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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학교 청소년들, "우리를 이상하게 보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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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학교 청소년들, "우리를 이상하게 보지 마세요"

버스 탈 때 "청소년" 멘트 사라져…정책적 배려 필요

17살 김 모 군은 오전에는 버스를 타려 하지 않는다. 입시경쟁이 치열한 학교의 분위기를 견디기 힘들었던 김 군은 결국 학교를 그만두고 집에서 혼자 공부하는 청소년이다.
  
  김 군이 오전에 버스를 타기 싫어하는 것은 청소년용 교통카드를 사용할 때 나오는 "청소년입니다"라는 안내멘트 때문이다. 김 군은 이런 멘트를 들을 때마다 거북해진다고 말한다. 다른 승객들이 자신을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오전에 버스를 타는 청소년은 수업을 빠뜨리고 나다니는 중·고등학생이라고 여겨질 게 뻔하기 때문이다.
  
  버스탈 때 "청소년입니다" 안내멘트 사라진다…탈학교 청소년에 대한 배려
  
  이제 김 군은 이런 거북함을 더 이상 느끼지 않아도 된다. 23일 국가청소년위원회(청소년위)는 서울시와 합의해 "청소년입니다"라는 안내멘트를 더 이상 내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교통카드의 안내멘트는 성인이 청소년용 교통카드를 사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된 것이다. 그러나 청소년위는 "교통카드의 안내멘트가 당사자의 동의 없이 특정신분을 일반 대중에게 노출시킴으로써 청소년의 인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승차자의 신분을 노출시키지 않으면서, 운전자가 요금 할인대상을 구별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최영희 청소년위 위원장은 앞서의 김 군처럼 정규학교에 다니지 않는 청소년(탈학교 청소년)들을 위해 이번 조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정규학교에 다니지 않는 청소년을 낯설어하는 이들이 많은 장소에서 탈학교 청소년들이 느낄 수 있는 당혹감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청소년위는 서울시 외의 다른 지방자치단체에도 이 사례를 알리고 협조를 구할 방침이다.
  
  학령기에 속한 청소년이 모두 학생인 것은 아니다
  
  한편 청소년위의 이번 조치가 발표되자, 이제까지 정부가 탈학교 청소년에 대해 너무 무관심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자퇴생의 전화'와 민들레 청소년 사랑방 등을 통해 탈학교 청소년을 위한 활동을 해 온 김경옥 씨는 청소년위의 이번 조치에 대해 "뒤늦은 감이 있지만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
  
  김 씨는 "우리 사회는 학령기에 속한 청소년을 무조건 학생으로 분류해 왔다"며, 학령기에 속해 있으나 학생이 아닌 청소년은 각종 정책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왔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이번 조치가 정부 당국자들이 탈학교 청소년들의 존재를 고려해 각종 청소년 정책을 입안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탈학교 학생의 문화시설 이용 위해 청소년증 발급… "여전히 심리적 위축감"
  
  김 씨는 탈학교 청소년들이 일반 학교에 다니는 청소년들에게 보장된 권리를 충분히 누리지 못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런 경우는 주로 탈학교 청소년들이 자신의 신분을 증명할 방법이 없는 데에서 비롯된다. 탈학교 청소년은 미성년자인 까닭에 주민등록증이 없다. 또 학교에 다니지 않으므로 학생증도 없다.
  
  그래서 탈학교 청소년들은 영화관이나 놀이공원을 이용할 때 다른 중·고등학생들에게 적용되는 각종 청소년 할인 혜택을 누릴 수 없다. 영화관이나 놀이공원에서 이용자가 청소년임을 입증하기 위해 학생증을 제출할 것을 요구하는데, 이들은 학생증이 없기 때문이다. 또 공공도서관에서 책을 빌릴 때도 문제가 생긴다. 도서관에 맡길 신분증이 없기 때문이다.
  
  청소년 단체들은 이같은 문제를 오래 전부터 공론화해 왔다. 이런 노력이 성과를 거두어 3년 전부터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희망하는 청소년들에게 청소년증을 발급하고 있다. 영화관이나 놀이공원에서 청소년임을 입증할 것을 요구할 때 청소년증을 제출하라는 것이다. 또 그것을 신분증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청소년증을 발급한 것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청소년증의 발급이 전국적으로 실시되는 게 아니고 널리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만도 아니다. 일부 지차체에서 발급하는 청소년증은 또 다른 문제를 안고 있다.
  
  중학교 3학년 때 학교를 그만둔 김 모(17세) 군은 "학생과 탈학교 청소년 모두를 아우르는 청소년증이 나와야 한다"라고 말했다. 학생증 대신 청소년증을 갖고 다니는 것 자체가 학생이 아님을 입증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스스로 탈학교 청소년임을 드러내고 싶지 않은 경우에는 청소년증을 제출할 때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탈학교 학생에 대한 정부의 정확한 통계 없어
  
  현재 국내의 탈학교 청소년은 3만 명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외국인 이주 노동자의 자녀 중 학교에 다니지 않고 있는 청소년을 포함하면 이 숫자는 더욱 늘어난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정확한 통계 수치는 아직 나와 있지 않다.
  
  청소년단체 관계자들은 탈학교 청소년에 대해 정책적 관심을 기울일 것을 꾸준히 촉구해 왔다. 그러나 이들의 목소리에 정부 당국이 구체적인 반응을 보인 경우는 드물었다. 당연한 일이다. 막상 정책을 마련하려 해도, 정부 당국이 탈학교 청소년에 대한 통계 자료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탈학교 청소년에 관한 정책은 청소년위에서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청소년위 관계자는 "탈학교 청소년은 학교에 입학한 뒤, 그만둔 경우와 아예 학교에 입학조차 하지 않은 경우 등을 모두 포함한 개념이라 정확한 통계를 내는 것은 어렵다"라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 역시 "학교에 입학한 뒤, 그만둔 학생에 대한 통계 자료는 매년 생산하고 있지만, 그보다 광의의 개념인 탈학교 청소년에 대한 통계는 내지 않고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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