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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소설이 꼭 훌륭한 영화가 되진 않아"

[이슈인시네마] 전세계 동시개봉 〈다빈치 코드〉, 냉담한 반응 이어져

화제의 영화 <다빈치 코드>가 18일 오전 8시, 전국 400여 개 스크린에서 동시개봉됐다. 이번 개봉은 국내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타임 스케줄을 정확히 맞춰 동시에 이루어진 것. <다빈치 코드>는 사전에 영화관계자 및 전문가들에게조차 시사회를 통해 공개되지 않아 영화개봉 자체에 큰 관심이 모아져 왔다. 개봉과 동시에 이 영화를 본 평론가와 영화저널들은 그러나, <다빈치 코드>가 화제만큼 '대단한' 작품은 아니라는 반응들. 특히 17일 저녁 7시 프랑스 칸영화제에서 있었던 개막작 상영후 세계 각 저널들은 대체로 미흡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AP통신은 시사회 반응을 '대체로 부정적이었다'고 전했고 AFP통신 역시 '영화가 좋은 반응을 얻는 데에 실패했다'고 썼다. AFP는 좀더 나아가 '영화가 지루했고 형편없었다. 훌륭한 이야기가 꼭 훌륭한 영화가 되는 것은 아니다'고 이 영화에 대한 큰 실망감을 전했다. 로이터 통신도 '서스펜스와 로맨스가 부족했다'고 썼다. 뉴욕타임즈는 '영화를 보는 것이 소설을 읽는 것보다 오래 걸린다'고 비꼬았다.
지난 5월 17일, 칸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된 <다빈치 코드>에 관한 언론의 관심은 대단했다. 론 하워드 감독은 물론 톰 행크스, 오드리 토투, 폴 베타니, 장 르노 등 배우들이 영화 상영 전, 레드 카펫을 밟았다. ⓒ소니픽쳐스릴리징코리아
영화제 현지에 나가 있는 국내 저널들도 비슷한 반응들을 전하고 있다. 영화전문지 FILM2.0은 '현지 평단의 반응이 대체로 냉담했다'며 '톰 행크스의 시종일관 무표정한 연기와 소설의 정교한 내러티브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데 대한 혹평이 이어지고 있다'고 썼다. 영화제에 가 있는 영화평론가 전찬일 씨는 한 일간지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영화가 끝나면 관례적으로 쏟아지는 박수가 거의 나오지 않았다"고 개막작 상영관의 분위기를 전하면서 "방대한 분량과 복잡한 내용의 원작을 2시간 30분으로 압축하다 보니 지나치게 사건중심으로만 이야기가 전개됐다"고 비판했다. 다음은 프레시안무비 박아녜스 기자의 <다빈치 코드> 리뷰.
다빈치 코드 ⓒ프레시안무비
'예수와 막달라 마리아가 결혼했고, 둘 사이에서 태어난 딸이 프랑스 메로빙거 왕조의 시조가 됐다'는 '발칙한' 가설을 바탕으로, 의문의 살인사건을 추적하는 댄 브라운의 팩션(Faction) 소설 <다빈치 코드>는 2003년 8월 출판돼 전세계 4300만 독자를 사로잡은 초절정 베스트셀러다. 초절정 인기와 더불어 예수의 신성을 모독한 것은 물론 기독교 교리의 기본 근간을 뒤흔들었다는 이유로 기독교계의 '초절정' 비난을 한 몸에 받았지만, 미궁에 빠진 살인사건을 수수께끼 풀 듯 기호학적으로 풀어가는 <다빈치 코드>의 흥미로운 이야기 줄기에 전세계 '이야기광'들은 환호했다.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 거대한 반전으로 작용할 '예수에 관한 새로운 가설', 기호학적 재미가 뒤섞인 <다빈치 코드>의 세계에 영화계 역시 큰 관심을 보였다. 소설 출간 7개월 후, 영화화가 결정된 <다빈치 코드>의 메가폰을 잡은 이는 <아폴로 13><뷰티풀 마인드>의 론 하워드 감독. 또한 <의뢰인><타임 투 킬><뷰티풀 마인드>의 시나리오를 통해 '스릴러'에 재능을 보인 아키바 골드만이 원작의 방대한 이야기를 영화적으로 각색하기 위한 펜대를 잡았다. 어느 밤, 루브르 박물관 수석 큐레이터 소니에르가 박물관 안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주검의 주변을 뒤덮고 있는 무수한 기호들 중에는 'P.S. 로버트 랭던을 찾아라'는 문구도 포함되어 있다. 마침 파리에 머물고 있던 하버드대 기호학 박사 로버트 랭던(톰 행크스)은 경찰의 호출을 받고 살인 현장을 방문하고, 거기에서 죽은 소니에르의 손녀이자 기호학자인 소피 느뷔(오드리 토투)를 만난다. 시체가 휘갈겨 놓은 한 마디 때문에 살인 누명을 쓰게 된 로버트 랭던은 소피 느뷔와 함께 시체가 남긴 문자를 해독해나가고, 둘은 <모나리자><암굴의 성모> 등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작품에 감춰진 거대한 비밀을 들추며 '잃어버린 예수의 성배'를 찾아 나선다. 두 기호학자가 펼치는 놀라운 해석에 의해 점차 윤곽을 찾아가는 '잃어버린 성배'는 기존 기독교의 교리를 송두리째 뒤흔들 만큼 위험하다. 로버트 랭던과 소피 느뷔는 경찰의 추격을 피하는 동시에 '숨겨진 거대한 비밀'을 은폐하기 위한 결사 조직 '오푸스 데이'의 막강한 추격에 온몸을 내걸고 비밀을 밝혀 나간다.
