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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후보, 국민만 보고 달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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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노무현 후보, 국민만 보고 달려라

서영석의 '삐딱하게 본 정치' <20>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후보의 인기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매주 동일한 설문으로 조사하는 폴앤폴이란 여론조사기관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가장 최근의 조사에서 노무현 후보의 인기가 그 전의 18.2%보다 약진한 23%수준까지 올라갔다는 것이다.

굳이 여론조사 결과를 들이대지 않는다 하더라도 노무현후보 인터넷 홈페이지를 가보면 과거와는 다른 활력을 느낀다. 민주당내 분위기도 그동안의 침체상태를 벗어나 다시 시작해보겠다는 의지가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세상만사 차면 이지러지고, 이지러지면 다시 차게 되는 것이 진리인가 보다.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겠다. 혹자는 386세대의 선두주자로 꼽혔던 김민석 전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정몽준 캠프에 합류한 것이 계기가 됐다고 해석한다. 무슨 씨나락 까먹는 소리냐, 노무현 후보와 콤비를 이루며 지방선거 당시 최대격전지였던 서울시장 민주당 후보로까지 나섰던 인간이 달아나 버리자 노무현 후보를 살려야 한다는 동정여론이 일었고, 그것이 반전의 계기가 됐다는 식이다.

필자는 물론 그렇게 보지 않는다. 김민석의 훼절이 불러일으킨 것은 노무현 후보에 대한 동정이 아니라, 개혁을 열망하는 젊은층 유권자들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김민석의 변절에 대한 분노라고 해야 맞다. 분노는 힘이다. 화를 내지 않는 민족은 희망이 없다는 말까지 있지 않는가. 노풍의 근원도 따지고 보면 20대와 30대 중심으로 일었던 기존의 모순과 부조리한 정치현실에 대한 분노의 표출이었다. 이들의 분노가 노무현후보의 지지도 상승의 견인차가 된 것은 분명하다.

또한 정몽준 캠프의 우유부단함이 결국은 부동층으로 하여금 다시 노무현후보를 선택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 점도 있을 것이다. 민주당내 후보단일화협의회라든지, 자민련측, 이한동 전총리 측, 그리고 박근혜 의원등과의 4자연대니, 5자연대니 하는 것들이 결국에는 실패로 돌아가면서, 정몽준 의원의 약점으로 꼽혔던 우유부단함이 부각됐을 수 있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싫어하지만, 노무현 후보로도 뭔가 안된다고 여겼던 이탈세력들에게 이러한 우유부단함은 그래도 노무현 후보가 낫다고 판단하게 만들었고, 그래서 다시 지지로 회귀하게 했을지도 모르겠다.

노무현 후보측으로서는 심히 괴로운 일이었겠지만, 한나라당측에서 노무현 후보는 이미 상대가 아니라며 오로지 정몽준 의원만을 타깃으로 집요하게 펼쳐온 공세의 반사이득으로 노무현 후보 지지가 늘어났을 수도 있다. 필자가 몇번 밝혔지만 사실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후보의 지지도 합계는 노풍의 절정기 때 노무현 후보 지지도와 비슷하다. 특히 20대와 30에서는 거의 완전히 일치한다. 따라서 정몽준 의원에게 실망하면 그 표는 이회창후보에게 가지 않고 노무현후보에게로 가는, 또한 그 반대도 마찬가지인 특성을 보여 왔다.

이회창후보의 TV토론에 대한 실망감이 노무현 후보의 인기 상승에 한 원인을 제공했을 수도 있다. 후보들이 동시에 참여하는 합동토론회를 기피해온 이회창 후보의 방송토론회는 여러 뒷말을 남겼는데, 최소한 인터넷에 익숙한 20대와 30대 유권자들에게는 조금 실망스런 구석도 있었던 모양이다.

