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독일 월드컵 본선에서 격돌하는 프랑스 축구는 전력이 탄탄하다. 아트사커 사령관 지네딘 지단, 움직임을 에측할 수 없는 골잡이 티에리 앙리, 미드필더에서 강력한 수비와 촌철살인의 패싱 능력을 갖춘 클로드 마켈렐레, 파트리크 비에이라와 수비수 릴리앙 튀랑 등이 아직 건재하기 때문이다.
프랑스 축구의 근간을 이루는 이 선수들은 모두 아프리카 출신의 이민자나 그 2세들이다. 지난해 11월 북아프리카 출신 이민 2세대가 주축이 됐던 소요사태가 발생했을 때 프랑스 대표팀 선수들은 적극적으로 이 문제에 개입했다. 사르코지 내무부 장관이 소요사태 참가자들을 '인간 쓰레기'로 묘사한 것에 대해 튀랑은 "나는 인간 쓰레기가 아니다"라고 정면 대응했고, 다른 선수들도 이민자들을 홀대했던 프랑스 정부를 비난했다.
그로부터 5개월 뒤인 요즘, 프랑스 축구계는 '인종차별' 문제로 또 다시 시끄럽다. 차기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으로도 거론되는 미셀 플라티니와 함께 1980년대 프랑스 대표팀의 중원을 지휘했던 장 티가나의 발언 때문이다.
〈AFP〉에 따르면 말리 출신의 티가나는 14일(한국시간) 〈프랑스 풋볼〉과의 인터뷰에서 "2년 전 내가 프랑스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지 못한 이유에는 인종차별이 포함돼 있다. 내 실력 때문에 프랑스 감독이 되지 못한 것은 아니다"고 주장한 것.
현재 터키 프로팀 베식타스의 사령탑인 티가나는 "프랑스 대표팀에는 너무 흑인이 많다. 이 때문에 흑인 감독을 둘 수 없다"는 클로드 시모네 프랑스 축구협회 회장의 당시 발언을 인종차별의 증거로 제시했다. 티가나는 "30년 동안 나와 알고 지냈던 프랑스 축구계 유력 인사를 통해 시모네 회장의 발언을 전해 들었다"고 덧붙였다.
티가나는 2004년 레이몽 도메네쉬(현 프랑스 감독), 로랑 블랑 등과 함께 프랑스 대표팀의 지휘봉을 놓고 경합했었다. 당시 프랑스 축구협회가 언급한 티가나의 낙마 이유는 법정 분쟁이었다. 티가나는 자신이 감독으로 머물던 잉글랜드 풀햄 클럽의 알 파에드 구단주로부터 팀 원정경기 비용을 일부 가로챘다는 의혹을 사 법정에 서야 했다. 하지만 티가나는 그 뒤 무죄 판결을 받았다.
시모네 회장은 티가나의 주장을 터무니 없다며 일축했지만 이 발언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에는 적지 않은 파장을 몰고 올 전망이다. 독일 월드컵에서 프랑스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누벼야 할 선수 가운데에는 여전히 다수의 아프리카 출신 선수들이 포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아직 프랑스 대표팀의 조직력을 완벽하게 다듬지 못한 도메네쉬 감독의 입장을 고려하면 티가나의 주장은 '악재'가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