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민노 "우리는 왜 지방선거에서 패했을까" 격론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민노 "우리는 왜 지방선거에서 패했을까" 격론

민노당도 선거 후폭풍…"어설픈 선거공학에 매몰"

"이번 지방선거 성적표를 내후년 총선에 대입시키면 지역구 당선은 제로(0)이고 비례대표는 7석이다." 8일 지방선거 평가를 위한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의원 워크샵에서 나온 노회찬 의원의 발언이다.
  
  5.31 지방선거 성적표를 받아든 민노당 지도부의 평가는 내용적으로건 산술적으로건 "분명한 패배"다. 또 다시 "당 혁신"이 민감한 주제로 떠올랐다. 이어지는 대선 정국에서 대중성 강화냐 정체성 확립이냐는 양론이 충돌하기 시작했다.
  
  "더 광범위한 계층에 호소해야" vs "노동자-서민 확보가 먼저"
  
  이용대 정책위 의장은 "(나머지) 지역은 괜찮았는데 울산과 서울 선거가 전체 패배를 규정하는 결정적 요인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대중들에게 당의 이미지가 계급정당으로 굳어져 있다"면서 "노동운동이 사회적으로 고립화되는 과정에서 (민노당도) 궤를 같이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의장은 "정치적 전망이 협소한데 좀 더 광범위한 계층에 호소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대중성이 부족이 패인이라는 주장이다.
  
  박인숙 최고위원도 "우리는 대중정당이다"며 "서울과 울산 같은 곳에는 유력한 대중정치인을 후보로 세웠어야 한다"고 거들었다. 지방선거 전 민노당 일각에서는 노회찬 의원이 의원직을 던지고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었다.
  
  그러나 심상정 의원은 "반대논점을 분명히 하겠다"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심 의원은 "전통적인 계급정당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서민정당으로 전략적 지지층이 어디인지 진단이 필요한 것 아니냐"며 "비정규직 노동자 등 계급적 측면에 대한 지지확대가 당면과제"라고 주장했다.
  
  심 의원은 "우리 당이 서민정당이라면서 얼마나 서민들을 파악하고 수렴하고 다가서고 있는지가 핵심"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심 의원은 "고정지지층 확대 없이 정치공학적 플러스 알파로 뭐가 되는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노회찬 의원도 "서민정당인데 서민들의 지지를 못 받고 있다"며 "총선 이후 의원이 9명이지만 서민들에게 감동을 준 적이 없다. 이게 바로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우리당에 대한 민심 이반이 분명히 드러난 선거 중반 이후 민노당이 내건 '진보개혁세력 대표주자 교체론'도 도마에 올랐다.
  
  심상정 의원은 "일부 문제제기가 있었는데 선거 막판이라 일축됐었다"면서 "구체적 분석이 빠진 채 바람선거로 한번 몰아보자는 정치공학적 선거전술이 아니었나"고 비판했다. 심 의원은 "태풍이 부는데 선풍기 튼다고 되겠느냐"며 어설픈 정치공학을 겨냥하기도 했다.
  
  비정규 담당인 이해삼 최고위원도 "당 바깥에서 제시했으면 모를까 당이 나서서 주장할 논리가 아니었다"며 "차라리 (진보) 뿌리 강화론으로 민노당을 더 키워달라고 했으면 훨씬 플러스 효과가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천영세 원내대표도 "우리 당이 어설프게 정치공학이나 선거공학에 매몰돼 서민의 가슴과 민심을 읽는 부분에 소홀했던 것은 아닌지 처절하게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장도 이야기해야" vs "성장이 모자라서 문제냐"
  
  의원들과 최고위원들은 경제 문제에 대한 민노당의 기존 접근 방법에 대한 한계와 고민들을 토로하기도 했다. '복지, 분배'를 강조해서는 더 이상 안 통한다는 것이 이번 선거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는 것이다.
  
  권영길 의원은 "경남 의령의 경우 농촌, 도시 합해서 전국에서 당지지도가 제일 높았던 지역인데 막상 선거에서는 7.3%가 나왔다"고 말했다. "도저히 납득이 안 가는 결과"라고 허탈해 한 권 의원은 "쌀을 지키겠다는 말은 있었지만 뭘 가지고 의령을 먹여 살릴 것인가가 없었던 탓이 아닌가 싶다"고 풀이했다.
  
