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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동북4성화 우려'는 지나치게 때이른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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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동북4성화 우려'는 지나치게 때이른 걱정

'2006년 북한은 어디로?' 경제편〈7〉'북중 경제관계 심화'를 보는 제3의 시각

북한과 중국 간의 경제관계 확대에 대해 일각에서는 우려를 나타내는 한편 또 다른 쪽에서는 북한경제의 개혁과 개방을 앞당길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북중 경제관계에 대한 우려는 북한이 중국에 종속되어 남북한 관계나 통일 이후의 한반도 정세에 불리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논리를 제시하고 있다. 경제력 신장에 따른 중국의 위상 변화와 공격적 대외정책, 그리고 중국의 동북진흥 계획 추진 등을 감안할 때, 중국의 전략적 의도가 북한을 안보와 경제발전을 위한 배후기지화 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들 만도 하다.

한편 개혁·개방 촉진론은 북한의 개혁·개방을 유도할 수 있는 마땅한 정책 수단이 없고, 핵문제로 인한 미국의 대북 경제제재가 지속되는 한 중국이라도 북한의 개방에 적극 나선다면 나쁠 것은 없다는 것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어차피 운신이 자유롭지 못한 남북경협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북중 경제관계의 진전이라는 기회를 활용하여 우회적으로 남북경협을 심화시키는 것도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낙관론도 제기되고 있다.
▲ <북한의 연도별, 주요 국별 교역 실적> 단위 : 백만 달러 ⓒ KOTRA

북중 교역규모는 늘어나고 있지만...

적어도 외형적으로 2004년 이후 중국과 북한의 경제관계는 신속하게 확대되고 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북중무역은 2005년 15억8000만 달러 수준으로 이미 북한 전체 무역량의 절반을 넘어섰다.
▲ ⓒ 프레시안

또 중국이 2004년 약 2억6000만 위안(340억 원 상당)을 지원해서 건설한 대안친선유리공장이 2005년 10월 완공되었으며, 나진항의 도로 항만 공단 건설 참여와 항만 사용권 확보를 북한과 합의했고, 무산철광 및 혜산 구리광산, 회령 금광, 만포 아연광산, 용등 탄광 등의 개발 및 채굴권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더해 북한과 중국의 서해 석유 자원의 공동 개발 합의 소식과 중국 기업의 평양 백화점 및 호텔 운영권 확보 등은 북한과 중국의 경제관계가 전방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이와 같은 북중 경제관계 심화는 2005년 10월 중국 국가주석 후진타오의 방북과 2006년 1월 초에 있었던 김정일의 중국 남부 지역 순회방문 등과 어울려 북한의 중국 종속론에 더욱 힘을 실어주었다. 중국과 북한의 경제관계는 상품규격화 및 품질분야 협력 협정(2002), 투자장려 및 보호협정(2005) 등을 통해 제도적 장치도 갖추게 되었으며, 2005년 후진타오의 평양 방문 기간에는 경제협력공동위원회의 설치에도 합의했다.

미국의 대북 경제제재와 핵문제 등으로 인한 남북한 경제관계의 제약 요인, 북한의 경제적 어려움과 중국의 지리적 입지 등으로 미루어 볼 때 생존을 위한 북한경제의 대중국 의존도 상승은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현상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문제를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북중 경제관계가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인가?

둘째, 북한과 중국의 의도는 무엇이며, 향후 각각 어떤 정책을 채택할 것인가?

셋째, 남북한 관계와 핵문제 해결에 미칠 영향은 무엇인가?

넷째, 북중 경제관계의 확대를 통해 북한의 경제개혁과 개방이 앞당겨질 수 있을 것인가?

중국의 대북한투자, 아직은 '지방정부 차원의 계획' 단계

우선 북중관계의 지속적 확대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무역 규모의 증가를 제외한 투자와 자원개발 영역은 대부분 '합의' 수준의 계획에 머물고 있다. 실행되고 있는 중국의 대북투자 사업은 대안 유리공장 등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규모가 100만 달러 미만의 영세한 사업일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투자된 실질 투자 총액 역시 1억 달러 미만일 것으로 추정된다.

