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드보카트 감독은 지난 2004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04)에서 네덜란드를 4강에 올려 놓았다. 그 당시 '오렌지 군단' 네덜란드가 선보인 화끈한 공격축구는 윙 포워드 아르옌 로벤의 대활약에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독일 월드컵에서 아드보카트 감독에게 또다른 기쁨을 안겨 줄 한국 대표팀의 윙 포워드는 누가 될까?
딕 아드보카트 감독은 30일 오전(한국시간)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머레이 파크에서 진행된 이틀째 훈련을 끝낸 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평가전에 선발 출장한 선수들이 최고의 조합은 아니다. 2일 펼쳐지는 노르웨이 평가전에서는 변화를 줄 것"이라고 밝혔다.
아드보카트 감독이 언급한 변화 가운데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윙 포워드다. 국내에서 두 차례 치른 평가전에서 아드보카트 감독은 좌우 윙 포워드에 설기현, 이천수를 먼저 투입했다. 하지만 이천수가 휴식 차원에서 노르웨이 전에는 출전하지 않을 게 확실시 돼, 박주영의 선발 출장이 유력한 상황. 실제로 아드보카트 감독은 30일 오전 연습경기에서 박주영을 주전조에 포함시켜 윙포워드로 뛰게 했다.
박주영은 지난 23일과 26일 펼쳐졌던 두 차례 평가전에서도 교체선수로 윙포워드 자리에 투입돼 모두 공격 포인트를 기록했다. 세네갈 전(23일)에서는 정경호의 오른쪽 크로스를 잡아 뒤에 있던 김두현에게 밀어 주며 김두현의 시원한 중거리 포를 가능케 했다. 보스니아 전(26일)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박지성의 패스를 받은 박주영은 가슴으로 공을 트래핑 한 뒤 절묘한 패스로 조재진의 슛 기회를 만들었다.
다만 측면보다는 중앙에서의 플레이를 즐기는 박주영은 지금까지 윙 포워드로서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은 게 사실. 대표팀의 다른 윙 포워드인 이천수, 정경호와는 달리 시원한 측면 돌파에 이어지는 크로스가 많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두 번의 평가전에서 보여준 박주영의 어시스트는 그의 천재성을 보여 주기에 충분했다. 특유의 골 감각과 순간적인 기지로 만들어 내는 어시스트는 여전히 박주영의 최대 장점으로 남아 있는 셈이다.
윙 포워드는 4-3-3 시스템을 쓰고 있는 대표팀에서 매우 중요한 포지션이다. 특히 토고, 스위스와의 경기에서는 윙 포워드들의 컨디션이 경기에 승패를 가를 수 있다. 토고나 스위스의 측면 수비를 담당하는 윙백들이 공격에 가담한 뒤 제 위치로 돌아가기 전에 발생하는 빈 자리가 두 팀의 최대 약점이기 때문이다.
보스니아 전에서 골을 터뜨린 뒤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설기현과 윙 포워드 가운데 최고의 기량을 보이는 이천수가 독일 월드컵 본선에서 선발출장할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 하지만 박주영이 노르웨이와의 평가전에서 선발로 나서 과감한 측면돌파로 아드보카트 감독을 매료시킨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윙 포워드 자원들이 많다는 점에서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천수, 설기현, 박주영, 정경호 외에도 중앙 미드필더 박지성은 언제든지 윙 포워드를 볼 수 있다. 지난 26일 보스니아 평가전 때도 아드보카트 감독은 후반 35분 김두현을 투입한 뒤, 박지성을 윙 포워드로 올려 공격의 고삐를 당겼다.
독일 월드컵에서 아드보카트 감독이 어떤 윙 포워드 조합으로 '새로운 신화'를 만들어 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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