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캅스>로 처음 경찰 배지를 단 지 13년. 빈틈 하나 찾아볼 수 없이 '바른 길'만 걷던 <투캅스>의 강직한 형사부터 <투캅스 2>의 뼈 속까지 썩은 부패한 형사,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인정사정 안 보는 깡패 같은 형사까지 색깔은 달라도 우리에게 박중훈은 언제나 '대한민국 대표 형사'였다. 그런 그가 <강적>에서 또 한 번 경찰 배지를 단다. 이번엔 탈옥수에게 인질로 잡힌, 말 그대도 '인생 꼬일 대로 꼬인' 형사다.
- <천군> 이후 1년여 만이다. 코미디의 색을 모두 걷어낸 묵직한 액션 버디 영화 <강적>을 선택했다. "조민호 감독의 전작 <정글 쥬스>를 참 매력 있게 봤다. 기존 한국영화에서는 발견할 수 없는 독특함이 느껴졌달까. 조민호 감독이 연출을 맡으면 뭔가 다른 영화, 특별한 영화가 나올 것 같다는 믿음이 있었다. 조민호 감독은 자신만의 색깔이 강한 사람이다. 전적으로 감독을 믿고 연기했기 때문에 이번엔 사전에 연기 계획도 세우지 않았다. 현장에서 충실하게 감독이 시키는 대로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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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중훈 ⓒ프레시안무비 김정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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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어내는 감독과 작업했다고 하지만 캐릭터는 또 다시 형사다. 벌써 다섯 번째다. "캐릭터 명함만으로서는 모두 같은 '형사'다. 하지만 직업만 같을 뿐 모두 다른 형사다. <투캅스>에서는 강직한 형사였다. 그리고 <투캅스 2>에서는 부패할 대로 부패한 형사였지. 할리우드에서 작업한 <아메리칸 드래곤>에서는 국제 경찰이었다. 다음에 <인정사정 볼 것 없다>에선 깡패 같은 형사. <강적>의 하형사는 삶에 지친 형사다. 예전에 연기했던 형사들과 달리 이번엔 무능한 면이 많이 부각된다. 하지만 중요한 건 직업으로서의 '형사'가 아니다. 그 뒤에 놓인 '삶의 지친 한 인간'이 중요하지. <강적>의 하형사는 인질로 잡혀 인질범과 함께 지내다 그를 통해 삶의 '구원'을 얻고, 또 구원을 주는 캐릭터다." 억울하게 살인 누명을 쓰고 도주한 탈옥수와 그에게 인질로 잡힌 형사가 벌이는 48시간의 사투, <강적>에서 박중훈은 삶에 지친 '하형사'로 분한다. 잠복근무 중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동료 경찰이 죽임을 당하고, 수술 날짜를 받아놓은 아들의 수술비는 구할 길이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탈옥수에게 인질로 잡히기까지. <강적>의 하형사에게 내일은 희망도 새로운 나날도 아니다. 그저 막막하고 지난했던 어제의 반복일 뿐이고, 넘을 수 없는 삶의 벽 앞에 또 한 번 무릎 꿇어야 하는 순간일 뿐이다. 그럼에도 <강적>의 하형사는 지치고 무기력하지만은 않다. 도무지 해결될 길 없는 막막한 현실 앞에서도 하형사의 눈빛엔 삶을 긍정하는 빛이 머물고, 자신보다 더 아픈 인간을 보듬을 여유가 깃들어 있다. 그리고 삶의 막다른 골목에서 새로운 희망을 발견할 '기운'을 머금고 있다. 이는 배우 박중훈에게 깃들어 있는 '기운'이 하형사에게 그대로 스며든 탓이다. 배우 박중훈이 품고 있는 '무한에 가까운' 긍정의 에너지는 피폐한 하형사의 삶과 만나 묘한 삶의 빛깔을 만들어내고, 지난한 삶을 보듬는다.