무산 철광 등에 대한 중국의 관심은 중국의 거시경제 동향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2004-2005년 중국경제는 연평균 10%를 상회하는 GDP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과열 조짐을 보였다. 이에 따라 원자재 부족현상에 직면하게 된 중국 동북3성 정부와 기업은 북한의 자원에 주목하게 되었으며, 북한과의 '합의'를 통해 자원을 확보하려 했다.

더욱이 북한에 대한 투자 합의는 대부분 지린성 등 지방정부와 지방정부의 지원을 받는 지방 기업이 주도하고 있는데, 이는 상당한 리스크를 수반한다. 북한이 희망하는 대로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북한은 이미 합의된 협력 관계도 쉽게 뒤집을 수 있으며, 일종의 전시효과를 노린 중국 지방정부와 기업의 투자 의향도 중국 국내 경제상황에 따라 쉽게 없었던 것으로 될 수 있다.

북중무역도 '중국의 북한 생존 지원' 차원

최근 급성장을 보였던 무역 구조를 살펴보면, 북한은 생존에 필요한 원유나 농산품, 그리고 가공 수출을 위한 방직원료와 방직품 등을 수입했고, 수산물과 광산품 등 1차 상품 위주로 구성된 북한의 대중국 수출은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수출품 공급 능력이 제한되어 있는 북한은 국제무역의 기본 원리인 비교우위 개발을 통한 무역 확대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품 수입 및 지원 획득과 출혈 수출에 주력하고 있다. 북한 화폐가 화폐로서의 실질적 기능을 상실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가격 비교와 환율의 매개적 기능을 통한 국제비교우위의 실현은 애초에 불가능한 것이다. 또 중국의 지원성 수출과 상업거래를 구분하기 불가능한 현재의 북한 무역 통계치를 토대로 북중 무역의 확대를 지속가능한 것으로 파악하기는 어렵다.

<북한의 대중국 수입 상위 품목의 추이> (단위 : 천 달러)
품 명2001년2002년2003년2004년
광물성 연료, 에너지161,800117,969180,727204,657
식용 육류6,70110,37263,623140,576
전기기기23,41027,48239,58146,051
기계류23,31926,43927,04439,924
철강22,13320,78120,68839,715
플라스틱23,31225,13324,57832,434
인조필라멘트 섬유6,1319,72314,59018,324
곡물62,61129,91049,96115,369

<북한의 대중국 수출 상위 품목의 추이> (단위 : 천 달러)
품 명2001년2002년2003년2004년
어패류47,977143,016206,931261,806
철강23,67027,86046,79675,925
광, 슬랙, 회6,4348,53714,95860,114
광물성연료, 에너지4,31811,29517,25053,100
의류(편물 제외)26,77338,26152,23750,850
아연16835413,52334,604
나무4,6409,303013,61515,175
채용유 종자22,49010,0257,7916,761

북한의 경제전략, 내부개혁에서 대외관계 개선으로 전환?

그렇다면 이와 같이 불안정한 북중 경제관계를 이어가는 북한과 중국의 의도나 정책방향은 어떤 것일까?

물론 북중 경제관계의 확대는 경제적 요인에 의한 자생적 현상이라기보다는 북한의 극심한 경제난과 미국의 경제제재, 남북관계의 제약요인 등 복합적 환경 요인에 의해 형성된 것이라는 특징이 있으나, 중국과 북한이 다같이 어느 정도의 의도를 가지고 추진해 왔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 북중관계는 겉으로는 급속히 가까워지는 듯 보이나 그 뒤에는 껄끄러움이 숨어 있다. 지난 1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좌)의 방중도 그런 문제를 풀어보려는 고육지책이었다. 오른쪽은 후진타오 중국 국가 주석. ⓒ 연합뉴스

2001년 이후 북한과 중국 지도자의 상호 방문으로 인해 1992년 한중수교 이후 소원했던 북중관계가 다소 개선되었으나, 양자간의 불편함과 불신은 아직 완전히 해소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2001년 9월 장쩌민 전 주석과 2005년 10월 후진타오 주석의 평양방문은 외형적으로 화려하게 진행되었으나, 실질적으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구체적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심지어 후진타오 주석의 평양방문 이후에는 북한과 중국 간의 불화설이 떠돌기도 했다.

