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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경제제재보다 '취약한 무역구조'가 더 문제"

'2006년 북한은 어디로?' 경제편〈9〉북한의 무역과 경제위기

대외무역과 지원이 유지하고 있는 북한경제

북한이 '자립경제'의 궤도를 이탈한 것은 오래된 일이다. 1990년대 북한의 경제위기가 이를 입증한다. 1980년대 중반 이후 북한에 원자재와 자본재의 상당부분을 공급했던 소련이 급격히 붕괴하자 북한경제도 함께 추락했던 것이다. 북한이 '자립경제'를 유지했었다면 소련 붕괴의 영향이 그리 크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당시 소련과의 무역이 북한무역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었고 소련은 국제시세보다 싼 '우호가격'으로 북한을 지원해 왔다. 그러던 소련이 붕괴되면서 더 이상의 지원이 불가능하게 되자 북한은 심각한 경제난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현재도 북한경제는 대외무역과 지원에 힘입어 유지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0년 이후 북한의 무역은 매년 15% 정도 증가했으며 국민소득은 연평균 2%로 증가해 왔다. 사실상 이 기간 동안 무역이 확대되지 않았다면 북한경제는 양(+)의 성장을 유지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무역은 북한의 시장경제 진전에도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수입된 물품들은 북한의 시장에서 거래되면서 시장경제 확대를 촉진하고 있다. 특히 중국산 물품은 북한 시장거래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무역이 와해된 북한의 생산을 대체해 왔음을 시사해준다.

북한의 실제 외화부족 규모는 무역적자의 10% 수준에 불과

북한의 무역은 북한경제가 양(+)의 경제성장으로 돌아선 1999년 이후 크게 증가해 왔다. 남북교역액을 포함해 1990년대 중후반 20억 달러 내외에 머물던 무역규모가 2005년에는 40억 달러로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 KOTRA, <북한의 대외무역동향> 각 년도. ⓒ 프레시안
※ 이 표는 북한의 무역 규모 중 남북교역액을 제외한 통계치로, 2005년 남북교역액을 제외한 북한의 무역 규모는 30억200만 달러다. 여기에 지난해 남북교역액 10억5600만 달러를 더하면 2005년 북한의 총 대외무역은 40억5800만 달러 수준이 된다.

그러나 매년 북한의 수출액과 맞먹는 10억 달러 정도의 무역적자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북한의 무역은 증가해 왔는데, 이는 무역적자가 어떤 방식으로든 보전되었기 때문에 가능하다. 그런데 최근까지도 대규모의 무역적자가 어떻게 보전되고 있는지 베일에 가려 있어 일각에서는 무역적자를 불법자금으로 보전한다는 추측마저 제기되기도 했다. 미국 또한 북한의 불법자금이 무역적자를 보전하는 데 쓰인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실체를 들여다보면 거의 대부분 합법적인 방식으로 보전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통관 통계로 작성된 북한의 수입 중에는 외화를 지불하지 않고 들여오는 무상지원, 지원성 차관, 그리고 실물투자 등이 포함돼 있다. 따라서 이들을 제외하면 실제 부족한 외화규모는 그리 크지 않다. 게다가 관광수입, 해외파견 식당 및 근로자들의 수입, 친지들의 송금 등 무역외수입(收入)을 고려하면 외화부족 규모는 무역적자의 10% 정도에 불과하다. 즉 미국을 포함하여 많은 사람들이 막연히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적은 규모다.

따라서 대북제재가 미국이 기대하는 것만큼 북한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이다. 물론 외화부족 규모가 무역적자의 10%에 불과하다 하더라도 피폐한 북한의 경제상황을 고려할 때 적다고만 할 수는 없다. 또한 상당수 은행들이 북한의 불법거래에 연루될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북한과의 거래에 보다 신중을 기하고 있어 북한의 정상적인 대외거래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무역적자가 거의 대부분 정상적으로 보전될 뿐만 아니라 부족한 외화 규모도 작아 미국의 대북제재가 북한경제를 뒤흔들 만큼의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판단된다.