다빈치 코드 ⓒ프레시안무비
원작의 방대한 이야기를 담아내기에 2시간 30분은 너무 짧은 시간이었을까? <다빈치 코드>는 2시간 30분의 러닝 타임 내내 오로지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몰두한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펼쳐지는 사건들은 제대로 된 극적 긴장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그저 '진행'될 뿐이고, '기호학'의 매혹적인 상징들 역시 효과적인 이미지로 활용하지 못한다. 살인 사건에 휘말리고, 기존의 '기독교적 세계관'을 뒤흔들 만한 거대한 비밀의 중심에 선 두 주인공의 심리적 갈등은 영화 밖으로 전혀 비쳐지지 않아 관객과 심리적으로 호흡하는 지점을 놓쳐 버리고 말았다. <다빈치 코드>에서 눈에 띄는 건 두 주연배우가 아니라 '오푸스 데이'의 전사, 사일러스 역을 맡은 폴 베타니다. 폴 베타니는 자기 학대와 살인 등 '거대 비밀'을 영원히 밀봉하기 위해 치열한 종교적 아픔을 감내하는 불행한 영혼을 황폐한 시선과 피폐한 몸, 순간 광기로 뒤덮이는 눈빛을 통해 완벽히 표현한다. 전세계 최초로 루브르 박물관의 촬영 허가를 받는 영광을 누려 화제를 모으기도 한 <다빈치 코드>가 담은 루브르라는 공간은 기대와 달리 그다지 매혹적이지 않다. 루브르는 물론 베르사유 궁전 옆에 위치한 빌레트 성, 영국 템플 교회와 링컨 성당, 웨스트민스터 사원, 로스린 예배당 등 유럽의 수많은 아름다운 건축물들을 배경으로 하고서도 '공간의 아름다움'을 만들어내지 못한 것 역시 아쉽게 느껴진다.
다빈치 코드 ⓒ프레시안무비
영화 초반부, 로버트 랭던이 새로 나온 자신의 저서를 소개하며 '상대적으로 읽힐 수 있는 상징과 기호'들에 관한 이야기를 펼치는 장면이 등장한다. 사물이나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방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같은 이야기도 전혀 다른 결론을 얻을 수 있다는 '상대성'을 내세우는 이 장면은, 얼핏 <다빈치 코드>가 이야기하는 예수에 관한 가설에 대해 종교계가 보이는 예민한 반응을 염두에 둔 것처럼 보인다. <다빈치 코드>가 주장하는 '예수의 비밀'은 충분히 상대적으로 읽힐 수 있으며, 특히 '픽션'으로서 충분히 매혹적이다. 문제는 영화 <다빈치 코드>가 원작 소설과 다른 그 어떤 '새로운 시선과 방점'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다빈치 코드>는 원작의 이야기 줄기를 따라가려다 결국 거대한 이야기만 남은 꼴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영화내용에 대한 부정적인 리뷰와는 달리 <다빈치 코드>는 첫회 상영부터 전 상영관에서 매진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이 같은 인기를 반영하듯 각종 예매 사이트에서는 90% 이상의 예매율을 보이고 있고 이에 따라 이번 주 박스오피스에서 기록적인 오프닝 스코어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 영화의 상영을 반대해 온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은 예상과는 달리 대대적인 시위보다는 회원과 신자를 중심으로 주요 극장에서 영화의 허구성을 알리는 전단을 배포하는 등 조용한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한기총 측은 그 같은 상영반대운동을 영화가 종영할 때까지 계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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