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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표 공격한 지충호는 보호감호제도의 피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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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표 공격한 지충호는 보호감호제도의 피해자"

인권운동사랑방 "보호관찰자에 대한 편견 깨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피습 사건 이후 보호관찰 대상자에 대한 감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박 대표를 커터칼로 공격한 지충호 씨가 지난해 가출소한 보호관찰 대상자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나온 목소리다.

24일 <조선일보>는 현재 행적이 파악되지 않고 있거나 지명수배 중인 보호관찰 대상자가 1169명에 달한다며, 이들을 '움직이는 시한폭탄'이라고 지칭했다.

지 씨의 경우처럼 가출소한 보호관찰 대상자가 다시 범죄를 저지른 사례가 종종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같은 주장에 힘이 실렸다.

'잠재적 범죄자' vs '국가가 저지른 인권 유린의 피해자'

24일 인권운동사랑방(사랑방)은 이런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논평을 냈다. 사랑방은 "커터칼의 피해자는 누구인가"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보호감호제도를 규정한 사회보호법은 "1980년 군사쿠데타 직후 전두환 정권이 정권의 정당성 확보를 위해 만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 법이 25년간 존치돼 오면서 심각한 인권유린을 낳았다고 덧붙였다.

보호감호제도는 상습적인 범죄를 저지른 사람의 형기가 끝난 뒤에도, 사회와 계속 격리시키기 위해 7년 이내의 기간 동안 보호감호소에 수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청송보호감호소에서 보호감호대상자가 겪는 폭력과 강제노역이 일반인의 상상을 넘어서는 수준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권침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형기가 끝난 사람에게 다시 처벌을 가한다는 점에서 이중처벌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시민단체들로부터 종종 위헌이라는 지적을 받았던 보호감호제도는 지난해 8월 폐지됐다.

사랑방의 논평은 "피해자가 된 가해자와 가해자가 된 피해자, 역사의 모순 속에 더 이상 가해자와 피해자는 없어야 한다"라는 문장으로 끝난다. 보호감호제도를 만든 군사 정권에 부역했던 이들이 포함된 정당의 대표가 사건의 피해자가 되고, 보호감호제도의 피해자가 사건의 가해자가 된 상황을 가리키는 것이다.

다음은 인권운동사랑방의 논평 전문이다.

'커터칼'의 피해자는 누구인가

갑작스런 커터칼의 공격으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신체적, 정신적 외상을 입었다. 박 대표에게 달려들었던 지충호 씨의 법정구속이 확정됐고, 언론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혹을 제기하며 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가 핸드폰 통화도 오래 하더라는 시비까지 걸고 있다.

정치권은 발 빠르게 '표 계산'을 굴리며 수사가 채 끝나기도 전에 이번 사건을 '정치 테러'로 확정지었고, 커터칼이 몰고 온 '사회적 외상'을 성찰로 이어가지 못 하고 있다.

박 대표가 피해를 입은 것은 분명하다. '카터칼'의 폭력이 있어서는 안 될 일인 것도 분명하다.

하지만 지 씨의 배후에 누가 있건 없건, 그가 호소한 울분을 외면한 채 오직 박 대표와 한나라당만이 유일한 피해자인 양 몰아가는 정치권과 언론의 태도는 깊은 우려를 자아낸다.

"전두환 정권이 보호감호제를 만들어 내가 이 고생을 한다. 한나라당은 그 후예"라며 용의자 지 씨가 호소한 울분은 어느새 '수사 비협조'로 둔갑하고 말았다.

지 씨는 1998년부터 청송보호감호소로 이감되어 지난해 8월 가출소 할 때까지 총 14년 4개월간 복역한 후 3년간 보호관찰대상 처분을 받았다. 전과범이자 보호관찰대상이라는 이유로 그는 '움직이는 핵폭탄'으로 낙인찍히고 말았고, 이번 사건으로 '소재가 불분명한 범죄 경력자' 1000여 명이 덩달아 '걸어다니는 시한폭탄'이 되었다.

이번 사건이 보호관찰 기간 중에 발생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폐지된 사회보호법과 보호관찰제도는 예의 그 '지독한' 차별적 편견과 함께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사회보호법이 무엇이었나. 1980년 군사쿠데타 직후 전두환 정권이 정권의 정당성 확보를 위해 만든 사회보호법은 이중처벌과 인권유린의 산실이 아니었던가. 청송보호감호소 안에서 벌어졌던 무자비한 폭력과 잔혹한 강제노역은 상상하기조차 힘들 만큼 끔찍한 것이었으나, 피해자들의 존재는 사회로부터 잊혀졌다.


2002년부터 7차례나 피보호감호자들이 곡기를 끊고 사회보호법으로 인한 인권침해를 온몸으로 고발하고 잠든 양식을 일깨운 뒤에서야 25년이나 계속됐던 제도적 폭력은 비로소 중단됐다. 사회보호법이 지난해 폐지되기까지 양산해 온 피해자만 해도 무려 1만3413명에 이른다.

그러나 피보호감호자들에 대한 편견과 차별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 강하게 똬리를 틀고 있다. 정치권이 표계산에 일희일비하며 박 대표의 피해만을 부각시키는 동안, 대물림되는 가난 속에서 범죄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해 전과자가 된 후 제대로 된 사회적응 훈련은 고사하고 사회적 차별과 배제에 내몰려 온 1만여 명의 '지충호'는 지금도 사회보호법의 어두운 유산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

국가가 자행해 온 제도적 폭력에 대한 공식 사과가 단 한 차례도 없었음은 물론이다. 그럼에도 정치인들은 물 만난 물고기처럼 '국가테러'에 의해 25년 동안 희생되었던 이들을 '핵폭탄'으로 몰아대며 감시와 통제 강화만을 되뇌며, '이중의 피해'를 만들어내고 있다.

커터칼로 인한 사회적 외상은 우리 모두에게 남아 있다. 외상의 치유는 역사에 대한 반성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사회보호법의 피해자들에 대한 치유와 지원도 절실하다. 피해자가 된 가해자와 가해자가 된 피해자, 역사의 모순 속에 더 이상 가해자와 피해자는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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