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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기자가 살아있는지 의심스럽다"

크리스챤아카데미 주최 '정치권력과 미디어권력' 포럼

"우리 신문들의 수준은 2차대전 이전 유럽의 파시스트 선전매체가 보여주던 행태인 우매한 국민들을 대신해서 모든 평가와 판단까지 해주겠다는 상태다. 조선일보는 사람으로 치면 사회의 '문제아'로, 동아일보는 맨 앞에서 끝장까지 논조마저 오락가락하는 '정신병자' 정도로 보면 되고 한겨레신문의 경우도 서해교전 보도에 문제가 있었다."

문화평론가 진중권씨가 1일 크리스챤아카데미 <미디어교육센터>가 주최한 '정치권력과 미디어권력'을 주제로 열린 포럼에서 퍼부은 독설이다. 진씨는 "그 많은 일간지 중에 퀄리티 페이퍼는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 기현상도 지적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사진>

미디어의 권력화 문제뿐 아니라 언론계 현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도 오간 이날 포럼에서는 '정치권력과 미디어' '미디어의 권력화란 무엇인가?' 등에 대한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정치권력과 미디어'를 주제로 발표한 김창룡 인제대학교 언론정치학부 교수는 그동안 정치권 등을 통해 제기된 언론문건과 언론사 사주 문제를 통해 권력과 언론의 관계, 언론사 내부의 권력문제를 함께 진단했다.

***김창룡 교수 언론문건이 공개된 것만 지난 5년간에 7건**

김 교수는 "정치권이 언론을 조정하기 위해 작성한 언론문건이 공개된 것만 지난 5년간 7건이었다"며 말문을 열었다. 김 교수는 내용 분석을 통해 ▲여·야 모두 정권획득수단으로 언론의 지지를 가장 중요시한다는 점▲언론통제에 언론인 스스로가 가담하는 모순이 발생한 점 ▲정치권은 언론자유를 주장하면서도 실제로는 왜곡을 기대하고 법, 제도까지 그 수단으로 사용하는 점 ▲국가의 언론정책도 원칙과 타당성이 아닌 언론의 보도태도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 등이 언론문건의 특징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언론사 사주문제에 대해서는 "기자가 강하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일개 회사원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들이 있다"며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이 보광그룹 탈세사건으로 구속될 때 '힘내세요'라고 외친 기자들과 장재국 한국일보 회장이 도박으로 거액의 돈을 탕진하고 외환관리법위반 혐의를 받고 있을 때 내부 고발자로 나선 기자가 단 1명도 없었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그는 "한국에 기자가 살아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사주관련 비리사건의 발단부터 사법처리 결과까지를 주목하면 ▲언론사 사주관련 사건은 검찰도 꺼리며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했다는 점 ▲사주가 파렴치한 범죄를 저질러도 어떤 내부의 고발이나 저항도 없는 폐쇄성 ▲족벌세습체제인 언론사 사주의 자질 문제 등을 알게 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런 강력한 세습적 권력 덕분에 6공화국 김영삼 정권 이후 미디어권력이 정치권력을 능가하는 위력을 보이자 정치권에서는 이를 극복하거나 회유하기 위해 언론문건이 생겨난 것이라며 "이번 대선은 정치권력간의 대결이 아니라 정치권력과 미디어권력의 싸움으로 절차만 남았지, 반쯤 끝난 상태다. 12월 19일에 대통령 만들기에 기여한 거대신문들이 화려한 비상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영호 교수 "'염불보다는 젯밥에 관심이 있는' 언론인 태도가 미디어의 권력화 원인"**

'미디어의 권력화란 무엇인가?'의 주제발표를 맡은 임영호 부산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수천억원의 적자경영을 하면서도 운영이 되는 '수학공식'마저 무시한 한국 신문의 현실이 미디어의 권력화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임 교수는 "한국에서 신문의 권력서열은 발행부수로 대변되는 경제자본의 규모에 의해 규정되는데 문제는 그 부수가 합리적인 시장이 아닌 '자전거일보'라는 말로 대변되는 왜곡된 시장구조에서 결정되는 것"이라며 "기자들 내부의 권력서열화와 권력지향성도 미디어의 권력화를 부추기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그는 부수나 사세에 따라 3대 일간지, 중앙지, 지방지와 그 밖의 언론으로 출입처의 기자실 서열화가 이뤄진 상태라고 말했다.

임 교수는 기자들의 권력지향에 대해 "언론인이라는 내부가치보다는 정계진출 등 외부이익에 더 관심을 두는 '염불보다는 젯밥에 관심이 있는' 태도가 미디어의 권력화를 부추기는 또 다른 요소"라며 "미디어의 권력화는 대안과 견제가 부재하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디어권력이라는 기형적인 구조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언론인 스스로 자율성과 정체성을 찾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두 교수의 주제발표에 이어 지정 토론자로 나선 문화평론가 진중권씨는 "앞에서 언급이 된 사주들도 문제지만 부장, 국장은 더 큰 문제"라며 "군사정권이 키운 언론인인 이들 데스크들이 지금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도 정밀한 분석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진씨는 "다양성을 위해서는 최소한의 공유하는 상식들이 전제가 돼야하는 데 한국 신문들은 몰지각한 생각과 주장을 늘어놓는 것이 다양성의 추구라고 착각하는 면이 있다"며 "자신들의 정파적인 이익을 위해 해석뿐 아니라 팩트(사실)까지 다 제각각으로 보도하는 희한한 상태"라고 비판했다.

진씨는 또 미디어권력에 대한 대안세력과 관련 "시민들이 안티조선운동을 접하고 이제는 신문을 볼 때 반 이상이 기사를 의심하고 본다"며 "안티조선의 실체는 사실 이런 올바른 신문읽기를 통해 미디어권력을 시민이 직접 감시하자는 것 "이라고 덧붙였다.

정대화 상지대 교수는 "19세기에 자본이, 20세기에는 대중이 권력을 만들었다면 21세기는 미디어가 권력을 만드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며 그 이유는 미디어권력은 마치 군부통치처럼 소수의 집단이 대중의 합의나 인정도 없이 권력을 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대화 교수 "대안은 바른 언론, 퀄리티 페이퍼뿐"**

정 교수는 "1980년과 1987년 집회 때 출석부에 오른 대학생의 95% 이상이 거리로 뛰쳐나온 것이 정치학자의 입장에서 보면 '대안과 승리의 가능성' 때문이었다"며 앞으로 미디어권력에 대한 대안으로 "일부 시민단체가 역할을 하고는 있지만 결국 미디어권력의 대안도 바른언론, 퀄리티 페이퍼뿐"이라고 강조했다.

'정치권력과 미디어권력' 포럼을 진행한 원용진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미디어권력이 정치권력화해 사회를 망친 경우가 이태리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태리는 지금 개혁세력의 제거에 언론이 이용되는 무서운 상태"라며 "우리도 미디어가 권력형성을 하는 과정에 들어선 만큼 긴 안목을 갖고 대안을 준비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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