- 하형사에게 '구원'을 얻게 해주는 인질범 이수현을 배우 천정명이 연기했다. 박중훈과 천정명. 얼핏 잘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둘의 호흡은 어땠나. "좋았다. 우선 드라마 <패션 70s>를 통해 느낀 천정명은 '센' 친구였다. 하지만 실제 만나보니 센 면만 있는 건 아니었다. 웃을 땐 귀엽고 심지어 예쁘기도 했다.(웃음) 우선 천정명은 체격조건이나 외모에서 배우로서의 외양이 잘 갖춰진 배우다. 그리고 촬영을 하면서 영화에 대한 에너지가 가득한 배우란 걸 알았다. 영화배우로서 어쩌면 출발선에 서 있다고도 볼 수 있는데 앞으로 좋은 배우가 될 것 같다. 그리고 촬영하면서 보니 인간적으로도 참 좋은 사람이다. 개인적으로 <강적>을 통해 좋은 친구 하나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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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중훈 ⓒ프레시안무비 김정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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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 가이즈>에서는 차태현, <강적>에서는 천정명과 호흡을 맞췄다. 1986년 <깜보>로 데뷔했으니 연기 생활 20년을 훌쩍 넘겼다. 선배보단 후배들이 더 많을 연배다. 후배 연기자들과의 작업, 어떤가. "우선 선배로서 후배에 대한 알 수 없는 '사명감'이 있는 건 사실이다. 현장에서도 내 감정대로 행동하기보다 전체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현장에서 선배는 몸은 편하지만 정신적으로 더 피곤한 거 같다. <강적>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천정명은 나이로나 연기 경력으로나 내가 '확실히' 선배다. 하지만 선배로서의 권위 의식을 세우고 싶진 않았다. 그저 '동료'로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많이 나누며 작업했다. 실제로 천정명에게 배운 것도 많다." <천군> 이후 1년여 만에 <강적>을 선보이는 박중훈은 요즘 한창 이준익 감독의 차기작 <라디오 스타>를 촬영 중에 있다. <강적>이 박중훈 특유의 여유로운 미소가 조용히 스며있는 액션 버디라면, <라디오 스타>는 박중훈 표 코미디가 제대로 폭발할 코미디 영화다. 영화배우로 살아온 것만 꼬박 20년을 채우는 박중훈에게 <강적>과 <라디오 스타>로 이어지는 요즘은 또 다른 전성기다.
- <왕의 남자> 이준익 감독의 차기작 <라디오 스타>를 선택했다. 철없는 록가수로 변신해 다시 본격 코미디에 도전한다. 놀라운 변신인데. "그동안 연기를 해오면서 변신이나 변화에 염두를 둔 적은 없다. 그저 좋은 시나리오, 좋은 감독을 만나 욕심이 나는 역할이 있으면 작업을 할 뿐이다. 새로운 이야기, 새로운 역할에 충실하다보면 연기 변신도 있을 수 있고, 변화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건 부차적인 것이다."
- 데뷔 이후 꾸준히 연기 생활을 해오고 있지만 요즘 <강적>과 <라디오 스타>를 이어가며, 거의 제2의 전성기라 부를 수 있을 만큼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 작품, 한 작품 하다 보니 짧지 않은 시간이 흘렀다. 요즘은 20년이 넘는 시간동안 연기를 할 수 있게 해준 관객들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배우생활을 오래 하는 데에 여러 가지 어려움이 따르겠지만 배우로서의 신선함을 유지하는 게 가장 큰 어려움이다. 관객에게 많이 소비될수록 신선함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항상 신선한 것, 신선한 역할을 하기 위해 배우로서 노력하는 건 그런 탓이다. 앞으로도 꾸준히 신선한 기운을 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수밖에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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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적 ⓒ프레시안무비 |
- 연기자로서의 다짐이라는 게 꼭 신인에게만 해당하는 건 아닌 것 같다. 영화배우로서 20년의 시간을 꽉 채운 지금, 연기자로서의 다짐 같은 게 있을까? "연기를 하고 싶어도 관객이 외면하면 할 수 없는 게 배우라는 직업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최고 가치를 두는 게 '오래 배우로서 생활하는 것'이다. 기술적으로 연기력을 높이는 것에는 한계가 있지만 좋은 생각을 가지고 좋은 배우가 되려고 하는 것, 연기 이전에 좋은 인간이 되는 것에는 한계가 없다. 좋은 생각을 가진 배우, 관객과 오래 호흡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자료 제공 | YTN 씨네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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