딕 아드보카트 감독의 선수 점검이 쉼 없이 계속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오는 22일 오전 유럽 출장을 마치고 귀국하는 아드보카트 감독은 23일 FC 서울과 전남 간의 경기를 지켜볼 예정이다.
FC 서울에는 박주영, 김동진, 백지훈 등 대표팀 최종 엔트리 후보자들이 있다. 또한 FC 서울에는 이동국의 부상낙마 뒤 대표팀의 스트라이커 자원으로 떠오르고 있는 김은중, 정조국도 포진해 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전남의 골키퍼 김영광의 최근 컨디션에 대해서도 집중적인 체크를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경기에서 아드보카트 감독의 핵심 체크 포인트는 단연 박주영이 될 가능성이 짙다. 박주영이 윙 포워드와 중앙 공격수를 오갈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 능력을 독일 월드컵에서 선보일 수 있을 것이냐는 문제는 아드보카트 감독의 전술 운용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현 대표팀에는 이천수, 정경호, 차두리, 설기현 등 윙 포워드 자원이 많고 반대로 확실한 중앙 공격수가 없다는 점도 같은 맥락이다. 많은 윙 포워드 자원 가운데 1~2명이 중앙 공격수 자리를 소화할 수 있다면 '윈윈 효과'가 날 수 있다. 또 다른 윙 포워드 설기현의 중앙 공격수 위치 변화가 거론되기도 했지만 설기현은 날개에 더 어울린다는 지적이 많다. 설기현도 "어느 포지션으로 나가든 열심히 하겠지만 윙 포워드로 뛰는 게 편하다"라고 밝힌 바 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지난 2월 LA 갤럭시와의 평가전에서 후반 31분 이동국을 빼고 정경호를 투입했다. 이 순간 '더블 스위치'가 이뤄졌다. 왼쪽 윙 포워드를 보던 박주영이 중앙 공격수로 자리를 옮겼다. 박주영은 골을 넣지는 못했지만 후반 43분 순간적인 움직임으로 골키퍼와 맞서는 상황에서 슈팅을 때렸다. 대표팀 중앙 공격수로서의 가능성을 보인 셈이다.
지난 3월 2일 박주영은 앙골라와의 평가전에서 귀중한 결승골을 넣었다. 포지션은 왼쪽 윙 포워드였지만 당시 박주영은 공격시에 중앙으로 자주 침투하며 이동국과 함께 투톱을 이룬 것 같은 모습을 보였다. 공격형 미드필더인 박지성의 과감한 돌파로 대표팀의 중앙 공격이 살아날 때쯤 박주영이 몸을 거의 180도로 비틀어 골을 장식했다. 공을 잡기 전 미리 다음 상황을 머리 속에 그리고, 슛을 쏘는 박주영만의 능력을 아드보카트 감독에게 각인시키기에 충분한 골이었다. 박주영은 이날 경기 뒤 "골키퍼가 없는 곳으로 꺾어 차려고 했다. 하지만 빗맞았는데 운좋게 들어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골 문 앞에서 득점 기회를 포착하는 능력이 뛰어난 박주영의 득점포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최근 5경기에서 9개의 슈팅밖에 시도하지 못하고 있다. FC 서울의 이장수 감독은 박주영에게 조금 더 과감해져야 한다는 주문까지 했다.
안정환과 조재진이 이동국의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안정환의 경험과 조재진의 헤딩 능력이 잘 어우러져야 대표팀의 중앙 공격이 힘을 받는다. 하지만 두 선수 모두 현 시점에서 보면 이동국만큼 확실한 카드는 아니다.
결국 독일 월드컵에서 한국은 적어도 3명 정도의 중앙 공격수를 활용해야 한다는 의미다. 아드보카트 감독의 '전략적 유연성'을 위해 다른 포지션과 함께 중앙 공격수로 뛸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가 절실하다. 박주영이 23일 전남 전에서 더욱 힘을 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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