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잠잠했던 검찰의 '론스타 수사'가 변양호 전 재경부 금융정책국장(현 보고펀드 대표) 구속에 이어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의 계좌추적 사실이 알려지며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다음 주 초반 감사원에서는 론스타 관련 감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감사원의 발표에 앞서 검찰이 '행동개시'를 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15일 오전 이 전 부총리의 외환은행 한남동 계좌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한 것으로 16일 알려졌다. 검찰 수사관들은 사전 통보 없이 은행에 찾아가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하고 이 전 부총리와 부인 등의 대출관계 서류와 입출금 내역 등을 13시간에 걸쳐 조사하며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부총리는 2002년 이 은행에서 10억 원 가량을 대출 받았으며, 2003~2004년 사이에 수 차례에 걸쳐 대출금을 상환한 것으로 전해져, 대출 목적과 상환금의 출처 등에 대해 검찰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 전 부총리는 외환은행 매각 당시 론스타의 법률자문을 맡았던 '법무법인 김&장'의 고문을 맡고 있었다. 특히 이 전 부총리의 인맥을 말하는 '이헌재 사단'으로 분류되는 인물들이 외환은행 매각의 핵심 인사들이어서 수사가 결국은 이 전 부총리를 향할 것이라는 관측이 자주 제기됐었다. 현대차 뇌물 수수 혐의로 구속된 변양호 씨도 대표적인 '이헌재 사단'의 인물이다.
'10인 대책회의' 인물들 계좌추적도
검찰은 또한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 이달용 전 부행장 및 당시 외환은행 매각 주간사였던 모건스탠리의 서울지점 신재하 전무(현 보고펀드 공동대표)에 대해서도 계좌추적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2003년 7월 15일 외환은행 매각을 논의하는 '10인 대책회의'에 참석했던 인물들이다. 회의에는 당시 직책 기준으로 변양호 재경부 금융정책국장, 김석동 금감위 감독정책1국장, 외환은행 이강원 행장, 이달용 부행장, 전용준 매각팀장, 모건스탠리 신재하 전무, 청와대 주형환 행정관 등이 참석했으며, 회의 이후에 외환은행 매각이 급물살을 탔다.
검찰은 현재 구체적인 계좌추적 내용과 혐의점에 대해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혐의가 있어서라기보다는 수사 과정에서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하나하나 확인해가는 과정"이라며 계좌추적에 대한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다만 감사원의 외환은행 헐값매각 의혹에 대한 감사 결과가 다음 주 검찰에 제출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검찰의 론스타 수사도 본격화되고 핵심 관계자들이 줄소환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강제 수사권이 없는 감사원의 감사가 '정책적 판단'에 대한 조사에 그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검찰이 본격 수사에 나설 경우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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