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세네갈과의 경기에서 한국은 공격과 수비의 균형을 이루지 못했다. 특히 중원에서 상대를 압박하지 못하고, 패스의 정확도가 떨어지는 등 뭔가 맥이 빠져 보였다. 다른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박지성, 김남일, 이을용, 이영표 등 2002년 4강 신화의 멤버들이 빠진 게 결정적이었다.
그렇다면 아드보카트 감독은 왜 이 선수들을 세네갈과의 경기에 출전시키지 않은 걸까?
아드보카트 감독은 22일 "김남일이 훈련 도중 경미한 부상을 당해 세네갈 전 출장이 힘들다"고 못을 박았다. 반면 이영표, 박지성, 이을용 가운데 적어도 1~2명은 세네갈 전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지적이 많았다. 토고의 맞춤형 상대인 세네갈 전에서 좋은 결과를 내야 선수들이 자신감을 찾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드보카트 감독은 몸 컨디션이 정상이 아닌 상황에서 이들에게 무리한 출장을 시킬 필요가 없다는 쪽으로 마음을 굳혔다. 자칫하면 '모의고사' 때문에 '월드컵 본고사'를 망치는 소탐대실을 할 수 있었기 때문.
아드보카트 감독은 23일 세네갈 전이 끝난 뒤 "이영표, 박지성, 이을용은 유럽에서 힘든 시즌을 보내고 왔다. 특히 이영표는 시즌 모든 경기를 소화했다. 박지성도 오후에 강도 높은 훈련을 하고 왔다. 휴식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무리수를 두지 않는 게 좋다는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세네갈 전에서 돌다리도 두드려가며 건너는 심정으로 휴식이 필요한 '유럽파' 대신 젊은 선수들을 내세웠다. "미드필더에도 오늘보다 나이 많은 선수들이 출전할 수 있다. 젊은 선수들이 얼마나 팀에 힘을 보탤 수 있을지 보는 경기"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 박지성 자리에는 선제골을 넣은 김두현이 위치했고, 이을용은 백지훈으로 대체됐다. 이영표의 빈 자리는 김동진이 메웠다.
한국은 세네갈과의 경기에서 적지 않은 문제점을 노출한 게 사실이지만 한 시즌 동안 살인적 일정에 지친 '유럽파 3인방'은 달콤한 휴식을 맛볼 수 있었다. 부족한 부분은 훈련을 통해 가다듬고, 남은 세 차례 평가전을 통해 개선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주축 선수들의 누적된 피로는 월드컵 본선에서 경기력 저하로 연결될 수 있다. 아드보카트 감독이 "지금의 경기 결과는 중요하지 않다. 모든 것은 토고 전에 맞춰져 있다"고 말한 이유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