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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1 지방선거는 집권여당에 대한 탄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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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5.31 지방선거는 집권여당에 대한 탄핵"

노회찬 "'민주개혁세력' 소임은 끝…대선출마 고민 중"

한나라당의 '고공행진'과 열린우리당의 참패 분위기에 가려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낮지만 민주노동당에게도 이번 5.31 지방선거가 갖는 의미는 각별하다. 진보세력의 풀뿌리 기반 확대라는 본연의 의미와 함께 2007년 대선, 2008년 총선으로 이어지는 정치적 격변기에 진보정당의 위치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시험대이기 때문이다.

아직 뚜껑은 열리지 않았다. 그럼에도 민노당에게는 꿈의 시나리오인 '대선에서 500만 표 획득→총선에서 80석의 제1야당→2012년 집권' 플랜이 다시 공개 거론됐다. 노회찬 의원은 그 가능성을 봤다고 한다. 그 활로를 "한나라당과 다를 바 없는 노선을 걸어온" 여권의 몰락이 열어줬다는 논리다. 그래서인지 노 의원은 이번 지방선거의 의미를 "집권여당에 대한 탄핵"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또한 "(DJ 정부 시절부터 이어 오는) 12년째 누적된 민생파탄에 대한 분노의 표출"이라고 했다. 스스로를 '민주개혁세력'으로 칭해 온 모든 세력에게 공격적으로 책임을 물은 셈이다. 다음 대선과 총선에서 '보수 대 진보' 구도를 안착시키기 위한 전략도 엿보였다.

"열린우리당은 선거 후 없어질 정당"이라며 제기한 '사표(死票)' 논쟁 역시 지방선거 이후까지 내다본 다목적 포석으로서의 의미가 짙다. "우리에게 투자하면 투자한 만큼 미래표의 결집을 위한 담보로 작용한다. 투자가치가 훨씬 높다"는 노 의원의 말은 정확히 내년 대선을 향한 것이다.

이에 따라 민노당도 지방선거 뒤 조만간 대선 준비 체제로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차적인 관심은 누가 대선 후보로 나설 것이냐다. 노 의원이 "지방선거가 끝나면 깊은 고민을 할 것이다"고 성큼 나섰다. "간단한 개인의 문제가 아닌 만큼 여러 경륜 있는 분들의 의견을 들을 계획을 짜놨다"고도 했다.

민노당 대선 후보가 갖춰야 할 소양에 대한 언급도 했다. "정치철학, 노선과 더불어 중요한 것은 경쟁력"이라고 했다. "상대가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윤곽이 그려져 가고 있는 만큼 누가 더 경쟁력이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 노회찬 의원은 자신의 대선출마 여부와 관련해 "지방선거가 끝나면 깊은 고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지금까지의 추대 형식과는 달리 경선을 염두에 둔 발언이기도 하다. 그는 "내부의 후보를 정하는 과정 자체를 국민들에게 보여야 한다. 그 과정 또한 심판이다"고 설명했다. 앞서 권영길 의원이 최근 공개적으로 출마 의욕을 보인 바 있다. 지방선거 뒤, 민노당의 대선후보 경쟁구도도 조만간 가시화될 수밖에 없는 정황들이다.

다음은 30일가진 노 의원과의 인터뷰 일문일답.

12년째 누적된 민생파탄에 대한 탄핵

-뚜껑이 열려봐야 하겠지만 지금까지의 민노당 자체 분위기는 나름대로 괜찮은 것 같다. 이번 선거가 민노당에게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비록 지방선거지만 민생파탄에 대한 유권자들의 분노가 정치권을 심판하는 선거다. 민생파탄의 책임에서 한나라당이 자유로운 것은 아니지만 열린우리당이 몰매를 다 맞는 것은 집권여당에 우선적인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에 대한 과열된 지지도 역시 한나라당의 활동에 대한 평가라기보다는 옆에 서 있다가 과분한 평가를 받은 것이다.

우리는 양쪽 모두 공범이라고 본다. 민노당은 이제 한나라당을 우리가 상대하겠다는, 제1야당으로 가겠다는 역할론을 꺼낼 때가 된 것이다. 부산 인천 광주 등 일부 도시지역에서 열린우리당 후보를 추격했거나 추격해 가는 실제적인 조사결과가 나오면서 민노당의 이런 구상이나 포부가 근거가 없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300만 표 획득, 각급 단위 선거에서 300명 이상의 당선자, 20% 득표율 달성이 목표다. 가능하리라고 보나.

