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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수통일은 새로운 차별의 지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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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수통일은 새로운 차별의 지름길"

'반세계화' 다큐멘터리감독 밴 캐시단 인터뷰

세종로 영상미디어센터에서 열린 '제2회 시민영상제'(10월 17~20일)에 외국 초청작가로 초대된 밴 캐시단(Ben Cashdan·38)감독과 19일 오후 인터뷰를 가졌다.

***넬슨 만델라와 함께 활동해**

영국태생인 캐시단 감독은 BBC방송국의 프로듀서로 활동하던 1980년대에 영국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의 인종차별에 관한 두 편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1990년부터는 남아프리카연방공화국으로 이주하여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과 함께 활동하면서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에 대한 저항운동을 지원하는 다양한 영상운동을 벌였고 1994년 남아공의 첫 민주정부가 들어서자 만델라 대통령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최근 2년간은 이번 영상제 초청상영작인 '당신은 어느 편인가?'(Which side are you on?) 등 반세계화 투쟁에 대한 10편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그의 작품들은 현재 6개 국어로 번역되어 세계 각국에서 상영되고 있다.

***"나는 시오니즘에 반대하는 유태계"**

<사진1>

프레시안 : 당신이 만든 다큐멘터리의 지향점은 무엇인가?
캐시단 : 나는 작품을 어떤 문제를 진단하고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문제의 갈등이나 원인이 최고조에 다다른 상태에서 끝을 맺는다.

내가 작품을 만드는 방식에서는 '게릴라'영화라고 할 수 있고, 상영하는 방식에서는 '상호교류영화'로 보고 싶다. 나는 나의 작품을 본 사람들이 영화가 끝난 후부터 서로에게 질문하고 논쟁하여 대안을 찾기를 바란다. Q(Question, 질문)의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당신은 어느 편인가'도 그래서 당신이 자본가인 조지 소로스와, 투자자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 집이 철거당한 빈민 중 어느 편인지를 물으며 끝낸 것이다.

프레시안 : 영국인인 당신이 다른 나라의 분쟁이나 문제들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캐시단 : 먼저 밝힐 것은 내가 시오니즘에 반대하는 유태계라는 점이다. 그리고 세계 여기저기서 벌어지는 모순과 억압에 늘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의 인권에도 관심을 갖고 연대해야**

프레시안 : 그래도 외국까지 가서 다른 나라 인권운동을 돕다 그곳에 정착까지 하는 것은 한국의 정서로는 이해가 안 된다. 어떤 이유인지?
캐시단 : 나는 우리가 자신이나 자신이 속한 집단의 권리만큼 다른 사람들의 인권이나 다른 집단의 정의실현에도 관심을 갖고 강하게 연대를 해야 한다고 굳게 믿는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 가게 된 것은 방송기술을 가지고 있어서 자원봉사 개념으로 4개월 정도 돕기 위해 갔다가 계속 머물게 된 것이다.

지금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새로운 정신이 피어나고 그 정신에 따라 모든 것이 바뀌는 놀라운 순간을 맞고 있다. 그래서 지금까지 계속 그곳에 살게 됐다. 나에게는 행운이었다.

프레시안 : 당신 영화를 보면 왜 남아공의 흑인 감독이 만들지 않고 왜 백인인 당신이 해야 했을까 하는 의견도 있을 것 같다.
캐시단 : 물론 많은 흑인 동료 감독들도 이런 문제를 다루고 있다. 그들도 내 작품에 대해 잘 만들어졌다고 칭찬했고 내가 좀 더 냉정한 시각으로 만들 수 있었다며 격려를 해 주기도 했다. 영화를 볼 때 감독 피부색을 보지는 말기 바란다. 그런 시각은 작품의 의미를 좁힐 수 있다.

프레시안 : 넬슨 만델라와의 인연은?
캐시단 : BBC에 근무해서 카메라 등 방송기술에 대한 전문지식과 기술이 있었기에 남아공으로 가서 만델라의 사무실에서 합류하여 일을 하게 됐다. 50명 규모였던 만델라 사무실의 스텝으로 일했다. 개인적으로 그와 인터뷰를 하거나 외국언론과의 인터뷰를 곁에서 기록하기도 하며 그를 도왔다.

