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조변석개한다. 어제의 승자가 오늘은 패자로 전락한다. 한달여 전만 해도 한국영화는 승승장구 기세를 올렸으나 이제는 완전히 쭉정이 신세다. 지난 주말 박스오피스에서는 1,2,3,4위 상위권을 할리우드 신작들이 차지했으며 5,6,7,8,9,10위 하위권은 한국영화들이 채웠다. 본말이 바뀐 기분이 들지만 시장이 엎치락 뒷치락 하는 것도 참으로 오랜만에 본다는 느낌이 든다. 박스오피스 1위는 <포세이돈>이 개봉하자마자 올랐다. 마침 지난 목요일이지방선거 날이어서 휴일이었던 터라 잽싸게 하루 전에 개봉해 목금토일 나흘간 전국에서 무려 105만 관객이나 모았다. 날씨는 덥지, 뉴스는 온통 짜증나는 것 투성이지, 사람들은 시원한 물 속에 첨벙 빠지고 싶었을 것이다. 이 영화가 과거 72년도 작품을 리메이크한 것이라는 사실 역시 관객층을 넓히는데 주효한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4,50대 관객들은 과거 진 해크만과 어네스트 보그나인이 나왔던 <포세이돈 어드벤쳐>에 묘한 향수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72년판 영화에서 진 해크만은 고압 수증기 때문에 전진하지 못하는 다른 생존자들을 위해 공중에 매달려 밸브를 잠그면서 하늘에 대고 소리친다. "저에게 무엇을 원하십니까? 왜 우리를 이런 시험에 들게 하시는 겁니까?!" 그리고 진 해크만은 아래로 추락한다. 사람들을 위해 희생하는 진 해크만의 모습, 그러면서도 하나님이란 존재에 대해 이를 앙물고 반항하는 듯한 표정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영화에서, 진 해크만의 직업은 목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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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세이돈 ⓒ프레시안무비 |
개봉 3주째인 <다빈치 코드>는 2위 자리를 지키긴 했지만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견디기가 여간 피곤해 보이는 것이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다. 이 영화에 대해 얼마나 안티가 많은가. 일부 보수적인 기독교인들이 들고 일어 선데다 소설을 광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은 영화가 원작을 망쳐 버렸다고 아우성들이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전국 300만에 육박하는 관객을 모으고 있다는 것은 이 영화가 어찌 됐든 화제는 화제라는 얘기다. <미션 임파서블 3>는 이제 그만할 때도 됐다는 생각이 든다. 개봉 5주, 그러니까 한달이 넘긴데다 전국 500만 관객을 넘긴지도 오래다. 어디까지 갈 것인가. 원래는 <다빈치 코드>가 개봉되면 그 기세가 꺾여도 한참 꺾일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다빈치 코드>가 예상보다 세지 못했다. 그 어부지리를
가 톡톡이 가져가고 있는 셈이다. 예상컨대 600만 관객은 넘긴 후에 자리를 털고 일어설 것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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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패 ⓒ프레시안무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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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영화가 잘되니 애니메이션까지 덩달아 난리다. 하기사 이 영화는 할리우드 영화로만 볼 수 없다. 드림웍스 제작이니까 한국의 CJ가 지분 관계가 있는 영화인 셈이다. 이 영화가 잘되면 드림웍스가 좋고, CJ가 좋다. 자 그러니 이제 영화 한편을 가지고 너네 영화니, 우리 영화니 하는 시대가 점점 종언을 고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자본이 얽히고 시장이 얽히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그걸 보통 세계화라고 하는 것 같은데, 요즘 이 세계화 때문에 말들이 많다. 어쨌든 얘기가 샜다. CJ 배급의 애니메이션 <헷지>가 개봉과 동시에 350,000만 관객을 넘겼다. 황정민, 신동엽, 보아 등이 목소리 연기를 했다는 점도 흥행에 큰 도움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짝패>는 100만 관객 고지를 향해 힘겹게 다가서고 있다. 안쓰럽지만 좀더 힘을 내라고 격려하고 싶다. 그런 격려를 충분히 받을 자격이 있는 영화다. <모노폴리><호로비츠를 위하여><구타유발자들><생날선생><가족의 탄생>은 오래 갈 것 같지는 않다. 아까운 영화도 있고 그렇지 않은 영화도 있다는 평가들이다. <구타유발자들>의 경우는 상업영화권에서 나오기 힘든 영화라는 평가를 받았다. 좋은 얘긴지, 나쁜 얘긴지 다소 헷갈리게 하는 구석이 있지만 아무튼 이런 독특한 독립영화 스타일의 영화가 상업영화권에서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야말로 역설적으로 우리 한국영화가 갖고 있는 진정한 에너지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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