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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는 영화음악을 어떻게 발전시켜왔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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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는 영화음악을 어떻게 발전시켜왔는가?

[한재권의 Mosic & Muvie]

1946년 세계 최초의 컴퓨터인 에니악(Eniac)이 탄생한 이래 컴퓨터는 그 자체로써 하나의 문화로 자리매김하며 현재는 모든 분야에 걸쳐 활용이 되고 있다. 특히나 영화를 포함한 영상산업 전반에는 이제 컴퓨터 없이 작업자체가 블가능할 정도로 활용도가 엄청나다. 컴퓨터는 음악에 있어서도 영상음악 뿐만 아니라, 대중음악과 클래식을 포함한 모든 장르와 모든 형태의 음악활동에 있어서 음악이론보다도 어쩌면 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며 맹위를 떨치고 있다. 그러면 과연 컴퓨터는 어떻게 영상음악에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을까. 먼저 영상음악의 작편곡을 포함하는 창작단계에 있어서의 활용이다. 1981년 세계 유수의 전자악기 회사들은 생산해 내는 신디사이저(Synthesizer)들의 100% 디지털 음원화라는 기술혁신을 맞이하여 컴퓨터 언어와 같은 방식의 디지털 신호를 제안했다. 그리고 그것은 2년 뒤 각회사의 협의에 의해 MIDI(Musical Instrument Digital Interface)라는 표준 디지털 신호체계를 인식할 수 있는 기술을 장착할 것을 약속함(마치 요즘의 USB단자처럼)으로써 향후 개발, 출시되는 모든 디지털 악기에는 MIDI신호를 서로 교환하고 인식할 수 있는 단자 (端子)가 장착됐으며 그것들은 악기뿐만 아니라 가정용 PC와도 상호정보교환을 있게 되어 음악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 없이도 간단한 디지털 악기와 컴퓨터만으로 음악을 만들어 볼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을 제공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나날이 발전되는 디지털 악기들의 품질은 가히 가공할 만한 수준에 이르러 왠만한 귀로는 구분할 수 없을 만큼 실제 악기 소리에 가까운 음색까지 제공하고 신디사이저라는 악기는 이제 전자제품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악기로 자리잡고, 뛰어난 음악적 상상력을 지닌 전세계 모든 이들은 그동안 답답하게 머릿속에서만 맴돌던 음악적 결과물들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이것이 바로 컴퓨터 음악 혁명의 시작이었다. 그러다보니 요즘은 피아노 앞에 앉아 혹은 기타를 옆에 끼고 작곡하고 편곡하는 영상음악가들은 거의 볼 수 없다. 그들 앞에는 컴퓨터 모니터가 자리하고 있고 불과 2-30분전에 작곡된 그들의 음악을 가상의 오케스트라 혹은 악단이 연주를 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두번째로 컴퓨터는 음악이 영상에 입혀지게 되는 기술적인 면에서도 적극 활용되는데, 불과 19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완성된 음악은 대형 스크린을 통해 영사되는 가운데 실제 라이브 공연처럼 악단의 연주가 이루어지며 다시 재녹음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그러나 앞서 설명한 MIDI가, 더 나아가 컴퓨터 음악 기술이 발전하여 미리 녹음된 음악도 영상이 요구하는 정확한 위치에 입혀지는 기술이 도입돼 전세계 영상산업은 음악녹음에 의한 비용절감 및 시간절약마저 얻게 되고 좀 더 높은 완성도와 실험적인 측면을 꾀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국내영상문화 산업에서 적어도 음악분야에 있어서는 컴퓨터가 해낸 역할은 그야말로 혁명이요, 전환점이 되었다. 컴퓨터 음악의 출현 전까지만 해도 음악은 작곡가의 몫이 아닌, 악단이나 그 악단을 이끄는 지휘자의 몫이라는 인식이 강했는데 그 이면에는 영상 산업의 규모 자체가 워낙 미미하다보니 발벗고 거기에 뛰어드는 음악가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벌이도 신통치 못했다고 한다.
각종 디지털 악기들 ⓒ한재권
그러나 컴퓨터 음악은 가진 것 없는 음악가들에게 악단의 역할을 해줬고 새로운 음악을 원하던 영상 창작자들에게는 젊고 신선한 음악가들을 연결시켜주는 매개체 역할을 해준 것이다. 현재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소위 A급 영화음악가들이 데뷔하고 음악을 만들어왔던 시기가 국내에 컴퓨터 음악이 뿌리를 내려 막 활성화되기 시작한 1990년대 초, 중반이라는 사실만으로도 그 사실은 충분히 입증이 되고 그들 또한 컴퓨터음악이 국내 영화음악계를 이만큼 발전시켜 온 주된 요인이라는데는 공감한다. 말하자면 컴퓨터 음악이 없었던들 국내 영화음악이, 더 나아가 영상매체 전반에 걸친 음악산업을 상상이나 했겠느냐는 얘기가 될 수도 있겠다. "컴퓨터 음악이 실제 연주자가 연주한 음악에 비해 더 좋을 수 있는가?" 한창 컴퓨터 음악에 빠져서 공부중인 젊은 음악도들에게 가끔 받는 질문이다. 대답하기 쉽지 않은 까다로운 문제다. 마치 "록이 좋아요?, 힙합이 좋아요?" 식의 질문처럼 말이다. 한가지만 말하자면 컴퓨터 음악은 좋은 수단일뿐 좋은 목적일 수는 없다. 아직까지는 컴퓨터는 우리에게 도구일 뿐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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