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승리의 집단 환각에 빠진 듯"

한나라 토론회서 경고음…"박근혜-이명박 원심력 될수도"

"기득권에 연연한 정책을 다시 꺼내들고, 이미 국민의 평가를 받고 떠났던 정치인들이 복귀하려 하고, 당 대표 경선 출마자로 거론되는 후보들은 한나라당의 미래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단순히 선수나 출신지역 대표성만 믿고 출마를 하려고 한다. 한나라당은 지금 승리의 집단 환각에 빠진 것처럼 보인다."

한나라당 '국가발전전략연구회'가 19일 주최한 지방선거 평가 토론회에서 한길리서치 홍형식 소장은 최근 선거 승리에 도취한 한나라당을 이렇게 꼬집으며 2002년 대선 패배의 반복을 경고했다.

"한나라당 심판은 유보됐다"

홍 소장은 "지방선거 이후 한나라당은 선거의 의미를 냉철히 되짚어보기 보다는 선거 승리에 도취돼 2주를 보냈다" "미래지향적인 비전 제시나 정책 마련을 통한 보수 노선의 재정립은 찾아보기 어려웠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국민들은 열린우리당의 공과에 대해서는 심판을 내렸지만 한나라당에 대한 심판은 유보했다고 보는 것이 맞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그럼에도 한나라당이 선거 결과를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하고 국민들이 한나라당을 좋다고 한 것으로 넘겨짚는 것은 아니냐"면서 "그런 모습에서 열린우리당의 독선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한나라당에도 비쳐지기 시작한다"고 지적했다.

홍 소장은 이어 "한나라당 소속의 유력 대선주자의 지지도는 2002년 당시 한나라당의 성과를 넘어서고 있다"면서도 "전문가들은 2002년의 반복을 경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 근거로 "선거 승리나 지지도 상승이라는 양적 성취에도 불구하고 이를 뒷받침할 한나라당의 상황인식, 국가발전 방향과 정책에 대한 비전 제시, 당 체질의 변화 등 질적인 차원에서의 성과가 아직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홍 소장은 이어 한나라당의 정당 지지도가 임계점을 넘어 선 과열 현상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서울시장 등 대선주자들의 높아진 위상이 한나라당 발(發) 정계개편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경고하기도 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표의 피습사건으로 더 이상 독재자의 딸이 아닌 희생자 이미지를 얻었고 이명박 시장의 위상이 큰 변화가 있는 것도 아니다"면서 "이 두개의 강력한 힘은 언제 원심력으로 돌아설지 모른다"고 말했다.

홍 소장은 또한 노무현 대통령의 낮은 국정지지도가 여야 모두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올 가능성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그는 "지금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4년차로 넘어가면서 여론의 지지도가 침몰하기 직전의 수준과 흡사하다"며 "97년 대통령이 국정 장악을 상실하는 과정에서 당시 야당의 비협조, 차기 대권주자들의 조기 대권행보가 국가적 불행으로 이어졌던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 소장은 "단순히 현 정부 정책을 좌파로 규정하고 비판하거나 구관이 명관이었다는 식의 단순 과거회귀, 또는 자유경쟁 만능, 추상적인 구호가 아닌 실질적 국가경쟁력과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반사이익 아닌 반사손해 될 수도"

한편 토론자로 나선 공성진 의원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심화된 표 쏠림 현상과 관련해 "과거에는 제1당과 제2당의 표차가 10% 이내였으나 이번 선거에서는 더블스코어 이상으로 나타났다"면서 "이런 현상의 구조화로 내년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표쏠림 현상의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공 의원은 또한 "이번 선거에서 이미지, 바람 선거의 위력이 더욱 높아짐으로써 정치의 불가예측성의 증대, 의외의 인물 등장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경고했다.

이와 함께 그는 2002년 지방선거에 비해 한나라당의 영남 득표율 하락, 호남 득표율 저조, 열린우리당의 영남 교두보 확보(밀양, 함양 기초단체장) 등도 불안한 징조로 꼽았다.

결국 공 의원은 "이번 선거결과에 대한 반작용으로 국민들의 견제심리가 작동하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반사이익이 아닌 반사손해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공 의원은 이에 따라 "선거 전에 터져나온 공천비리에 대해선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며 "그것이 한나라당의 잘못보다 노무현 정권과 열린우리당의 무능, 독선, 실정에 대한 심판이 너무 강해서 이번 선거에는 반영되지 않았을 뿐이지 국민들이 이를 용서한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