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광주 국제영화제'가 오는 25일부터 31일까지 7일간의 일정으로 열린다. 25일 도청 앞 광장에서 열리는 개막식에 이어지는 야외상영작으로는 이두용 감독이 새롭게 리메이크한 나운규의 '아리랑'이 일반에 공개된다. 무성영화인 이 영화의 변사는 배우 양택조씨가 맡는다.
***'차세대 기대주' 감독들의 연출력을 비교할 수 있는 기회**
이번 영화제에는 세계의 신예 감독을 소개하는 '영 시네마', 유명 감독의 최신작을 상영하는 '월드 시네마 베스트', 대가의 업적을 회고하는 '마스터 디렉터', 한국 감독을 집중소개하는 '한국영화 회고전'등이 준비됐다. 특별섹션으로는 '프랑스 범죄영화 특별전'과 '닛까즈 에로영화 걸작선'이 마련됐다.
특히 올해의 '마스터 디렉터'부문에서는 누벨바그의 상징인 장 뤽 고다르의 최근 작품 4편이 선보이고 '한국 영화 회고전'에서는 '돌아오지 않는 해병', '삼포가는 길' 등 故이만희 감독의 영화 7편이 집중적으로 재조명된다.
또한 '영 시네마'부분의 '늪'과 '언러브드'는 각각 2001년 베를린 영화제 알프레드 바우어상과 칸 영화제 국제비평가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라이벌 관계인 양대 국제영화제가 뽑은 '차세대 기대주' 감독들의 연출력을 비교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비경쟁 영화제인 광주국제영화제의 올 초청작은 총220여 편으로 80여 편의 국내외 장편외에도 140여 편의 단편, 애니메이션이 '한국단편 신작선'과 '애니메이션 걸작선'등의 별도의 섹션을 통해 광주 충장로 극장가와 조선대학교 강당 등에서 상영될 예정이다.
이번 영화제의 프로그래머로 활동하며 국·내외 장편상영작을 직접 선정한 영화평론가 임재철씨를 14일 오후에 만나 이번 영화제의 성격과 주요 상영작에 대한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
***"영화제 성격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수많은 가능성을 스스로 봉쇄할 수 있어"**
프레시안 : 다른 영화제와 구별되는 광주영화제만의 성격 혹은 지향점이 있다면?
임재철 : 물론 처음부터 어떤 주제를 내세우면 일단 편하게 대중의 머리 속에 넣을 수는 있다. 하지만 '판타스틱'이나 '대안·독립' 식으로 한 문장으로 요약을 하면 수많은 가능성을 스스로 봉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광주영화제는 부산, 부천, 전주 등 다른 국내 영화제들과 구별되는 '저예산의 민간영화제'라고 홍보하는데 다른 영화제와 차별성은 어떤 것인가?
임재철 : 규모가 작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프로그래머로서 흥행에 대한 '부담'이 적다. 대중성이 없는 작품도 어느 정도는 선택이 무방하다. 보여주고 싶은 좋은 작품을 골라서 권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프레시안 : '영 시네마'는 다른 영화제와 변별되는 독특한 섹션으로 보인다.
임재철 : 그렇다. 현재 1,2 작품 정도를 연출한 젊고 실력이 있는 감독들을 국내에 소개하고 발굴하는 역할을 하고 싶었다. 작년에 국제적인 영화제에서 수상을 한 '늪'(루크레시아 마르텔 감독, 아르헨티나), '언러브드(Unloved)'(만다 구니토시 감독, 일본) 등 모두 열 작품이 초청됐다. 앞으로 영화제 예산이 풍족해지면 이 섹션은 경쟁부분으로 성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현재의 고다르 영화'를 관객들에게 소개하고 싶었다**
프레시안 : 장 뤽 고다르의 80~90년대 영화를 '마스터 디렉터' 섹션으로 선택한 이유는?
임재철 : 옛날의 고다르가 아닌 80년대 이후 작품을 중심으로 해서 '현재의 고다르 영화'를 관객들에게 소개하고 싶었다.
프레시안 : 일본 닛까즈(日活) 영화사의 '로망포르노'(에로영화)의 대표적인 작품들과 프랑스 범죄영화들이 특별 섹션에 배치된 것은 매우 흥미로우면서도 의외로 보인다.
임재철 : 지금 같은 '영상시대'에 옛날에 극장에서 인기를 얻었던 장르영화들을 돌아보는 것도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한때 번성한 장르로 일본영화에 무시 못할 흔적을 남긴 로망포르노나 미국과는 다른 색깔을 지닌 암울한 프랑스 범죄영화를 즐겨주기 바란다.
프레시안 : '영화사 다시 보기' 섹션도 인상적인 기획인 것 같다.
임재철 : 말 그대로 영화를 통해 영화사의 한 부분을 바라보자는 취지다. '도쿄가'는 일본영화의 황금기를, '조셉 로지: 네개의 이름을 가진 사나이'는 미국에서 반공주의가 극성을 부렸던 매카시즘 시대의 영화인을 다루고 있다. '진 세버그의 일기'는 사실에 기초한 페이크(가짜) 다큐멘터리다.
***여배우 진 세버그 관련 다큐멘터리도 인상적일 것**
프레시안 : 이번 영화제의 감상법을 소개한다면?
임재철 : 프랑스 범죄영화, 영 시네마, 닛까즈 작품은 하나씩 봐 두면 영화 창작을 하는 사람이나 일반관객들 모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여배우 진 세버그 관련 다큐멘터리도 인상적일 것이다. FBI의 감시등 영화 속 대부분의 일은 'fact'(사실)다.