=15%는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당선자 300명은 만만치 않을 것 같다. 한나라당 바람이 불면서 기초의회 몇 군데에 한나라당 후보가 어부지리가 되는 곳이 있다. 박근혜 피습사건의 타격을 어느 정도 받았다. 그러나 목표를 수정할 정도는 아니다.

-어찌 보면 여권의 몰락으로 인한 반사이익을 민노당도 누리고 있는 게 아닌가.

=반사이익이 아니라 정상회복이다. 원래 서울시민 가운데 민노당을 지지하는 사람 중 50%가 초기에 강금실 후보를 지지했다. 그렇게 갔던 표가 돌아오는 것이다. 열린우리당의 가망이 없어지면서 反한나라당 유권자들이 판단을 한 것이다. 어떻게 하면 자기 표의 투자가치를 높일 것인가 하는 표의 정체성을 쫓아가면서 재조정 국면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는 나간 표가 들어오는 것이지, 한나라당이 얻은 반사이익과는 다르다.

열린우리당의 위기를 이용해서 표를 주으려는 생각은 없다. 다만 모든 표들이 자기 색깔을 찾아야 한다. 서민은 서민색을 찾아야 한다. 민노당은 민생파탄의 불만을 서민표 결집을 통해 反한나라당 세력으로 결집하자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사표론을 말한 것이다.

-정부여당의 무능에는 노 대통령이 연관 없을 수 없다. 여권의 지방선거 패배 시 남은 임기를 걱정하는 말들도 많다.

=책임 있는 정치인이라면 국민들이 왜 화가 났는지 파악해야 한다. 정계개편 때문인가? 개헌이 안돼서인가? 부산정권인지 호남정권인지 몰라서인가? 그게 아니다. 민생파탄이다. IMF 이후 당하기만 한 사람들을 어루만져야 한다. 일대 정책전환을 해야 한다. 탈당이나 개헌이 아니다. 한미 FTA는 다음 정권으로 넘기고 그에 대한 연구 작업을 지금부터 하겠다고 선언해야 한다. 이라크 병사들 이제 데려오겠다고 해야 한다. 850만 비정규직도 책임져야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를 보여야 국민들의 화도 진정된다. 그래야 노 대통령도 빛나는 위업은 아니어도 서민을 위했던 대통령으로 기억해 줄 것이다. 노 대통령이 정치를 하려고 하면 안된다. 재벌들 만나지 말고 쪽방 가서 하루 밤 자봐야 한다. 그게 대통령이 할 일이다.

-지역 분위기는 괜찮은데 서울시장 후보의 지지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것은 이유가 뭔가.

=양강 구도가 워낙 세다 보니 신인 후보로서 진입이 어려웠다. 초기 진입 과정에서 자기 이미지를 약하게나마 구축했다면 국면을 타면서 갈 수 있었을 텐데 초반부터 강금실, 오세훈 후보가 워낙 강해서 우리는 존재 자체를 인정받지 못하면서 중반으로 몰려왔다. 그렇게 뒷전에 있었기 때문에 강금실 후보가 당선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된 중반에도 우리 후보는 잊혀져버렸다. 나는 이를 돌파할 수 있는 기획이 부족했다는 점을 시인한다. 남 탓이 아니라 우리가 어려운 조건을 돌파할 만한 능력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민노당이 얻을 표가 역대 선거와 비교해 질적으로 달라진 표라고 보나.

=열린우리당과 다른 당이라는 것이 과거 어느 때보다 분명하다. 당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이 형성됐다. 감동적이었던 것은 나이 든 학력이 낮은 서민들이 내 손을 잡고 놓지 않았던 것이다. 화이트칼라는 나를 보면 TV에서 많이 봤다거나 하는 식인데, 이 사람들은 손을 놓지 않더라. 찡했다. 약자들의 설움이 묻어나는 경험을 많이 했다. 그 사람들은 이제 확연하게 민노당을 구분하고 있다. 서민들의 기대가 모이고 있다.

민노당의 약점은 월소득 150만 원 이하 계층의 지지가 적었던 것이었다. 아직 그 계층의 상당수의 지지를 얻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적지 않게 표가 모이기 시작했다는 것을 느낀다. 후보들 공히 그 점을 느낀다. 이런 표를 적극적으로 모아낼 수 있는 전국적인 통일된 컨셉과, '부자에게 세금을' 등과 같은 정책적 슬로건이 없었던 점은 아쉽다. 잔칫날에 새 음식이 없고 평소 반찬으로 잔치를 하는 상황에 대한 아쉬움이다.

