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은 감사대상 선정과 관련해 "각종 민원과 비리 제보를 참고해 선정했다"고 밝혔지만, 전체 사립학교 수가 1998개임을 감안하면 사립학교 전체를 조사할 경우 얼마나 더 많은 비리가 드러날지 가늠할 수 있다.
감사원은 22일 정오 '사학지원 등 교육재정 운용실태'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하며 "감사대상 학교 124곳 가운데 30여 곳은 지적사항이 거의 없을 정도로 학교 운영이 모범적이었지만, 나머지 학교에서는 교비 횡령, 공사 관련 리베이트 수수, 재산 임의처분, 교직원 채용 비리, 편입학 관련 금품수수 등 250여 건의 문제점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특히 22개 학교(대학 7개, 중·고 15개)의 관계자 48명에 대해서는 배임, 횡령, 직권남용 등 형법상 범죄 혐의가 있다고 판단하고 이날 검찰에 우선적으로 수사를 요청하기로 했다. 나머지 사립학교법 및 행정법 등을 위반한 혐의에 대해서는 교육당국을 통해 고발하게 하거나 징계를 내리도록 할 방침이다.
감사결과에 따르면 일부 재단 이사장들은 학교를 사유물로 인식해 이를 사적으로 이용했고, 감사원에 적발된 비리의 목록에는 횡령, 비자금 조성은 물론 편입학 비리 등도 포함돼 있다.
비자금 조성해 아버지 이사장, 아들 기획실장 나눠먹기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A대에서는 1999년 이후 기숙사비 집행잔액을 예·결산에 잡히지 않는 부외계좌로 관리하면서 비자금 45억 원을 조성한 뒤 이사장과 학장 및 기획조정실장 개인 계좌로 빼돌리거나 이사장 개인 명의로 땅을 사는 등 10억 원을 사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학장은 이사장의 부인이고, 기획조정실장은 이사장의 아들이다.
B대에서는 캠퍼스 신축 공사를 하면서 H건설에 366억 원을 지급했는데, H건설은 B대 설립자의 매제가 운영하는 회사였다. 공사비 중 하지도 않은 부지조성, 터파기 공사비 65억 원이 과다계상 방식으로 어디론가 흘러들어갔다. 학교 공사와 관련해 건설업체로부터 이사장이나 행정실장 등이 수억 원의 리베이트를 수수한 사례도 다수였다.
C고교에서는 무려 236회에 걸쳐 상습적으로 장부를 조작해 6억9000여만 원을 빼돌려 이사장의 빚을 갚는 데 쓰기도 했다.
학교돈 이용해 이사장이 땅 장사
심지어는 학교를 이용해 자신의 재산을 증식한 이사장도 있었다. D학원 이사장 K모 씨는 임야 53만㎡에 대한 근저당 채권을 76억 원에 매입했다. 그 뒤 이 땅에 대해 법원에 경매를 신청한 뒤 교육청 등에 자신의 땅임을 속인 채 '땅을 매입해 골프장을 만들자'며 학교법인 이사회를 열고 관할 교육청으로부터 법인 정기예금 사용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해당 땅은 개발제한구역, 문화재보호구역 등으로 지정돼 있고, 해당 땅 안에 다른 사람 소유의 땅이 섞여 있어 애당초 골프장 건설이 불가능한 곳이었다. 그럼에도 K이사장은 모두를 속이고 경매에 입찰해 학교 돈으로 자기 땅을 94억 원에 샀다.
사립학교의 땅 장사는 이뿐이 아니다. E학원 이사장 L모 씨는 도심의 학교 운동장 일부를 떼어내 2000평과 다른 학교법인이 소유한 군 소재지 임야 30만 평과 맞바꿨다. 그런데 도심의 운동장 2000평은 값이 무려 42억 원인데 반해, 임야는 3억 원에 불과한 땅이었다. 무려 39억 원의 시세차이가 있음에도 1대1로 맞바꾼 것이다.
사립 초·중·고교 교비의 절반 이상을 정부가 부담하는데…
이밖에 장부조작으로 학교법인 설립자가 5000만 원, 장남인 전 교장이 5400만 원, 차남인 현 교장이 2800만 원, 조카인 행정실장이 600만 원을 횡령하는 것은 물론, 행정실 회계담당자가 정부보조금이나 교비 등을 횡령해 적발된 곳도 있었다.
예술고등학교 등 학생선발의 자율권을 가진 곳에서는 편.입학 비리가 있었고, 일부 학교는 이사장의 '빽'을 이용해 부당하게 교직원으로 채용하거나 법인 임원의 자녀를 편입학시킨 사례도 적발됐다.
2005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사립학교는 총 1998개이며, 이 중 1673개의 초·중·고교 교비회계의 96.2%는 정부(56.5%)와 학부모(39.7%)가 부담하고 있다.
감사원 관계자는 "검찰고발 단계에서 적발된 학교들에 대해 실명을 밝히는 것은 피의사실 공표에 해당돼 밝히지 않았다"며 "사학의 투명성과 공적 책임성을 높이기 위해 외부감사 확대 및 시설비 등 보조금 사후검증 체계 보강 등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대검찰청 관계자는 "감사원에서 수사요청 자료가 넘어오면 해당 지역별 검찰청으로 사건을 이첩해 수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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