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파트리스 르콩트 |
출연 파브리스 루치니, 상드린 보네르
수입,배급 유레카픽쳐스 |
등급 15세 관람가 |
시간 103분 2006 |
개봉관 씨네큐브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감독 이름만으로도 주저없이 작품을 선택할 때가 있다. <친밀한 타인들>은 그런 영화다. 영화를 만든 파트리스 르 콩트때문에라도 일단 눈길이 가고 종영이 되기 전에 빨리 극장을 찾아가고 싶게 만든다. 르콩트의 전작 <살인혐의>나 <사랑한다면 이들처럼> 그리고 <걸 온 더 브릿지>같은 영화들을 떠올리면 이 사람의 신작을 빨리 보고 싶어진다. 르콩트는 현대사회에 몇 남아있지 않은 로맨티스트 그리고 탐미주의자 중의 한명이다. 그는 아직도 사랑이란 걸 믿고 있는 것처럼 군다. 근데 그게 그리 거북하지 않은 것이 르콩트는 그 사랑이란 걸 매우 탐미적으로 그릴 줄 아는 아티스트이기 때문이다. 그의 영화는, 내일 죽더라도 저런 사랑 한번 해봤으면 하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그를 두고 흔히들 인간 내면 깊숙이 숨어있는 감정,감성,욕망을 끄집어내는데 섬세하면서도 탁월한 솜씨를 지녔다고 평한다. 그런 면에서 그는 진정한 장인의 솜씨를 뽐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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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밀한 타인들 Confidences Trop Intimes ⓒ프레시안무비 |
이번 영화 <친밀한 타인들>도 마찬가지다. 일단 설정이 좋다. 남편과 사이가 점점 틀어지고 있는 여인 안나(상드린 보네르)는 심리치료사를 찾아 간다는 것이 재정상담가, 곧 회계사인 윌리엄(파트리스 루치니)을 찾아가 자신의 고민을 털어 놓는다. 전처인 잔느(안느 브로쉐)를 잊지 못하며 살아가는 윌리엄은 자신 앞에 갑자기 나타난 안나에게 점점 빠져들게 된다. 윌리엄은 안나에게 곧 자신은 심리치료사가 아니라 재정상담을 하는 사람일 뿐이라고 얘기하지만 이미 둘 사이의 교감은 서로의 존재가 무엇이든 상관이 없는 상태가 돼버렸다는 것이 문제다. 생각해 보면 심리치료나 재정상담이나 인간의 욕망의 일부를 가운데 놓고 대화를 나눈다는 측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 부부나 연인 같은 남녀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은 대개가 서로의 욕망을 채워주지 못하거나 그 욕망의 종착지가 어긋나는데서 비롯된다. 재정상담, 곧 돈의 문제라는 것도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끝없는 욕망이 그 올바른 귀착지를 찾지 못하는데서 시작되는 것일 수 있다. 따라서 윌리엄이 안나의 상담역이 되고 점점 더 그 역할에 빠져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수 있다. 다만 문제는 상담을 하는 사람이든 당하는 사람이든 그 해답을 찾기가 어렵다는 데 있다. 어쩌면 그게 바로 인생이기 때문이다. 그것이야말로 바로 사랑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불가지(不可知)한 것에 대한 사람들의 끝없는 욕망. 그것 때문에 많은 인생 드라마가 펼쳐지는 법이다. 두 사람이 만나는 매우 '친밀하고' '농밀한' 공간에도 불구하고 르콩트는 끝내 두 남녀를 섹스하게 만들지 않는다. 둘은 한 공간에서, 같은 욕망에 시달리며 허덕대지만 결국 그들의 문제는 그들 자신 스스로 먼저 해결하는 노력이 선행되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래서 그들은 결국 타인으로 남는다. 이 영화의 제목이 '친밀한 타인들'인 것은 그때문이다. 파열음을 감춘, 그 뜨거운 마음을 슬며시 억누르는 영화를 보기란 때론 지루한 법이다. 근데 그건 우리가 만났다 하면 바로 침대로 직행하는 할리우드식 어법의 로맨스 영화에 너무나 익숙해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섹스를 하지 않으면서도 사랑에 대해 고민하는 두 남녀의 모습은 낯설지만 흥미롭다. 르콩트 영화의 매력은 바로 이 지점에서 찾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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