-박근혜 대표 피습사건의 영향을 민노당이 별다르게 받지 않은 이유는.

=사건이 발생한 게 5월20일이다. 이미 그 전에 전국적 판세는 우리당 참패로 나타났다. 박 대표 사건이 굉장히 큰 사건이기는 하지만 기본 판세는 그 전에 정해졌다. 그 원인은 민생파탄 12년간 쌓인 분노 때문이다. 이것은 평소의 정당지지율에 반영이 되지 않는다. 선거 때, '당신도 기회가 있으니 찍어보라'고 하니까 열린우리당 문책론으로 표출된 것이다.

결국 이번 선거는 열린우리당 탄핵이다. 지난 총선이 한나라당의 무모한 탄핵소추 때문에 발생한 한나라당 탄핵이었다면 이번은 12년째 누적된 민생파탄에 대한 불만이 일차적 책임이 있는 집권여당에 대한 탄핵으로 나타난 것이다. 한나라당이 반사이익 얻었지만 오래갈 수 없다. 제2의 화살은 '그 다음 책임은 누구냐'로 나타날 것이다.

열린우리당 사람들은 한나라당에서 성추행이나 공천비리가 나오니까 선거를 쉽게 생각한 모양이다. 밑에서 자기들을 향한 불만이 쌓이고 있었던 걸 몰랐던 것이다. 열린우리당 사람들은 '왜 우리를 미워하느냐'고 한다. 구체적 사건 때문이 아니다. 미워하는 주체가 몹시 불편하다. 너무 힘들고 불편한 상태여서 감정이 독하게 표출된 것이다. 정치권은 이것을 잘 봐야 한다. 희망의 메시지를 주면서 풀어야지 대선 구도의 계산상 불리하다고 해서 정계개편을 던지는 것은 불에 기름을 붓는 것이다.

민주개혁세력은 이미 소임을 다했다

-'12년간의 민생파탄'이라는 것은 DJ정부도 포함한다. 이는 곧 스스로 '민주개혁세력'이라고 자임하는 세력의 집권기다. 이번 지방선거를 단순한 실정에 대한 책임이 아닌, 한 세력의 총체적인 몰락이라고 규정하는 건가.

=집단적 몰락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그러나 민주개혁세력은 DJ를 대통령으로 만들면서 역사적 임무를 끝내고 흩어졌다. 소임을 다하고 역사적으로 흘러갔다. 그런데 지금 다시 민주개혁세력이 모이라는 것은 상도동 동교동 다 모이자는 것인데, 그건 불가능할 뿐 아니라 그런 발상을 가진 정치인 자체가 낡은 정치인이 된다.

정동영 씨뿐만 아니라 김근태 씨도 마찬가지다. 김근태 씨는 '작은 DJ'다. 현실에 몸담고 있지만 과거 정치, 민주-독재 구도에서 의미가 있는 정치인이다. 비교적 양심적이고 도덕적인데도 불구하고 대선후보 지지율이 적게 나오는 것은 김근태 씨가 쇼를 잘 못해서가 아니다. 존재가 주는 이미지 자체가 이미 마감한 시대에서 좋았을 이미지이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들이 DJ를 다시 대통령으로 원하는 것이 아니지 않나. 민주평화개혁세력이라고 하지만, 민주당과 냄새나는 결탁을 포장한 의미밖에 안된다. 정동영 씨나 김근태 씨가 말하는 것은 민주당과의 통합의 필요성이다. 넓게 보면 호남표 재결집을 통해 한나라당을 막자는 것이다. 반면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해서 이강철 김두관 유시민 씨는 아직까지 '열린우리당 정신'을 주장한다. 여권의 갈등은 그 갈등이다.

하지만 열린우리당이 아직 덩치가 큰 정당이기 때문에 반성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열린우리당만 괴로운 게 아니라 나라 전체가 괴롭다. 개헌이니 정계개편이니 이상한 얘기를 하면서 반성을 제대로 못할 때 국민들의 고통이 커진다.

한나라당도 민생파탄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에 이번 지방선거가 약 보다는 독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한나라당 의원들을 만났더니 좋은 사람을 공천하고 싶었는데 사고 칠 사람들만 찾아온다고 하더라. 중간에 무슨 사고 날지 모른다고 하더라. 결과적으로는 열린우리당에 대한 반감이 가장 크게 작용했지만 한나라당도 지역패권이라는 낡은 이데올로기와 변화를 두려워하는 기득권층의 이해관계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일시적인 역학구도에서 득세할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대선이 한나라당의 마지막 선거가 될 수도 있다.