  서울시의원인 심재옥 최고위원도 "다리를 놓고 지역경제를 활성화 시킨다는 게 지역에서 대안으로 먹히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인천시장으로 출마했던 김성진 최고위원도 "우리는 분배만 잘하면 돈이 생겨서 경제가 산다고 했지 파이를 어떻게 키울 것인지 이야기 한 적이 없다"며 "대중들이 봤을 때 맡길 만 하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상정 의원도 "선거전술을 봐도 성장 대 복지 대결구도에서 절대 복지 쪽으로 표가 안 온다"고 말했다. 심 의원은 "'중소기업 육성'을 말하면 당장 '어떻게'가 따라온다"며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한 프로그램이 필요하고 중앙 차원에서는 현장과 결합해 서민경제 발전전략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용대 정책위의장은 "우리가 개발과 성장에 반대한다고 볼 수는 없지만 성장과 분배는 상관이 없다는 것이 이미 통계로 나타났다"면서 "이런 (선성장후분배) 이데올로기를 깨면서 당이 사회를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회찬 의원은 "성장이 고용을 창출하지 않는 구조적 문제가 있는 마당에 성장 동력을 더 만들겠다는 것은 (대중을) 현혹시키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노 의원은 "이 정도 경제규모에서 수출도 잘되고 4%씩 성장하는 나라가 없다"면서 "성장 신화에 찌들어 있는 사람에게 4%가 안 먹힌다고 6%, 7% 성장을 이야기해야 하느냐"고 덧붙였다. 노 의원은 "결국은 복지정립밖에 없다"고 반론을 제시했다.
  
  원내대표단 구성 연기…복잡한 속내
  
  한편 민노당은 하반기 원내대표단 선임 일정을 12일로 연기했다. 심 의원은 9일 "미국에 가 있는 강기갑 의원 때문"이라며 "달랑 9명인데 다 모여서 결정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고 말했지만 속내는 좀 복잡하다. 대선 후보군 문제에 대한 당내 역학관계가 반영된 것.
  
  워크샵 자리에서 김기수 최고위원은 "원내대표 출마하는 분이 어떤 기조와 방향을 가지고 운영하겠다는 정도는 표명해야 한다"며 "의총에서 원내대표단을 구성하지만 지난 2년의 평가서 정도는 내놓고 해야 하지 않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최고위원은 "원내대표 출마하는 분들은 '앞으로 이렇게 하겠다'고 대중을 향해야 하는데 당원에게도 향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최고위원은 "한나라당은 대선후보 나가려는 사람이 당대표 자리를 1년 6개월 전에 사퇴하고 전당대회를 하며 판을 벌이는데 우리는 (대선후보가 원내대표가 되면) 언제까지 할 것인지, 자리를 내놓고 할 것인지 아닌지 쟁점이 있는데 논의도 없다"고 작심한 듯 비판했다.
  
  현재까지 당내 분위기로는 의원단 대표직에 의욕을 보인 권영길 의원이 하반기 원내 사령탑을 맡을 것으로 관측된다. 한 의원은 "나도 꼭 탐탁한 것은 아니지만 대안이 없다"고 말했고 한 당직자는 "결국 권 의원밖에 맡을 사람이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나 권 의원이 대권 도전 의사 역시 분명하다는 점이 난관이다. 8일 의원단-최고위원 워크샵에 이은 비공개 의총에서는 "대선주자가 원내대표직을 맡아서는 안 된다" "추대 분위기로 갈 것이 아니라 차라리 투표로 하자"는 반발도 터져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한 관계자는 "권 의원이 (원내대표를 맡는 것이) 절대로 안된다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문성현 대표와 친분이 두터운 권 의원이 원내대표까지 맡으면 힘쏠림 현상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가 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심상정 수석부대표의 후임 체제는 수석부대표와 공보부대표로 이원화하기로 했다. 최순영, 이영순 의원 등이 적임자로 거론되고 있다. 대승적 차원에서 '권영길 대표-노회찬 수석' 체제로 가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