***만델라는 소박하고 유머러스한 인물**

프레시안 : 당신이 가까이서 본 만델라는 어떤 사람인가?
캐시단: 실제 그는 굉장히 소박하고 겸손한 사람이다. 그리고 미래에 대한 거대한 비전을 지닌 사람이다. 또 인터뷰를 하거나 손님을 맞이할 때 보면 굉장히 상대방을 웃기는 유머러스한 인물이다.

프레시안 : 아까 영화가 끝난 후 한국 관객들에게 만델라를 아는 사람이 있으면 손을 들어 달라고 했는데?
캐시단 : 남아공과 한국이 거리가 멀고 어떤 문화적인 차이가 있을 것 같아 이를 상쇄하기 위한 것이다. 누구나 만델라에 대해서는 잘 아니까.

개인적으로 다들 손을 들어서 솔직히 기뻤다. 만델라는 지금 남아공에서는 그가 이룬 업적에 비해 너무 빠르게 잊혀져 가고 있다. 그곳 학교에서 만델라를 아는지 물어보면 학생의 반 정도만 손을 든다.

프레시안 : 당신의 작품에는 남아공의 현실이 매우 힘들게 그려지고 있는데 현재 남아공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캐시단 : 남아공의 문제는 큰 3개의 백인재벌이 흑인들을 상대로 이익을 남긴 후 그 이익을 외국 특히 유럽으로 자꾸 빼돌린다는 점이다. 지금 남아공에는 새로운 흑인 중산층 계급이 생겨나고 있기도 하지만 이들이 '남아공인만을 위한 남아공'을 주장한다는 것도 문제다.

***남아공은 '새로운 차별'이 생긴 상태**

프레시안 : '남아공만인을 위한 남아공'은 무슨 뜻인가?
캐시단 : 그동안 남아공의 인종차별 철폐를 도와준 많은 인접국이 있었다. 이들 나라는 반정부인사들의 망명지가 되 주기도 했다. 짐바브웨가 대표적이다.

문제는 지금 남아공의 경제가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보다는 나은 상태기 때문에 남아공으로 몰려오는 외국사람들을 남아공 주민들이 차별하고 밖으로 내몰고 있는 '새로운 차별'이 생긴 상태라는 것이다.

프레시안 : 당신 작품에도 묘사된 것인데 남아공 국민들이 다른 아프리카에 비하면 절대빈곤 상태는 아니지만 오리려 상대적 박탈감에 기인한 갈등은 더 큰 것 같다.
캐시단 : 부자들은 차가 넷에 TV세트가 셋쯤 있는데 그 옆에는 집에 TV나 냉장고도 없이 사는 사람이 있다면 어떻겠는가. 한쪽은 유럽에 집이 열채가 있고 다른 쪽은 양철(판자)집은 있지만 수도도 안 나온다. 무엇이 가난인지 되묻고 싶다.

물론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의 기아가 심각한 인류의 문제인 것도 사실이다.

<사진2>

***남북이 뒤엉켜서 50년간 계속 싸우는 것, 바로 그 모습이 지금의 이스라엘**

프레시안 : 현장에서 다큐멘터리를 찍은 입장에서 볼 때 팔레스타인의 비극은 어느 정도 인가?
캐시단 : 실제 이스라엘을 가 보면 싸우는 사람들이 사촌간이거나 학교 같은 반 동창들인 경우가 많다. 서구 언론은 그런 문제를 잘 안 다룬다. 나도 외모로는 가끔 팔레스타인계로 오해를 받곤 한다.

한국이 남·북으로 나뉘지 않고 그냥 뒤엉켜서 50년간 계속 싸우는 것을 상상해 보라. 바로 그 모습이 지금의 이스라엘이다.

프레시안 : 그렇다면 이런 분쟁과 문제들에 대한 당신의 해결책은 무엇인가?

캐시단 : 이스라엘도 대기업은 이익을 남겨서 외국으로 빼돌리고 일반인들은 '이스라엘인만을 위한 이스라엘'을 외친다. 그전에도 나치들은 또 비슷한 구호로 6백만을 죽였다.

나는 남아공이나 팔레스타인 한국의 남·북 문제나 결국 자본주의시스템과 내셔널리즘(민족 혹은 국가주의)같은 것의 기괴한 결합 때문이라고 본다.