-한나라당이 엄청난 권한을 가진 지방권력을 독점해서야 되겠냐는 게 열린우리당 주장이다. 적어도 이번 선거에서 사표논쟁이 발생하는 지점도 그 대목이다.

=한나라당의 지방권력 독점으로 인한 가장 큰 손해는 국민들이 본다. 주민소환제가 제일 바빠질 것이다. 한나라당 독점을 막아야 한다. 이를 위해 민노당에게 표를 몰아달라는 것이다. 실제로 당선 가능성에선 민노당이나 우리당이나 우열을 구분하기 힘들다. 지방에 내려가면 더 그렇다. 그렇다면 오히려 확실하게 서민을 대변하는 쪽에 표를 몰아줘야 하지 않나. 민노당이 제1야당이 돼서 기득권층을 대변하는 기존의 정책과 맞서 싸우겠다. 열린우리당에 지금껏 그 역할을 시켰지만 제대로 하지도 못했고 앞으로도 못한다. 우리에게 투자하면 투자한 만큼 미래표의 결집을 위한 담보로 작용한다. 투자가치가 훨씬 높다는 얘기다.

-'미래적 투자가치'라는 말을, 구호적 의미를 넘어서서 풀어보면 어떤 것인가.

=내가 50년 된 불판을 갈자고 했었다. 간혹 '판 어떻게 됐느냐'는 얘기를 듣는다. 이번 선거가 출발이 돼서 내년 대선과 내후년 총선은 판을 실질적으로 가는 시기가 될 것이다. 우리 생활을 규정하는 것은 양극화다. 그러면 양 극의 정치적 대표들이 대립하고 경쟁하면서 정치를 풀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한 극의 대표들만 모여서 싸우면서 말로만 양극화 해소를 얘기한다. 지금 서울시장 선거도 청담동 대표와 서초동 대표가 싸우는 격이다.

우리는 이왕이면 상대적으로 괜찮은 보수인 열린우리당과 맞서기를 원했다. 그런데 우리 의지와 무관하게 그쪽은 자책으로 무너졌다. 어쨌든 호남과 영남의 대결 같은 가짜 주제 말고 진짜 문제로 생생하게 붙어보고자 한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판갈이다. 민노당은 갈고닦은 실력으로 다음 대선과 총선을 통해 판갈이를 완성하겠다. 이를 마냥 비현실적이라고 볼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노 의원 표현을 빌자면 내년 대선도 한쪽 대표들의 싸움이 될 가능성이 많다.

=내 말은 총선까지를 본 것이다. 대선에서 한나라당과 민노당이 양강으로 붙는다는 것은 유력한 상황설정이 아니다. 어떻게 변형이 되건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중심의 양강 싸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 싸움에서 민노당이 '1약'은 아닐 것이다. '양강 1중'이거나, 그렇게 출발해서 대선 막판에는 '3강'까지 갈 수도 있다.

그렇게 된다면 선거 후에 양강 중 하나는 없어진다. 한나라당이나 열린우리당 어느 한 쪽이 진다면 지금같은 세력으로 정치를 하지는 못한다. 정치인은 남을지 몰라도 더 이상 세력으로서 명분을 가질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 다음 총선은 이 중 하나가 정리된 상황에서 치러지게 된다.

과거 민노당이라면 이런 기회가 와도 몇 석 불리는 것밖에 못하겠지만, 앞으로는 진보대연합의 중심으로서 우리 사회를 진보로, 왼쪽으로 이동시키는데 기여할 것이다. 세력의 차이가 어느 정도는 있어도 진보와 보수가 양쪽으로 서는 것이 중요하다. 7대3이라도 서기만 하면 변화는 금방 가능하다. 2012년 집권이 지금은 말도 안 되는 얘기 같지만 이런 상황을 내다보면 헛말이 아니다. 2012년 대선에선 진검승부 하겠다. 이는 우리 사회의 정치문화, 사회갈등 구조, 이데올로기적 지형을 변화시킬 것으로 본다.

-민주개혁세력이 무의미하다고 했지만 내년 대선에서도 범여권에게는 전선구분을 위한 화두가 될 것 같다.

