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DJ 방북 연기, 안타깝다"

한나라 "정부차원 지원 홍보해 온 현정부도 책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 연기 결정과 관련해 정치권은 대체로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열린우리당, 민주당, 민주노동당 등은 김 전 대통령 방북의 조속한 재추진과 북한의 전향적 태도변화를 촉구했다. 한나라당은 "예상대로 북한이 실망을 안겨줬다"고 평가한 뒤, 노무현 정부도 방북 무산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공격했다.
  
  "북한-미국, '대화'에 나서야"
  
  열린우리당 우상호 대변인은 21일 "대단히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김 전 대통령의 방북은 비록 개인 차원의 방북일지라도 교착상태에 빠진 6자회담과 핵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풀 수 있는 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우 대변인은 "향후 조속한 시일 내에 김 전 대통령의 방북이 실현돼서 교착상태에 빠진 한반도 정세에 새로운 출구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며 "특히 이 문제에 관해선 북측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노동당 박용진 대변인도 "매우 안타깝다. 김 전 대통령의 방북이 북한의 미사일 실험 위기 등을 해결할 카드로 쓰일수도 있었는데 오히려 그 위기 때문에 좌초된 것이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형식은 개인자격의 방북이지만 그 내용은 많은 가능성과 의미를 담을 수 있다"면서 "지금은 연기됐더라도 빠른 시일 내에 방북이 재추진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그는 정부와 미국에게 북미간 직접대화를 촉구했다.
  
  민주당 이상열 대변인은 "시기적으로 봐서 적절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 대변인은 "정부도 김 전 대통령이 개인 자격으로 방북하는 것인 만큼 재방북이 성사될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대변인은 이어 "북한은 미국이나 일본에 군사력 증강의 구실만 주는 미사일 발사 실험계획을 즉각 중단하고 6자회담 복귀를 통해 한반도 평화정착에 기여해야 한다"면서 "미국도 6자회담의 틀 내에서 북미 양자대화에 응해 미사일과 북핵 문제를 전향적으로 풀어갈 것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한나라 "DJ 방북 홍보해 온 정부도 책임"
  
  한나라당은 김 전 대통령의 방북 여건을 어렵게 만든 북한을 맹비난했다. 이정현 부대변인은 "오직 북한의 처분만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설사 방문이 성사된다고 해도 수모적인 방북이 되는 것이고, 그 이후 진행될 대북지원 또한 국민적 입장에서 볼 때 수모적인 지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북한 당국이 이미 받아들이기로 한 김 전 대통령의 방북을 놓고 방문 직전에 애매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은 6.15 정신에 어긋난다"며 "전직 대통령에 대한 인간적인 도리로 봐서도 경우에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 부대변인은 "답방을 약속하고도 이를 지키지 않고 있는 북측이 노구를 이끌고 자존심까지 팽개친 채 다시 방북을 결심한 김 전 대통령을 맞아 미안한 마음에서도 한반도 긴장완화와 평화정착, 인도적 교류의 확대에 도움이 될까 기대해봤지만 북한은 예상했던 대로 기대에 대한 실망을 안겨줬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노무현 정권은 김 전 대통령이 개인자격 방북이라는 몇 차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정부 차원의 협상과 지원을 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홍보해 온 만큼 방북 지연과 무산에 대한 책임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