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류승완 |
출연 류승완, 정두홍, 이범수
공동제작 외유내강, 서울액션스쿨
등급 18세 관람가 |
시간 92분 | 2006년
상영관 CGV, 메가박스, 서울극장, 대한극장 강력반 형사생활을 하다 10여 년만에 고향인 온성을 찾은 태수(정두홍)는 친구 왕재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을 뒤쫓다 본정통 거리에서 10대 패거리들의 습격을 받는다. 그저 단순한 어린 깡패들이 아니다. 교복을 입은 여학생에서부터 힙합 패션 차림의 이 '양아치'들은 각목과 쇠파이프, 야구 배트와 하키 스틱 그리고 자전거 체인 등등 가공할 무기들을 휘두르며 태수를 괴롭힌다. 아무리 무술 고단자지만 떼거지로 달려드는 이 광포한 10대들을 그 역시 어쩌지 못한다. 처음엔 단순한 '반항' 정도로 생각했던 태수는 아이들이 자신의 목숨을 노린다는 사실을 알고 점점 더 공포에 휩싸인다. 일생일대의 싸움에 휘말린 태수는 위기절명의 순간에 자신의 또 다른 친구인 동환의 동생 석환(류승완)의 도움으로 간신히 죽음의 계곡에서 탈출한다. 현장을 벗어나 석환과 차를 타고 가면서 태수는 중얼거린다. "쪽팔리게 고향에 와서 다구리나 당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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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패 ⓒ프레시안무비 |
화려한 액션의 합을 구가한 신세대급 영화로 치부되는 감이 있지만 류승완의 신작 <짝패>는 오히려 매우 클래시컬한 정서를 담아내고 있는 작품이다. 이상하게도 영화 내내 고전적 다찌마와리 영화의 분위기가 느껴지며 더 이상하게도 영화는 지금의 지지부진한 국내 영화판을 향해 크게 한발 내딛으려는 과단의 행동을 보이는 것처럼 느껴진다. 무엇보다 <짝패>는 이 세상의 저류에 얼마나 심각한 일들이 진행되고 있음을 감지해내고 있는 영화다. 이건 단순한 액션물이 아니다. 여기에는 30대 초반의 류승완 감독이 이 사회를 향해 거침없이 내뱉는, 날 선 항변이 담겨져 있다. <짝패>가 다부진 느낌의, 그래서 사회성이 매우 강한 작품으로 느껴지는 건 그 때문이다. 태수가 '쪽팔려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다구리'를 당해서가 아니다. 고향 온성은 관광지 특구가 된다 뭐다 해서 엄청나게 변해 있으며 그 변화는 사람들의 무지막지한 폭력 근성을 끄집어내고 있는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고향, 고향하면서 살았던 태수 자신은 그런 변화를 전혀 감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셈이다. 태수가 부끄러워하는 이유, 그래서 자조섞인 한숨을 내쉬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짝패>는 2005년 충남 온성이란, 실재하지 않으면서도 그럼으로써 더욱더 실재하는 듯한 가상의 소도시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펼친다. 어린 시절 죽마고우였던 왕재(안길강)의 부음을 듣고 고향을 찾은 태수는 장례식장에서 오랜 고향친구들인 필호(이범수)와 동환(정석용), 석환(류승완) 형제와 재회한다. 왕재의 갑작스런 죽음에 의문을 품은 태수는 서울로의 복귀를 잠시 보류하고 며칠 더 고향에 남기로 한다. 석환과 함께 왕재의 죽음을 조사하던 태수는 뜻밖의 사실, 그러니까 왕재를 필호가 살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경악한다. <짝패>는 친구의 복수를 하려는 두 남자, 두 '짝패'의 이야기인 것만은 분명하지만 그 안에는 찌든 삶에 몸부림치는 이 세상 아랫 것들의 심란한 마음들이 담겨져 있다. 선과 악의 사는 '꼴'들은 그리 큰 차이가 없다. 지방의 한 소도시를 무대로 조그만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싸우는 영화 속 인물들은 알고 보면 거기서 거기, 비루하긴 마찬가지다. 서로의 등과 배에 칼을 꽂고 몸서리친다 한들, 인생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 제작에서부터 감독 그리고 실제의 무술연기까지, 그래서 마치 자신이 맡은 인물 석환이 540도 발차기를 하듯, '원 맨 밴드식' 영화 만들기를 감행한 류승완은 영화속 소도시 온성의 모습을 이 세상의 축소판으로 그려내려 했다. 그에게 있어 액션은 장르가 아니라 형식일 뿐이며 누아르는 자본주의의 그늘을 그릴 수 있는 적합한 도화지일 뿐이다. 그의 이번 영화를 액션이니 누아르니 하는 수식어들로 도배를 하는 것이 부당한 건 그때문이다. 가장 상업적인 장르라고 간주되는 액션영화를 통해 세상의 명암을 보여주는데 성공했다는 것은 이걸 만든 감독이 어느 순간엔가 세상사와 인간사에 대한 성찰과 통찰의 과정을 관통해 냈음을 의미한다.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로 시작해 <피도 눈물도 없이>와 <아라한 장풍 대작전> 그리고 <주먹이 운다>를 경유하면서 류승완은 단순한 감독이 아니라 거장들의 숨결과 호흡을 고르게 연마한 예비 작가주의 감독임을 입증하는데 성공했다. 무엇보다 그는 이번 영화를 통해 그 자신이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아마도 그점은 다른 많은 기성 감독들에게 적잖은 자극이 될 것이다. 류승완의 이번 영화가 흥행면에서도 성공하기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은 것은 그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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