵을 9달 남기고 아드보카트 감독을 선임해야 했다.
축구협회는 베어벡 감독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해줘야 한다. 그같은 지원이 없는 상황에서 베어벡 체제가 2002년 월드컵 뒤 지휘봉을 잡았던 코엘류나 본프레레와 같은 전철을 밟게 될 경우에는 축구협회가 팬들의 거센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축구협회가 장기적 비전을 갖고 감독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임시방편으로 감독을 골랐다는 비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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