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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鄭 후보단일화 논의와 도덕성 연구 <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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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鄭 후보단일화 논의와 도덕성 연구 <下>

서영석의 '삐딱하게 본 정치' <21>

필자는 전편에서 김근태 의원의 후보단일화주장이 최소한의 도덕성을 갖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민주당내 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 측과의 차별성을 지적한 것일뿐, 그렇다고 김 의원의 주장이 시의적 적절성까지 함께 갖추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두고 싶다.

시점 면에서만 본다면 사실 김근태 의원의 주장도 대단히 부적절하다. 왜냐 하면 김 의원의 의도와 관계없이 이용당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기 때문이다. 지금 지지율이 모든 척도가 되고 있는 이러한 상황에서 김 의원의 단일화주장은 자칫 정몽준 의원으로의 단일화로 직결될 수가 있다는 것이다. 정몽준 의원으로 단일화되는 것이 뭐가 나쁘냐고 할 수는 있겠지만, 사전에 누구를 특정하는 것과 아닌 것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김 의원이 단일화를 주장하면서 전제로 내걸었던 '경선을 통한 단일화'요구가 실은 도덕성 여부를 판별하는 중요한 잣대였다고도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최근의 흐름을 보면 김근태 의원의 후보단일화 요구가 점차 탄력을 잃을 조짐이 더 강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무슨 얘기냐 하면, 후보단일화가 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노무현-정몽준 두사람간의 정책적 유사성이 있어야 하는데, 날이 갈수록 정몽준 의원측이 내놓는 각종 현안에 대한 입장이 보수우경화 경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된다면 후보단일화는 노-정이 아니라 이회창-정몽준간에 해야 할 일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입으로 변화와 개혁을 얘기한다고 개혁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입으로 개혁을 얘기한다면 손과 발도 개혁쪽으로 가야만 한다. 그러나 대북정책이라든지 각종 경제정책면에서 정몽준 의원측이 내놓고 있는 대안들은 한나라당 정책 쪽에 더 가깝다는 지적이 많다. 이래서야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의원간의 후보단일화란 말이 안되는 얘기일 뿐이다. 필자가 지적했듯이 그야말로 집권만을 위한 야합이 될 가능성이 더 높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정책적 유사성이 없어도 후보단일화가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주로 드는 예가 지난번 대통령선거 때의 DJP연합이다. 사실 DJP연합은 내각제만이 고리였을뿐 정책적 유사성은 전혀 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지금 시점과 5년전을 동일하다고 보는 역사정체적 관점에서의 주장일 뿐이다. 5년전에는 사상최초의 정권교체라는 대의명분 속에 DJP간의 정책적 이질성이 묻힐 수 있었다(물론 이러한 이질성이 결국에는 부작용을 일으켜 연합정권의 삐걱거림에 많은 역할을 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인가. 필자는 그렇지 않다고 판단한다. 왜인가? 그렇다면 지난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에서 왜 한나라당이 더 많은 지지를 얻었는가. 사상최초의 정권교체에도 불구하고 민주당과 DJ정권은 심각한 민심이반에 직면했어야 했다. 이는 거꾸로 많은 사람들이 한나라당을 지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한나라당의 대통령후보가 바로 이회창씨다. 97년 대선 때와 2002년 대선 때의 이회창씨는 같은 인물인지는 모르나 최소한 후보가 갖는 역사성 면에서는 차이가 있다.

따라서 한나라당과 이회창후보를 무조건적으로 타도돼야 할 후보라고 보는 관점은 그렇게 옳지가 않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민주주의의 원칙은 다수결이며, 그 다수결의 형성에 설혹 문제가 있다손 치더라도 이에 대한 승복 없이는 민주주의를 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보수언론과 결합해 여론을 조작하려드는 한나라당의 행태는 비난받아야 마땅하지만, 그것을 옳은 것으로 받아들이는 국민들이 존재하는 한 무조건적으로 타도될 수만은 없는 정치적 실체라는 점은 싫더라도 인정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내 후보단일화론자들이 도덕성을 잃지 않고 후보단일화를 얘기하려면 지금은 입을 닫고 있어야 한다. 최소한 지금은 떠들 때가 아니다. 그리고 힘을 모아 소속당의 대통령후보 지지율 제고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냥 10월말이니 11월초니 하면서 그때까지 기다렸다가 노무현 후보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으면 후보단일화에 나서겠다고 하는 것도 국민에 대한 기만일 뿐이다. 진심으로 후보와 함께 하면서 후보의 지지를 높이기 위해 애를 써야만 한다.

후보단일화는 사실 정몽준 의원이 민주당의 후보재경선에 불참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현실적으로 물건너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때 재경선을 통한 단일화 이외의 다른 길은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시 후보단일화가 논의될 수 있다면 그것은 대통령선거 직전에 한번 정도 더 기회가 있을 수 있다. 그러한 기회는 대단히 복잡한 조건이 완비돼야만 가능한 일이 되겠지만, 여하튼 그때 논의를 꺼내기라도 하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겉으로는 대의를 얘기하면서 속으로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당내 후보를 뒤흔드는 그런 후보단일화론자들은 모조리 퇴장돼야만 할 것이다.

(본란의 필자 서영석씨를 비롯한 인터넷 논객들이 최근 정치칼럼 전문 사이트를 개설했습니다. 관심 있는 독자들의 방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http://www.seopri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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