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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열한 거리>, 월드컵의 광풍에 의연히 맞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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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열한 거리>, 월드컵의 광풍에 의연히 맞서다

[박스오피스] 6월 16일~18일 전국 박스오피스

<엑스맨: 최후의 전쟁>(이하 <엑스맨>)이 개봉과 동시에 전국적으로 90만이 넘는 관객을 모았다. 아니다. 박스오피스 기사를 이런 관점으로 쓰는 건 너무 상투적이다. 고쳐서 이렇게 써야 한다. <엑스맨>과의 경합에도 불구하고 유하 감독의 영화 <비열한 거리>가 전국 55만의 관객을 모으며 선전했다고. 근데 이것도 좀 아닌 것 같다. 다시 한번 고쳐 써야 할 것 같다. 월드컵의 광풍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총공세에도 불구하고 <비열한 거리>가 선전했다고. 유하 감독은 전작인 <말죽거리 잔혹사> 개봉 때도 지금과 비슷한 처지였다. 그때는 큰 영화로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가 있었다. 두 영화의 틈바구니 속에서 <말죽거리 잔혹사>는 300만 정도의 관객을 모으는 기염을 토했다. 많은 사람들이 수군댔다. 보통 때 같으면 500만에 버금가는 수치라고. 영화가 좋으면 어떠한 악조건 속에서도 자기 역할을 하기 마련이라는 걸, 유하 감독의 전작 영화와 이번 영화가 보여준다. <비열한 거리>는 온 국민이 월드컵에 '미쳐' 있거나 이 나라의 책임있는 방송사라는 공중파 3사가 온 국민으로 하여금 월드컵에 '미치도록' 열심히 미디어 조작을 하고 있는 와중에서도 꿋꿋이 버텨내는 면모를 보여줬다. 게다가 <포세이돈>에서 <엑스맨><슈퍼맨 리턴즈>로 이어지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대공세가 진행되는 기간이다.
<비열한 거리>는 대체로 평단의 지지를 받고 있는데다, 작품성 면에서 <짝패> 등 몇몇 영화를 제외한 최근 일련의 영화들과 비교할 때 분명한 대척점에 서 있는 만큼 극장에서 좀 더 오래 버티며 관객들을 보다 많이 만나기를 바라는 목소리가 높다. 이 어려운 시기에 한국영화가 잘 이겨내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측면에서도 <비열한 거리>의 장기 흥행을 바라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장기 흥행 중인 <미션 임파서블 3>와 <다빈치 코드>는 점차 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다. 앞의 영화는 전국 600만에 육박하고 있으며 뒤의 영화는 300만 명 선에서 급격한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다. <다빈치 코드>의 경우 영화가 소설보다 훨씬 못하다는 의견이 확산되면서 흥행에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반면 <미션 임파서블 3>는 오우삼 감독이 만든 2편이 워낙 기대 이하였다는 평가를 받아서인지 이번 3편은 무척 볼 만하다는 입소문이 났고, 그 입소문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톰 크루즈의 인기가 바닥을 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것도 별 일'인 셈이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런 저런 문제를 잘 갈무리해서 대중들에게 파고든 UIP 코리아의 마케팅 실력, 배급 전략 등이 흥행의 주효한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거듭 강조하지만 올 상반기는 철저하게 UIP 코리아의 시기였다. 지난 주에 이어 한국영화는 단 세편만이 박스오피스 자리를 지켰다. 그나마 <비열한 거리>를 제외하고는 9위와 10위, 최하위권이다. 특징적인 것은 박스오피스에 올라 있는 한국영화들이 <비열한 거리>와 <짝패> 등 남성영화, 특히 우리의 주관객층이 외면하기 쉽다는 '마초 폭력영화'라는 점이다. 우리 관객들이 영화를 보는 관점 혹은 그 트렌드가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어떠한 장르의 영화이든 관객들이 좋은 영화는 꼭 알아 본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게 반드시 딱딱 들어맞는 것만은 아니지만.
이번 주에는 우리영화 <강적>을 포함해 무려 9편의 영화가 개봉된다. 월드컵도 16강 여부를 최종 확정짓는, 개봉 시기상으로는 '태풍의 눈' 한가운데로 들어간 듯한 느낌이 드는 그런 시점이지만 9편의 영화들은 꿋꿋하고 의연한 자세로 관객들을 기다리겠다는 모습들이다. 영화들이 월드컵 기간 최고의 파고를 어떻게 견뎌낼지도 이번 주 박스오피스 결과를 기다리게 하는 이유다. 월드컵이 이길까, 영화가 이길까. 자못 궁금해지는 시기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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