2006년 1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은 이와 같이 껄끄러운 북중관계를 봉합하고, 핵문제나 경제문제에 관한 중국의 지원을 유도하기 위한 북한의 고육지책이었다. 중국 남부 '개혁의 성지'를 방문함으로써 중국이 의심하고 있는 북한의 개혁의지를 과시하고, 중국이 미국을 좀 더 설득해 주기를 바라는 제스처였다.

중국 역시 북한의 행보가 불만이지만, 경제지원을 통해 북한을 중국에 묶어두어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중국이 미국과 대등한 위치에서 세계전략을 추진하기 위해서라도 북한은 버릴 수 없는 카드이다.

북한은 2002년 7월의 대내적 경제개혁 조치가 실패함에 따라 시장지향적 개혁을 중단하고, 대외관계 개선을 통해 경제 회복을 추구하는 정책선회를 단행한 것으로 보인다. 대외경제 관계에 있어서 북한의 생명선을 잡고 있는 중국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후진타오 주석의 평양방문에서 제기된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있는 경제개혁의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관심'의 표시가 곧 정책으로 연결될 수 없는 것이 북한의 상황이다.

지금은 '북한의 대중 종속' 우려할 때 아니다

북중 경제관계의 확대는 본질적으로 중국측 투자자와 북한측 모두 도덕적 해이와 리스크에 노출되어 있는 불안정한 관계이다. 관계 발전의 지속성은 보장되기 어려우며, 국제환경 변수, 중국과 북한의 내부적 요인에 따라 큰 폭의 기복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중국이 북한의 의도대로 지원성 수출과 대규모 투자계획을 차질 없이 추진할 경우, 북한은 중국의 희망을 저버리기 어려우며 6자회담 복귀에 성의를 보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 지방정부와 기업의 투자계획이 '합의'에 그칠 경우, 중국의 중재 역할은 성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며, 오히려 북한의 돌출적 행동을 유도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한편 생존을 위한 전략적 무역관계와 중국 지방정부와 기업의 과시성 투자계획이 북한의 경제개혁을 유도할 것이라는 관측은 지나친 낙관적 견해다. 2002년 7월 조치의 뼈저린 경험을 통해 북한의 개혁에 대한 두려움은 더욱 커졌다.

북중 경제관계의 확대로 인해 중국의 '북한 선점'과 남북 경제관계를 대체할 수 있는 중국 자본의 북한 진출을 지나치게 우려하는 양상이 우리 학계에 나타나고 있다. 북한 입장에서도 중국으로부터의 '강심제'에 의존하여 스스로의 개혁 노력 없이 미래를 낙관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확대일로를 걸어 온 북중 경제관계의 이면에는 중국경제의 과열, 지방정부의 이기심과 과시욕, 그리고 북한의 임기응변적 경제정책이 복합적으로 자리잡고 있다. 정말 우려되는 것은 북중 경제관계를 둘러싼 리스크의 증폭과 이에 따른 북한체제의 불안정성이다. 남북한과 주변국이 다같이 마음을 가다듬고 리스크 감축을 위한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할 시점이다. 북한경제의 중국 종속 문제에 대한 논의는 현상과는 괴리된 탁상공론이 되기 쉽다.

* '2006년 북한은 어디로?' 시리즈는 <프레시안>과 <북한연구학회>의 공동기획으로 매주 월요일과 금요일에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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