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볼프강 페터슨 |
출연 커트 러셀, 조쉬 루카스, 에미 로섬
수입,배급 워너브러더스코리아 |
등급 12세 관람가
시간 98분 | 2006년
상영관 CGV, 메가박스, 대한극장, 서울극장 진 핵크만과 어네스트 보그나인이 나왔던 1972년 작 <포세이돈 어드벤쳐>는 올드 팬들에게 단순한 재난영화로 남아 있지 않다. 많은 사람들은 이 영화를 인간의 실존적 선택과 그에 따른 희생이라는, 비교적 숭고한 정신이 담겨져 있는 작품으로 기억하고 있다. 때문에 파워풀한 연출감각으로 정평이 나있는 볼프강 페터슨이 이 영화를 리메이크한다고 했을 때 사람들, 특히 올드 팬들의 관심을 집중시킨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특히나 <특전 U보트>에서 <퍼펙트 스톰>까지 물이 만든 재앙에 관한 한 일가견이 있다는 볼프강 페터슨이라고 한다. 그가 그린 포세이돈호의 전복은 과연 어떤 모습을 띨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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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세이돈 Poseidon ⓒ프레시안무비 |
하지만 영화 초반부에 페터슨은 분명, 올드 팬들을 실망시킨다. 무엇보다 원작의 삽입곡으로 모린 맥거번이 불렀던 <더 모닝 애프터>가 온데 간데 없이 사라졌다. 대신 히스패닉 혼혈의 글래머러스한 여인이 포세이돈호의 화려한 선상파티 무대 위에 올라 사람들의 몸을 흔들게 한다. 영화는 시작부터 원작의 느낌과 확연하게 선을 긋고 나가는 모습을 보인다. 분위기만 바꾼 것이 아니다. 영화 속 인물의 설정도 많이 바꿨다. 특히 진 핵크만이 맡은 극중 주인공 역의 목사는 이번 리메이크판에서는 소방관 출신의 전직 뉴욕시장으로 옷을 갈아 입었다. 목사와 전직 뉴욕시장 간에는 행동 반경에 있어 큰 차이가 난다. 주인공이 목사일 경우 관객들은 이 인물이 극 후반부에 사람들을 위해 뭔가 '엄청난 일'을 해낼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그 주인공이 전직 뉴욕시장이라면 그 같은 기대치는 다소 반감된다. 페터슨 감독은 아마도 이런 가공할 재난 앞에서 실제로는 뚜렷한 영웅은 존재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중심 인물의 축이 많이 왔다갔다 해 보이는 건 그 때문이다. 전직 뉴욕시장인 로버트(커트 러셀)가 사람들을 이끄는 것처럼 보이다가도 결국엔 역시 전직이긴 하지만 해군 출신인 딜런(조쉬 루카스)이 매 위기와 고비마다 힘을 발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터슨이 만들어낸 포세이돈호의 재난 이야기가 지난 원작과 가장 다른 점은 각 인물들이 갖고 있는 구차스런 사연과 말을 대폭 줄였다는 것에서 찾아진다. 페터슨의 인물들은 죽음 앞에서 구구절절 자신의 얘기를 털어놓지 않는다. 생존을 위해서 발버둥치지만 죽는 순간의 모습은 간결하게 처리된다. 영화가 매우 드라이하게 느껴지는 건 그 때문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것 때문인지 영화는 전작에 비해 보다 리얼하다는 느낌을 준다. 페터슨 감독은 아마도 그 점을 취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사람들은 갑작스런 죽음의 위기에 대해 공포심을 갖고 있는 법이다. 공포가 의지보다 덜 추상적이다. 더 구체적이다. 그래서 더 실제적이다. 이번 영화는 생존에 대한 위대한 투쟁보다는 바로 그 갑작스런 죽음의 공포에 초점을 맞춘 듯한 인상을 준다. 중요한 건, 볼프강 페터슨이 이 30년이 넘은 작품을 바로 이 시기에 왜 다시 만들려고 했느냐는 점일 것이다. 지금의 미국사회가 거대한 포세이돈호처럼 물속에서 뒤집혀져 있는 꼴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아닐까. 살기 위해 물위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배밑으로 내려가야 한다는, 기존의 생존법칙을 뒤집는 그 전복의 의미가 새삼 와닿았던 것은 아닐까. 배 안의 사람들은 모두들 살기 위해 허우적댄다. 우리 모두도 살기 위해 허우적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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