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의 전통적인 공격 루트는 좌우 측면돌파다. 이 공격 형태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윙 포워드들의 활약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게 사실이다. 현재 아드보카트호에는 4명의 윙 포워드가 있다. 이들이 펼칠 주전 경쟁이 관심을 끄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한국과 독일 월드컵 조별 예선 첫 경기에서 맞붙는 토고는 좌우 측면 수비가 중앙 수비에 비해 다소 약하다. 토고의 오른쪽 윙백 투레와 왼쪽 윙백 리치몬드는의 경우 공격가담이 많다 보니 빈 공간을 자주 내준다. 이 때문에 이 빈 공간을 빠른 패스에 이어지는 돌파로 한국이 공략하는 게 효과적이다. 월드컵과 같은 국제대회에서 첫 경기의 중요성을 감안한다면 토고 전에서 윙 포워드의 역할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우선 측면 공간 돌파를 하려면 수비 진영에서나 중원에서 빠른 공간 패스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 것도 윙 포워드들의 창조적인 움직임이 수반되지 않으면 '돼지 목의 진주'가 될 수도 있다. 반대로 윙 포워드들의 움직임에 '안성맞춤'인 패스가 연결되면 한국의 공격은 '활화산'이 될 수 있는 것.
파이팅 넘치는 활발한 몸놀림은 이천수의 트레이드 마크다. 스피드도 좋고, 크로스 등 세밀한 마무리에도 강점을 가지고 있다. 특히 이천수는 박주영과 함께 아드보카트호의 프리킥 스페셜리스트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단점을 찾자면 화려한 공격에 비해 수비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미드필더나 오른쪽 윙백의 지원이 필요하다.
위치 선정이라는 측면에서는 박주영이 다른 경쟁자들에 비해 한 발 앞서 있다. 특히 언제든지 중앙으로 파고 들어가 결정적 골을 넣을 수 있는 '킬러 본능'을 갖췄다는 점은 박주영의 최대 장점이다. 박지성이 중원을 지휘할 경우 박주영의 이런 장점은 배가될 수 있다. 다만 윙 포워드로서 꼭 필요한 과감한 측면 돌파나 수비 가담 능력이 조금 떨어진다. 최전방 공격수들에게 많은 수비가담을 요구하는 아드보카트 감독에게는 다소 고민거리가 될 수 있다.
정경호는 가장 확실한 조커 카드다. 선발 출장도 가능하지만 정경호가 순간적으로 투입돼 상대 수비를 흔들어 놓을 수 있는 다이너마이트 같은 폭발력을 갖췄다는 점에서 교체카드 쪽에 무게가 실린다. 머뭇거리지 않는 정경호 특유의 측면돌파는 상대 측면 수비를 허물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크로스 등 마무리는 보완해야 한다.
설기현의 크로스는 정교하고 빠르다. 2002 월드컵 때에도 히딩크 감독은 당장 골을 넣지 못한다 하더라도 상대 수비를 끌고 다닐 수 있는 설기현을 주전 윙포워드로 사용했다. 몸싸움, 체력, 유럽무대 적응력에서도 강점이 있다. 다만 최근 경기에서 설기현은 측면 공격시에 볼을 많이 끌며 경기 템포를 지연시켰다. 빠른 템포의 축구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에서 설기현은 최근의 이런 문제를 보완해야 한다. 소속팀 울버햄프턴에서 들쭉날쭉한 출장을 해 왔던 설기현은 남아 있는 네 차례 평가전에서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토고 전에 가장 공격적인 용인술을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 좌우 윙포워드에 박주영과 이천수를 기용할 것이라는 예상은 여기에서 출발한다. 박주영의 경우 측면 돌파에서는 아직 깊은 인상을 못 준게 사실이지만 그만의 골 결정력이 선발 출장에 크게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국은 토고 전에서 반드시 승점 3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전반전에 좌우 측면 공격이 불균형을 보일 경우 정경호가 박주영을 대신해 투입될 전망이다.
프랑스 전은 토고 전과는 달리 수비 위주의 작전을 우선 펼 것으로 보인다. 설기현과 정경호 카드가 유력하다. 두 선수 모두 수비 가담 능력이 뛰어나고 몸싸움에서도 장점을 갖고 있다. 순간적인 돌파도 중요하지만 프랑스 윙백들의 오버래핑을 무디게 할 필요가 있다.
16강 진출의 사활을 걸고 임해야 할 스위스 전은 4명의 윙 포워드들을 총동원할 가능성도 있다. 경기 분위기나 상대 팀의 전략에 따라 다양한 스타일의 측면 공격수를 내세울 것이다. 다만 조별 예선 1,2차전을 통해 안정된 활약을 했던 윙 포워드가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게 될 것이다. 공격적인 용인술을 할 것인지, 아니면 수비적인 용인술을 할 것인지는 그때까지 한국이 따낸 승점과 직접적으로 관련된다. 하지만 아드보카트 감독이 모험적이고 공격적인 면을 강조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공격력이 뛰어난 윙 포워드들이 선발출장 시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김대길 KBS SKY 해설위원은 "현대 축구에서 교체 투입은 공격 쪽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이런 경향을 보일 것이다"라고 했다. 한국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즉시 전력감인 윙 포워드 4명의 로테이션식 기용은 아드보카트 감독의 변화무쌍한 작전 변화를 감지하게 해주는 지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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