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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치주의를 향한 獨 흑인전사 아사모아의 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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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치주의를 향한 獨 흑인전사 아사모아의 절규

아사모아 "나를 슬프게 하는 건 인종차별"

2006년 독일 월드컵 조직위원회는 훌리건의 난동보다 신나치주의자들의 테러 가능성을 더욱 우려하고 있다. 독일에서 '외국인 혐오증'과 '인종차별'로 무장된 신나치주의자들이 유색인종에 대해 테러를 저지르는 사건이 최근 들어 잇달라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 내 아프리카인들의 권익보호를 하기 위해 설립된 아프리카협의회는 지난 4월 독일 지역 내에서 인종차별주의자들의 공격이 예상되는 우범지대를 지도로 만들어 월드컵을 맞아 독일을 방문하는 아시아,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배포할 뜻을 밝혔다. 아프리카협의회가 꼽은 주요위험 지역은 베를린, 브란덴브루크, 작센, 작센안할트 등 동독 지역에 집중돼 있다.

잉글랜드, 프랑스, 네덜란드 등 다른 유럽 팀과는 달리 독일에는 흑인 축구 선수가 거의 없었다. 통일이 늦었던 독일은 19세기 말 제국주의 경쟁에서 아프리카 지역 등에 거의 식민지를 건설할 기회를 갖지 못했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과거 식민지 국가들로부터 유입되는 선수들을 거의 갖지 못한 독일 축구대표팀은 유럽에서 '축구 순혈주의'를 가장 잘 유지해 온 나라였던 셈이다.

하지만 1999년 독일에서 역사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백인과 흑인의 혼혈이 아닌 순수 흑인으로는 처음으로 게랄트 아사모아가 독일 대표팀 유니폼을 입게 된 것. 가나 출신으로 1990년 독일로 이민을 온 아사모아는 대표팀 데뷔 전에서 골을 넣었고, 2002년 한일 월드컵에도 참가했다.
▲ 독일의 흑인전사 아사모아가 신나치주의자들의 테러가 금지돼야 한다는 발언을 했다. ⓒwww.dw-world.de

이렇듯 독일 축구 역사에서 큰 의미를 갖는 흑인 선수 아사모아는 28일(현지시간) 독일 일간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과의 인터뷰에서 "독일 월드컵 기간에 신나치주의자들의 테러가 엄격하게 금지돼야 한다"고 밝혔다.

신나치주의자들은 '아사모아, 넌 독일인이 아니야'라는 글귀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다닐 정도로 아사모아를 탐탁치 않은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아사모아는 "이런 것이 나를 괴롭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정당한 방법으로 대응하겠다. 나는 (신나치주의자들로부터) 신변의 위협을 느끼지는 않는다. 하지만 몇몇 (흑인) 친구들은 길거리에서 모욕을 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사모아는 축구장 내에서 자행되는 인종차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축구장에서 인종차별은 계속 발생하고 있다. 과거에 가장 심했던 경우는 내가 바나나 세례를 받았을 때였다. UEFA컵 대회에서는 내가 공을 갖고 있으면 팬들이 원숭이 소리를 낸 적도 있었다. 인종차별은 나를 계속 슬프게 한다"고 말했다.

아사모아는 "사람들은 내게 '왜 인종 차별이 벌어지는 국가인 독일을 위해 뛰냐'고 물어보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독일에서 편안함을 느낀다. 나는 이미 오랜 기간 동안 독일에서 살아 왔기 때문이다"라며 "은퇴한 뒤, 내가 수행해야 할 과제는 극우주의와의 투쟁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FIFA(국제축구연맹)는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 그라운드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인종차별 행위를 근절시키기 위해 사상 최초로 '승점 삭감제도'를 만들었다. 월드컵 등 FIFA가 주관하는 모든 대회에서 팀 스태프나 관중이 특정 선수나 팀을 상대로 인종차별 언동을 할 경우 해당 팀의 승점 3점을 깎겠다는 게 이 제도의 골자다.

물론 제도 자체가 적용 기준과 관련해 다소 이견을 낳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제 축구장에서 자주 일어나는 인종차별이 그저 경기 외의 사회적 현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직접 경기결과에 반영될 수 있는 축구적 요소가 된 셈이다. 인종차별을 앞세운 신나치주의자들이 월드컵을 맞아 물만난 고기처럼 활개를 펼 것으로 보이는 독일 등 여러 국가들이 조심해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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