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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 포인트] 크립 Creep

감독,각본 크리스토퍼 스미스 출연 프란카 포텐트, 바스 블랙우드, 폴 라트레이, 켄 캠프벨 수입 유레카픽쳐스 | 배급 MK픽처스 | 등급 18세 관람가 시간 85분 | 2004년 | 상영관 메가박스, 서울극장, 대한극장 이 영화를 만든 크리스토퍼 스미스 감독은 주연 여배우로 프랑카 포텐테를 잘 선택했다는 생각이 든다. 포텐테는 데뷔작 <롤라 런>에서 애인을 구하기 위해 영화 내내 죽도록 뛰는 연기를 훌륭히 소화해 냈다. 체력 한번 좋았다. 포텐테는 정말 잘 뛴다. 이번 영화에서도 포텐테는 케이트란 역을 맡아 지하철 괴물의 습격을 피해 줄곧 뛰고 또 뛰어 다닌다. 어느 날 파티에 갔다가 돌아오는 지하철 역에서 깜박 잠이 든 게 화근이다. 지하철은 끊긴지 오래고 출입구도 모두 닫혔다. 오도가도 못한 신세가 됐다고 체념하던 차에 막차인 듯 보이는 차량이 들어 오고 냉큼 그걸 집어 타지만 문제는 이제부터다. 알고 보니 이 지하철 구역에는 무슨 사연인지는 모르겠으나 외모가 아주 흉측한 식인 괴물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괴물을 피해 죽기살기로 도망다니던 케이트는 마지막 순간, 역시 죽기살기로 괴물과 맞서 싸운다.
크립 Creep ⓒ프레시안무비
공포영화의 외피를 쓰고 있긴 하지만 영화 <크립>은 조금은 다른 장르의 목록에서 찾아야 될 듯 싶은 작품이다. 이건 공포가 아니라 혐오를 목표로 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영화는 계속해서 죽음이 그렇게 깨끗하거나, 깔끔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사람의 목은 잘려도 한번에 뎅겅 잘리는 것이 아니라 반쯤 끊어진 상태에서 한참동안 피를 쏟게 된다는 것인데, 이런 장면을 보는 것은 당연히 그리 유쾌하지 않다. 영화를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얼굴 표정들이 일그러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바로 그점이야말로 이 영화가 추구하는 것처럼 보인다. 사람들은 평온한 죽음을 원한다. 하지만 세상은 사람들을 잔혹하고 엽기적으로, 무엇보다 추하게 죽게 만든다. 영화속 괴물이 어디서 어떻게 생겨난 것인지, 도통 설명하지 않는 것도 그때문이다. 지금 세상에 '괴물 같은' 존재가 그 근원이 어디 따로 있겠는가. 일상의 주변에 존재하는 많은 사람들 자체가 다 괴물일 수 있으며 한순간 괴물로 돌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인공이 황당한 지경에 처하게 되는 공간이 지하철 역이라는 것도 눈여겨 볼만하다. 우리가 가장 익숙하게 생각하는 공간, 그래서 모든 경계심을 풀어버리게 되는 공간에서 알고 보면 가장 공포스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다소 지나친 확대해석일지 모르지만 영화 <크립>은 명백히 9.11 테러 이후 벌어지고 있는 일상의 숱한 참혹한 사건들을 뒷배경에 슬쩍 갖다 놓은 작품이다. 괴물이 목이 잘려서 죽는 장면 역시 얼마 전 미국의 공습으로 죽은 아랍 무장단체 지도자 알 자르카위의 '참수 테러'를 연상시킬 정도다. 알 자르카위가 저질렀던 그 끔찍한 장면을 생각하면 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가상의 공포는 더 이상 찾기 어려운 일일 것이다. 이 영화가 엽기와 잔혹과 혐오의 코드로 방향을 잡은 건 그때문일 수 있다. 다만 문제는, 바로 그 때문에 공포영화가 가져가야 할 카타르시스의 욕구를 해소시키지 못한다는 데 있다. 내 주변에 식인괴물이 살고 있다는 현실을 새삼 깨닫게 되는 건 결코 유쾌한 일이 아니다. 오히려 짜증나는 일일 수 있다. 이 영화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화를 내는 건 결코 영화때문이 아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을 다시 한번 '제대로' 깨닫게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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