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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팬지 손이 골키퍼에 특효"…부두교의 진원지 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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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팬지 손이 골키퍼에 특효"…부두교의 진원지 토고

[프레시안 스포츠]2002년 세네갈도 주술 사용

2002년 한일 월드컵 개막전에서 세네갈이 전 대회 우승국 프랑스를 제압한 뒤 '주술사의 힘'이 수면 위로 부상했다. 세네갈이 프랑스를 이긴 데에는 주술사의 도움이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세네갈의 주술사들이 팀 고문이라는 스태프 자격으로 참가해 경기장에 부적을 뿌리고 상대 팀이 슛한 공이 빗나가도록 골대에 '마술의 약'을 바르는 역할을 했다는 것이었다.

2002년 월드컵에 앞서 아프리카축구연맹(CAF)은 "우리는 더 이상 주술사가 경기에 있기를 원하지 않는다. 아프리카 축구의 이미지를 좋게 만들어야 한다"며 주술사가 판을 치는 아프리카 축구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하지만 오랫동안 부두교(Voodoo)의 신령스런 힘을 굳게 믿고 있던 아프리카인들의 생각은 달랐다.

부두교 진원지 토고의 명물,각종 주물을 파는 시장

이번 독일 월드컵에서도 아프리카 축구는 주술사들로부터 적지 않은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 중심에 있는 팀은 한국과 조별 예선 첫 경기를 치를 토고다. 아프리카 서부에 위치한 토고는 부두교의 발상지나 다름없다. 부두교는 16세기 경 토고와 베넹의 접경지대에서 생겨났다. 부두교라고 하면 생각나는 아이티의 부두교도 아프리카 서부에서 서인도제도로 팔려 온 흑인 노예들에 의해 전파됐다.

인구 500만 가운데 절반이 부두교 신자인 토고의 수도 로메에는 갖가지 주물(呪物)을 파는 시장이 있다. 이 곳에 있는 주물 가운데 특히 '침팬지의 손'은 축구 골키퍼를 위한 것이다. 침팬지나 고릴라의 손이 골키퍼에게 도움이 된다는 미신 때문이다. 토고인들은 주술사가 침팬지의 손을 들고 골키퍼의 몸에 각종 신령스러운 약초를 가루로 만들어 뿌리면 민첩성이 상승한다고 믿고 있다. 마라톤 경기에 참가하는 주자(走者)를 위해서는 말의 머리와 다리를 사용하기도 한다. 이처럼 토고에는 스포츠 경기에 '부두교'의 전통이 깊게 남아 있다.
▲ 토고의 주물을 파는 시장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침팬지의 손. 골키퍼의 민첩성 향상에 특효가 있다고 한다.

독일 월드컵에서 토고 축구의 좋은 성적을 위해 주술의 힘을 쓰겠다고 밝힌 사람은 토고 부두교의 최고 성직자인 토그뷔 냐블론디로 3세. 그는 토고 일간지 <팅고 팅고>의 편집국장이기도 하다. 냐블론디로 3세는 로메에서 북쪽으로 100Km 떨어진 보간에 위치한 부두교 사원에서 산다.

냐블론디로 3세가 토고 부두교의 최고 성직자가 된 이유는 희한하다. 어느 날 부두교의 신이 자신을 최고 성직자로 지정했다는 사실을 들었다는 것. 냐블론디로 3세는 그의 부인이 교회의 목사라 부두교 최고 성직자 자리를 포기하려고 했지만 결국 신의 계시를 받아들였다.

냐블론디로 3세는 "토고가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서 예선 탈락한 것에 실망스러웠다. 이 때문에 부두교 주술사들이 독일로 가는 것이다. 주술사들의 마법은 토고 축구에 적지 않은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 '사악한 눈'으로 멕시코 주술사에 맞선다

2002년 월드컵 때 세네갈의 경우처럼 주술의 힘이 간혹 축구에서 '효험'을 드러낸 적도 있다. 페루는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지역 예선에서 주술사를 고용했다. 페루는 상대 팀인 콜롬비아의 숙소로 주술사를 들여 보냈고, 콜롬비아의 한 선수는 경기 전 맹장염으로 쓰러졌다. 전력상 열세였던 페루는 콜롬비아와 1-1의 무승부를 기록했다.

나이지리아와 세네갈 간의 2000년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8강 전에서도 재미있는 사건이 발생했다. 세네갈이 1-0으로 앞서는 상황에서 나이지리아 축구협회의 임원이 그라운드로 달려나가 세네갈 골 문에 드러눕는 해프닝이 연출됐다. 그뒤 신통하게도 나이지리아는 두 골을 뽑아내 역전승을 거뒀다.

독일 월드컵 조별예선에서 멕시코와 일전을 치르는 이란은 멕시코 부두교 주술사들에 대해 경계심을 보였다. 이란 축구협회는 "멕시코는 심리전에 강하다. 그들은 주술사까지 사용할 것이다. 주술사들은 이란 선수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주술의 힘을 우려했다.

하지만 이란에는 '사악한 눈'으로 불리는 미신이 있다. '사악한 눈'은 상대에게 좋지 않은 일이 생기도록 간절히 바라면 결국 그런 일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사악한 눈'을 믿는 많은 이란인들은 항상 조그마한 푸른 돌을 눈 주위에 붙이고 있다. 결국 '사악한 눈'이 멕시코의 주술사와 맞서는 이란의 무기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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