지지도란 그야말로 총체적인 역량이 유권자들에게 투사된 결과다. 그래서 어느 하나가 원인일 리는 없고, 이런저런 것들이 망라돼 영향을 미쳤다고 봐야 맞다. 정치란 워낙 자기가 잘해서가 아니라 상대방이 실수해서 반사이득을 얻는 일이 많다고는 하지만, 노무현 후보의 인기 재상승에 대한 원인을 따져봐도 노무현 후보가 갑자기 잘해서 그렇다는 흔적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아무래도 노무현 후보와 경쟁하는 이회창 후보나 정몽준 의원의 실수에 힘입은 바 크다는 얘기다.

이것은 무엇이냐. 노무현 후보가 이같은 반전현상을 계기로 국민들에게 뭔가 신뢰를 주는 정치인으로 크게 각인시키지 못한다면, 상대방이 다시 정신 차리고 실수를 만회하게 되면 다시 지지도가 내려갈 것이란 관측을 가능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노무현 후보의 지지도 하락에는 참으로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고, 대부분은 노무현 후보 자신의 잘못 보다는 외부적인 요인이 더 많았다. 통과의례를 빙자해 어떻게든 흠집을 내보려는 당내 수구세력들의 준동, 작은 실수와 흠집을 침소봉대해 인간적인 약점으로 과대포장하는 수구언론들의 필사적인 심술 등이 워낙 커다란 벽이었던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다른 무엇보다도 학력 우선의 사회 분위기에서 오는 냉대와 싸늘한 시선이란 벽도 무시못할 요인으로 작용했었다.

그렇다고 노무현 후보나 후보측에 작은 흠까지 없었다는 것은 아니다. 50%를 훌쩍 넘는 지지도에 정신이 멍해진 후보 자신의 오판, 보좌진들의 오만과 편견(단기간에 끝장나 다행이었긴 하지만), 국민보다는 당내 기득권세력에, 여론보다는 여론조작술에 능한 수구언론에 영합하려 했던 노무현 후보 자신이나 측근세력들의 잘못도 엄연히 지적돼야만 할 것이다. 후보가 될 때까지 견지해왔던 원칙을 벗어나, 보수세력들의 공세에 굴복해 입장을 번복하는 일들도 없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이제부터라도 노무현 후보는 자신에 대한 지지의 본질이 무엇이었는지 다시 한번 겸허하게 생각해보고 그러한 본질에 맞는 행동을 해야만 할 것이다. 노무현 후보가 희망이 없던 상태에서 민주당 대통령후보로 급속하게 부상할 수 있었던 것은, 아이러니칼하게도 그가 민주당 대통령후보가 되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정치인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당내 다수파에게 아부하고 굽신거리고 굴종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원칙대로 살아왔기 때문이었던 것이다.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오로지 재집권을 해야 한다며 후보 주변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상대방을 공격하든가, 노선을 그때그때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는 집권지상주의자들이 주변에 버글거릴 것이다.

역시 아이러니지만 집권을 지상의 목표로 둬서는 절대로 집권을 하지 못한다고까지 얘기할 수 있다. 민주당 노무현후보를 지지하는 근본원인은 바로 잘못된 정치관행의 타파요, 혁신에 대한 기대다. 원칙과 절차를 무시하고서야 목적지상주의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최선을 다해 집권을 하면 목표달성이요, 설사 국민의 다수가 외면을 해서 집권을 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견제세력으로 소임을 다하겠다는 겸허한 자세가 필요하다.

노무현 후보가 명심해야 하는 것은 그와 같은 집권의 부스러기를 건지려는 정치자영업자들이 아니라,그를 통해 정치의 변혁을 갈망하는 국민들의 기대를 최우선의 정치원칙으로 삼아야 한다는 점이다. 노무현 후보에게 진심으로 권하고 싶은 것은 바로 이 한마디다. 오로지 국민만을 보고 달려라. 이것은 비단 노무현 후보만이 아니라 모든 후보에게 들려주고 싶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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