=민주-독재 구도는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러나 과거 어느 때보다 결집력과 힘을 잃게 될 것이다. 보수와 진보가 맞붙는 구도는 쉽지 않을 것이다. 다만 이 구도도 작지만 병립하는 구도로 선명하게 가시화될 수 있을 것이다. 열린우리당은 지금 가장 중요한 이슈에서 한나라당과 다르지 않은 기본 노선을 갖고 있으면서 외양만 민주니 386이니 하는 것이다. 강금실 후보의 실패도 그런 것이다. 매력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가장 중요한 것이 없었다. 반찬은 맛있는 게 있었는데 밥이 없었다는 것이다. 만약 강 후보가 한미 FTA가 잘못됐다거나 하는 反신자유주의 노선을 걸어야 나머지 이미지가 보석이 될 수 있었다. 개발론자를 이해한다는 방식으로 가니 마음 좋은 청담동 아줌마밖에 더 되나.

"대선 출마 깊은 고민 할 것"

-노 의원이 말한 대선 플랜을 현실화시키기 위해선 민노당의 주체적 노력이 각별해야 할 것 같다.

=선거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자만하지도, 실의에 빠질 필요도 없다. 냉정해지자. 작년에 민노당 사람들 다들 위기라고 했다. 혁신을 얘기했다. 하지만 우리가 한 것은 지방선거를 치른 것밖에 없다. 아직 혁신 안했다. 늦기 전에 해야 한다. 가장 타성에 젖은 게 진보진영이라는 지적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더 보수적이고 봉건적 문화를 갖고 있다는 지적도 경청해야 한다. 혁신 없이는 전진도 없다. 공격적인 정치를 해나가야 한다. 민노당은 와이셔츠 입은 관료가 아니라 운동화 신고 뛰어다니던 정신, 사욕을 버리고 운동의 대의를 위해 몸을 던지는 정신으로 대중을 설득해야 한다. 대충 남 비판하는 데 몰두하거나 점검하지 않은 정책을 내밀어선 안된다. 민노당이 얻었던 13%는 500만 표다. 어깨가 무겁다.

-아무래도 대중을 끌어들일만한 요인은 인물과 정책이다. 대선을 준비한다면 민노당과 정책을 표상하는 인물의 부각이 필요하지 않을까.

=민노당도 인물로 표현돼야 한다. 다만 그 힘만 가지고는 되지 않는다. 당 내부문제 보다는 바깥 문제를 해결하는데 에너지를 더 많이 배치해야 이 국면을 효율적으로 치고나갈 수 있다. 공격을 하려면 전술에 대한 일치가 중요하다. 개인 인물 몇 명 가지고 우리도 사람 있다는 식으로는 쉽지 않다. 다른 당은 누가 대선후보가 되느냐가 제일이지만 우리는 민심을 어떻게 사로잡을 것이냐가 가장 중요하다.

-민노당의 대선후보군이 언제쯤 가시화되는 게 좋을까.

=내년 상반기에 후보가 정해지는 것에서 역산하면 올 하반기다. 누가 되든 내년 대선은 당을 심판받는 첫 선거다. 지금까지가 당을 만들고 알리고 키우기 위해 뛰어 온 활동이었다면. 이제부터는 또다시 실험이라는 말을 쓸 수 없다. 실전이다. 과거에 하지 않은 경선도 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내부 행사로 추대하는 형식으로 대선에 임했다면 내부의 후보를 정하는 과정 자체를 국민들에게 보여야 한다. 그 과정 또한 심판이기 때문이다.

-노 의원이 출마할 의향도 있나.

=지방선거 전날 그 말을 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또한 그 문제는 간단한 개인 문제가 아니다. 당원들과 민노당 주변의 여러 경륜 있는 분들의 의견을 들어서 결정할 것이다. 지방선거 끝나면 깊은 고민을 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들을 계획은 다 짜놨다.

-민노당의 경선이라면 어떤 아젠다의 대립이 형성될 수 있을까?

=정치 철학과 노선이 될 수 있다. 더 중요하게는 경쟁력일 것이다. 정치철학은 민노당에서는 사유물이 아니다. 대선 후보를 당이 따라가는 게 아니라 당의 철학을 후보가 따라가는 게 민노당이다. 어떤 이미지로 무엇을 펼칠 것이냐와 더불어 중요한 것은 경쟁력이다. 선거는 상대와 겨루는 싸움이다. 상대가 정해지지 않았지만, 윤곽이 그려져 가고 있는 만큼 누가 더 경쟁력이 있느냐가 중요하다. 첫 번째 실전 선거에서 미래를 어떻게 만들어갈 것이냐의 판단이다. 이에 부합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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