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대, 송종국.' 11일 독일 월드컵에서 뛸 23명의 태극전사 중 김용대, 송종국의 이름이 호명될 때 기자회견장의 곳곳에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두 선수의 아드보카트호 합류는 곧 김병지와 차두리의 탈락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
두 선수의 탈락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김병지는 주전 골키퍼이자 대표팀의 주장인 이운재와의 경쟁상대로 강력하게 거론됐고, 차두리도 이번 월드컵이 펼쳐지는 독일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이는 아드보카트 감독이 고심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드보카트 감독은 냉정한 선택을 했다. 그는 탈락된 선수들을 향해 "다음에 더 좋은 모습, 발전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게 축구고 그게 인생이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왜 김병지와 차두리는 아드보카트의 시야를 벗어났을까? 지칠 줄 모르는 야생마같이 그라운드를 누비는 차두리는 대표팀의 활력소가 될 수 있는 선수. 여기에다 그는 독일 분데스리가와 2002년 월드컵의 경험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하지만 아드보카트호에는 차두리의 포지션인 윙 포워드 자리에 뛰어난 선수들이 많았다. 이천수, 박주영, 설기현, 정경호가 바로 그들이다.
특히 정경호의 존재는 차두리의 필요성을 상대적으로 축소시키는 역할을 했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정경호는 대표팀 내에서 가장 전형적인 윙 포워드로 평가받는다. 정경호는 순간적으로 측면을 돌파해 상대 수비를 흔들어 놓으며 경기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카드다. 아직 크로스 등 마무리의 세밀함에서는 조금 떨어지기는 하지만 정경호의 시원시원한 돌파는 분명 아드보카트호의 공격 촉매제였다.
"포지션별로 두 명의 선수를 뽑겠다"는 아드보카트 감독의 선수 선발 원칙을 감안해 차두리가 오른쪽 윙백으로 선발될 가능성도 점쳐졌다. 하지만 이 역시 무리였다. 비록 차두리가 소속팀에서 오른쪽 윙백으로 나온 적도 있었지만 수비는 하루 아침에 이뤄지는 게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수비수로서의 경험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오른쪽 윙백 자리에 송종국이 뽑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아드보카트 감독과 핌 베어벡 코치는 송종국이 오랜 기간 부상으로 아직 최상의 컨디션은 아니지만 그의 경험을 높이 샀다. 2002년 월드컵 때 히딩크를 도와 한국의 4강 신화를 이끌었던 베어벡 코치에게는 포르투갈 전에서 상대 공격의 핵 피구를 꽁꽁 묶었던 송종국의 모습이 남아 있을 수밖에 없다. 송종국은 2002년 월드컵에서 측면 미드필더였지만 실질적으로는 수비수에 가까웠다. 당시 히딩크 감독이 사용했던 스리백 시스템은 수비시에는 측면 미드필더가 내려와 파이브백이 되기 때문이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송종국이 네덜란드 페예노르트에 있을 때부터 그의 플레이를 주의 깊게 봤었다. 이런 점도 송종국이 대표팀 낙점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다.
이운재 골키퍼의 대항마로 기대를 모았던 김병지가 뽑히지 않은 것에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는 평가다. 2002년 월드컵 이전부터 이운재와 치열한 경쟁 관계를 형성했던 김병지가 들어 올 경우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는 얘기다. 자칫 36세의 베테랑 골키퍼 김병지가 독일 월드컵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대표팀에 합류한다는 것은 이운재를 중심으로 형성된 대표팀의 결속력을 깨뜨릴 수 있는 요소가 될 수 있다. 김병지를 독일에 데리고 가려면 적어도 지난 1월부터 7주간 계속된 대표팀 전지훈련부터 그를 참가시켜야 했던 셈이다.
2002년 월드컵에서 김병지는 단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했다. 하지만 조별예선 첫 경기였던 폴란드 전을 앞두고도 누가 주전 골키퍼가 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김병지도 "폴란드 전에 내가 뛸 줄 알았다"고 할 정도였다. 이처럼히딩크 감독이 이끌어 냈던 치열한 주전 골키퍼 경쟁을 다시 재연하기에는 시간이 모자란다. 경쟁을 통해 얻는 것보다 전체 팀 분위기를 해치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아드보카트 감독이 김병지를 뽑지 않은 중요한 이유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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