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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고이즈미 미의회 연설? 신사참배부터 중단해야"

미하원 외교위원장, 하원의장에 보낸 서한에서 요구

재임 중 마지막으로 다음달 미국을 방문할 예정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에 대해 미국 의회에서 연설하려면 야스쿠니 신사참배 중단 의사를 밝히라는 요구가 미 의회에서 나왔다.
  
  헨리 하이드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 위원장(공화당)이 고이즈미 총리의 미국 의회연설을 허용하는 조건으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자진해서 밝힐 것"을 요구했다고 일본 <아사히 신문>이 13일 보도했다.
  
  신문은 미 의회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하이드 위원장이 지난 4월 말 데니스 해스터트 하원의장에게 서한을 보내 이같은 요구사항을 전달했다고 전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오는 6월 미국 방문에서 미일관계의 돈독함을 과시하기 위해 일본 총리로는 사상 처음으로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합동회의에서 연설을 하려면 양원 모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하이드 위원장은 서한에서 우선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을 전적으로 지원해준 굳건한 동맹국 일본의 정부대표인 고이즈미 총리의 의회연설을 환영한다고 밝히면서도, 고이즈미 총리가 미국을 방문하고 돌아간 뒤인 8월 15일에 야스쿠니 신사를 다시 참배할 가능성이 있다는 데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최근 중국과 한국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고이즈미 총리가 9월 퇴임 이전에 또 한 차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 본인도 이같은 추측을 전면 부인하지 않고 있으며,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총리가 오는 8월 15일 신사참배를 강행할 것이라고 지난 8일 보도한 바 있다.
  
  "고이즈미의 신사참배는 진주만 공격의 아픔 가진 미국인에게 모욕"
  
  하이드 위원장은 고이즈미 총리가 2차대전 당시 진주만 공격을 감행한 도조 히데키 전 총리 등 A급 전범들에게 경의를 표하면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진주만 공격 직후 연설했던 장소인 미국 의회의 체면이 손상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고이즈미 총리가 미국 의회에서 연설하고 돌아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것은 진주만 전쟁의 아픔을 기억하는 세대의 미국인들에게 모욕당하는 느낌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2차대전 당시 미국인의 적이었던 전범들에 대한 고이즈미 총리의 경의 표현이 미국의 전쟁세대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이드 위원장 본인도 2차대전 당시 필리핀 해전 등에 참전한 군인 출신이다.
  
  하이드 위원장의 서한에 대해 해스터트 하원의장은 아직까지 어떤 답변을 내놓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마이클 그린 전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12일 한중 양국과 일본의 역사인식 대립이 향후 미일동맹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그린 전 보좌관은 뉴욕 일본클럽에서 가진 연설을 통해 고이즈미 총리가 퇴임한 뒤에도 미일동맹은 양호할 것이라면서도 한중일 3국의 역사인식 차이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고 <요미우리>가 보도했다.
  
  그린 전 보좌관은 "일본은 2008년 미국 대통령 선거 때까지는 이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문제에 대한 미국 여론은 크게 네 가지로 나뉘어 있다고 그는 분석했다. △야스쿠니 참배를 지지하는 강경파 △일본과 한중의 관계 개선을 바라지만 직접 개입은 자제하는 부시 정권 △친일파이나 일본의 역할이 중요하므로 미국이 적극 개입해야 한다는 민주당 우파 △미일 안보동맹 강화는 아시아에서 미국의 고립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민주당 좌파와 <뉴욕타임스> 논설위원실 등이 그린 전 보좌관이 분류한 네 가지 부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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