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혈 축구팬이자 지난 1999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던 독일의 저명한 작가 귄터 그라스(78)가 상업주의에 매몰된 월드컵과 축구에 대해 맹비난을 퍼부었다.
그라스는 20일(현지시간) 독일 지역 일간지 〈뤼베커 나흐리히텐〉과의 인터뷰에서 "축구계의 상업주의는 끔찍할 정도다. 더 이상 독일 분데스리가에도 공정한 경쟁은 없다. 이런 이유 때문에 팀들 간의 경쟁이 따분해졌다"라며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로 나뉘는 프로 축구계 풍속도에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FIFA(국제축구연맹)는 겁쟁이다. (FIFA의 무사 안일주의로 인해) 축구는 각국 국민들을 위한 스포츠가 아닌 단순한 사업이 돼 버렸다"고 질타했다.
그라스는 함부르크가 연고지인 '가난한 팀' 상파울리(분데스리가 3부리그)의 팬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13일 상파울리와 바이에른 뮌헨이 맞붙었던 독일축구협회컵(DFB 포칼) 준결승전에도 경기장을 찾았다. 상파울리는 독일 최고의 명문구단인 '부자 구단' 바이에른 뮌헨에 0대3으로 패했다.
그라스는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축구 전야제에서 〈오프사이드〉라는 제하의 네 줄짜리 축시(祝詩)를 발표했다. "천천히 축구공이 하늘로 떠올랐다. 그 때 사람들은 관중석이 꽉 차 있는 것을 보았다. 고독하게 시인은 골대 앞에 서 있었고 그러나 심판은 호각을 불었다. 오프사이드."
그라스는 이번 2006년 독일 월드컵에 앞두고 9명의 작가들과 함께 축구에 대한 시를 지었다. 이 시들은 5000여 개의 포스터로 만들어져 6월까지 독일 8개 도시의 공공장소에 부착될 예정이다. 그라스가 새롭게 만든 축구시(詩)의 제목은 〈공은 둥글다〉이다. '공은 둥글다' 1954년 스위스 월드컵에서 서독을 우승으로 이끈 제프 헤어베르거(77년 작고)가 남긴 축구계에서 가장 유명한 잠언. 팀 전력의 우열과는 반대의 경기 결과가 자주 나올 수 있는 축구 경기의 의외성을 적절히 표현한 말이다.
상업주의의 심화로 강자와 약자가 미리 정해져 있는 축구계를 향해 쓴 소리를 한 귄터 그라스가 〈공은 둥글다〉라는 시를 썼던 이유는 독일 월드컵에서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약체들의 반란을 기대하는 이유가 아니었을까?
다음은 귄터 그라스의 시 〈공은 둥글다〉의 전문.
"나의 공은 찌그러져 있다. 어렸을 때부터 누르고 또 눌렀지만 공은 한쪽으로만 동그래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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