갈등, 분쟁지역들은 하나 같이 그 지역에서 얻은 이익을 유럽이나 미국으로 옮기는 거대 기업들이 존재한다. 아마 마르크스가 지금 서울이나 동경을 보면 '지금이 내가 말한 그때다'라고 고함을 칠지도 모르겠다.

***세계화로 가는 자본주의 시스템을 고쳐야**

참고로 남아공은 수도시설이나 교육문제를 제쳐놓고 40억 달러에 이르는 정부재정을 최신 군함 수주를 계획하고 있다. 분명한 적국도 없으면서 말이다. 정부들이 하는 일은 늘 이런 식이다. 세계화로 가는 자본주의 시스템을 고쳐야 한다.

프레시안 : 당신은 공산주의자인가?
캐시단 : 그런 질문을 왜하는지 알겠다. 내게 북한은 공산주의국가나 사회주의 국가가 아니라 거대한 극장에 수천만이 연기(퍼포먼스)하는 곳이라는 느낌이 든다.

지금은 20세기 초가 아니므로 공산주의자는 아니다(웃음). 이스라엘의 정책에 반대하는 사회주의자라고 해두자.

***'북한에 대해 말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나 금기가 있는 것 같다**

프레시안 : 한국에 대한 인상이나 독특한 점은 ?
캐시단 : 머문 기간이 짧아 내부까지 깊숙이 알긴 힘들지만 투숙한 호텔 부근에 리바이스나 맥도널드 같은 기업의 간판들이 너무 많은 것 같다. 그리고 토론회에서 느낀 것인데 한국인들은 북한에 대한 공포보다는 '북한에 대해 말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나 금기가 있는 것 같다.

관객 중에 어린 청소년이 많았는데 그들도 그렇게 행동하는 점이 흥미로웠다.

프레시안 : 남북문제에도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캐시단 : 남한은 마치 서독이 동독을 그런 것처럼 북한을 집어 삼키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그것은 국내에 새로운 차별이 생기는 지름길이다.

프레시안 : 바쁜 일정 중에 인터뷰에 응해줘서 고맙다
캐시단 : 내 작품과 활동에 관심을 가져줘서 감사하다. 근데 내가 만약 공산주의자라면 여기서 뭔가 달라질 것이 있는지 궁금하다.


***'당신은 어느 편인가?(Which side are you on?)' 작품 소개**

이 작품은 외국투자자들이 볼 때 미관상 좋지 않다는 이유로 남아공화국의 빈민들이 사는 주거지를 역시 빈민들인 철거반원들이 철거하는 모습으로 시작된다. 뒤이어 "우리는 짐바브웨와는 다른 좋은 경관을 지녔다"는 정부관료들의 주장이 이어진다.

영화는 서서히 2001년 9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의 자본가와 유럽정부 관료들의 변명과 같은 해 남아공 더반에서 열린 반인종차별 집회를 교차해서 보여 주면서 자본가 조지 소로스와 벨기에 외무장관 루이스 미쉘등 세계화 지지론자들의 주장을 집요하게 반박한다.

영화 중간에 투투 주교나 넬슨 만델라의 인터뷰도 삽입되어 있는데 특히 투투 주교는 노벨평화상 수상자 답지 않게(?) '남아공의 백인들은 자신들을 죽이지 않는 흑인들에게 감사해야 한다'는 요지의 강경한 발언을 하기도 한다.

영화 후반부에서 집요한 질문공세에 소로스는 횡설수설 변명을 늘어 놓다가 "내 재산이 일반인이 역겨울 만큼 많은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하고 "자선에 힘을 쏟고 있다"고 해명한다.

그러나 루이스 미쉘 장관은 끝까지 식민주의의 '밝은 면'을 강조하며 "옛 식민지는 이제 강하고 능력이 있다"고 추켜 세운다.

남아공의 흑인들과 제3세계의 시민들은 50년을 기다려서 홀로코스트 보상을 받은 유태인들처럼 이제까지 당한 착취를 보상 받고 싶으나 버틸 수 있는 힘이 없기에 자신들이 기다리는 기간이 '50년' 보다는 빠르기만 기대한다.

마지막에 감독은 자막을 통해 "당신은 어느 편이냐?"고 관객에게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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