오히려 문제는 취약한 무역구조에 있다

오히려 문제는 취약한 북한의 무역구조에 있다. 우선, 북한의 무역경쟁력은 매우 열악하다. 수출은 거의 대부분 1차상품이거나 가공도가 낮은 제조상품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수산물이 3분의 1 정도를 차지해 왔다. 반면 수입은 식량과 생필품을 제외하면 생산에 투입되는 원자재 및 자본재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 북한 경제를 흔드는 가장 큰 원인은 취약한 무역구조에 있다. 사진 지난 10일 조선중앙통신에 공개된, 돼지 공장을 둘러보고 있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모습. ⓒ EPA

이처럼 1차상품 위주의 수출구조를 유지하는 후진국의 경우 수출을 늘여도 궁핍해지는 '궁핍화 성장'의 가능성을 안게 된다. 북한도 2005년부터 이러한 징후가 부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2000년대 북한의 가장 큰 수출품목인 수산물의 수출단가가 2005년부터 급격히 하락하면서 수산물의 수출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으며 올해 수출 감소의 가능성마저 보이고 있다. 또한 수출경쟁력이 있는 품목은 무연탄, 비금속 등 광산물과 일부 위탁가공품 등으로 제한되고 있다.

둘째, 북한의 무역은 일부 국가에 편중돼 있으며 지원성 무역의 비중이 매우 높다. 2005년 중국은 북한무역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으며 남한은 25% 정도를 차지하고 있을 만큼 두 나라에 대한 의존도는 높다. 또한 남한, 중국, 그리고 국제사회로부터 무상 또는 차관 형태의 지원이 북한 수입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인도적 차원에서 남한으로부터 제공되는 쌀, 비료 등은 북한의 식량난 해소에 결정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인도적 지원과는 성격이 다르지만 개성공단, 광산개발 등 남한과 중국의 대북투자가 최근 크게 증가하고 있어 이들 국가에 대한 의존도는 점차 증가하고 있다.

개혁·개방의 확대를 통한 무역경쟁력 제고가 살 길이다

북한의 경제회생과 지속적인 성장은 무역의 활성화에 달려 있다. 소규모 빈국인 북한이 세계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는 방식은 수출증대 외에는 없기 때문이다. 수출증대를 위해서는 1차상품 위주의 수출구조에서 탈피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대규모 외자 및 선진기술의 유치가 절실하다. 북한정부가 최근 외자기업의 임금을 크게 인하하고 세제를 개선하는 등 외자유치를 위해 보다 현실적이고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며칠 전 철도시범운행을 돌연 취소했던 것처럼 북한의 정책이 일관된 것만은 아니다.

과거 1980년대 중후반 소련의 대북한 지원성 무역은 일시적으로 북한경제를 유지하는 데 기여했지만 북한의 경제개혁을 지체시킴으로써 취약한 경제구조를 온존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하였다. 지원이 확대되면서 개혁의 필요성이 퇴색해버린 것이다.
▲ 북한은 무역과 외부의 지원을 개혁 개방을 위한 계기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 ⓒ EPA

북한의 현 경제상황과 주변환경이 그때보다 개선되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북한이 과거처럼 개혁을 뒷전으로 미뤄둔 채 지원성 무역에만 의존한다면 빈곤의 늪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북한은 무역과 외부의 지원을 개혁·개방을 확대하는 계기로 적극 활용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런 측면에서 남한정부의 대북지원 또한 북한주민의 생존을 위한 인도적 지원은 지속해야 하지만 개발지원은 북한의 개혁·개방과 연계하여 추진해야 한다. 북한이 우호적인 투자환경을 조성하고 적극적으로 제도개혁을 추진하지 않는 한 개발지원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 '2006년 북한은 어디로?' 시리즈는 <프레시안>과 <북한연구학회>의 공동기획으로 매주 월요일과 금요일에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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