프레시안 : 작년 1회 영화제 때 유료관객이 8천명으로 너무 적었고 홍보도 아쉬운 점이 많았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올해도 시일이 촉박하다.
임재철 : 광주영화제는 상근 프로그래머가 1년간 활동하는 방식의 규모가 큰 영화제가 아니라는 점을 알아주기 바란다.
영화제의 한 관계자는 "광주 영화제가 국비지원 5억원, 지방비 8천만원, 영화제의 자체기금과 협찬 등을 합쳐 총 6억8천의 적은 예산으로 치러지지만 프로그램이 좋아 관객수는 작년의 2배를 초과하는 2만 이상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제2회 광주영화제 주요 상영작**
***진 세버그의 일기(마크 라파포트 감독/미국/1996년)**
<사진>
이 영화는 1979년 자살로 생을 마감한 진 세버그의 '가상의 일기'를 가지고 찍은 페이크(가짜) 다큐멘터리로 한 여배우의 혜성 같은 등장과 비극적인 몰락을 그리고 있다.
미국 인디애나 출신의 여배우 진 세버그는 17살의 나이에 오토 프레밍거 감독이 <잔 다르크>를 만들기 위해 실시한 오디션에 합격해 은막에 데뷔한다. 이어서 사강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슬픔이여 안녕>에 주연을 맡아 일약 세계적인 스타로 떠오르게 된다.
곧이어 그녀는 파리로 건너가 고다르의 <네 멋대로 해라>에서 '뉴욕 헤럴드 트리뷴'지를 파는 짧은 머리의 미국여자를 연기한다. 이후 세칭 '프랑스의 연인'으로 불리며 미국과 유럽을 오가며 다수의 영화에 출연하며 짧은 전성기를 보냈다.
진 세버그는 '여배우는 머리가 나쁘다'는 선입관을 깨는 매우 지적이며 진보적인 인물이었다. 60년대 후반 흑인민권운동에도 열렬한 지지를 보냈으며 이런 그녀의 성향은 그녀를 동료이자 친구인 존 레넌, 제인 폰다 등과 함께 FBI의 내부 자료에 '요주의 인물'로 등록되도록 했고 이후 여러 유·무형의 압력은 그녀의 배우로서의 성가를 점차 잃게 되었다.
***언러브드(만다 구니토시 감독/일본/2001년)**
2001 칸 영화제 비평가주간 국제비평가상 수상
시청에서 오랫동안 근무해온 미츠코는 승진보다는 현재의 삶에 만족하는 여성이다. 어느 날 그녀는 시청을 방문했던 에이지라는 소프트웨어 업체 사장의 눈에 띄게 된다. 에이지는 미츠코에게 같이 일할 것을 제안하지만 미츠코는 거절한다.
곧 에이지는 미츠코에게 일방적으로 데이트를 신청하고 그녀에게 비싼 옷을 선물한 뒤 고급 레스토랑에 데려간다. 자연스러운 삶을 추구하는 미츠코에게 그것들은 어색하기만 하다. 결국 미츠코는 자신의 생활방식을 바꾸려고 하는 에이지에게 결별을 선언한다.
구로사와 기요시감독의 시나리오 작가이자 협력자였던 만다 구니토시는 있는 그대로의 삶 속에서 행복감을 느끼는 한 여성을 다룬 이 영화로 늦은 장편 데뷔를 장식했다. 사랑에 있어서의 '선택의 문제'를 한정된 공간에서 빼어나게 묘사하고 있다.
***늪(루크레시아 마르텔 감독/아르헨티나/2001년)**
2001 베를린 영화제 알프레드 바우어상 수상
'탈리'는 남편으로부터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한 채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 역시 4명의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사촌 '메차'의 집에는 오랫동안 쓰지 않았던 수영장이 하나 있다. 그 해 여름에는 기록적인 더위가 찾아오고 '탈리'와 그의 자식들은 '메차'의 집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때때로 다큐멘터리처럼 보이는 이 영화는 찌는 듯한 더위 아래 휴가를 보내는 두 아르헨티나 가족을 적나라하게 분석하고 있다. 관객들에게 쉬운 동일시를 허용치 않는 냉정한 시선으로 부패해가는 부르주아적 환경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사무라이(쟝 피에르 멜빌 감독/프랑스/1967년작)**
살인청부업자인 제프 코스텔로는 직업 성격상 친구가 없다. 비록 제인과 사랑하는 사이지만, 그녀에게는 이미 다른 남자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제프는 보스의 청탁에 따라 나이트클럽의 사장을 성공적으로 제거하지만 그 과정에서 클럽의 피아니스트인 발레리에게 목격되고 만다. 발레리의 거짓말 덕분에 간신히 경찰의 조사에서 벗어나긴 하지만 보스의 배신으로 인해 그의 알리바이는 깨지게 된다.
장 피에르 멜빌의 이 영화는 많은 영화감독들에게 영향을 미쳤으며 오우삼의 <첩혈쌍웅>와 짐 자무쉬의 <고스트 독: 사무라이>에 직접적인 영감을 제공했다. 여기서 멜빌은 극소의 플롯을 이용해 가장 매혹적인 시퀀스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오랜 침묵, 거의 음악적이라 할 만한 주인공들과 카메라의 움직임, 컬러의 양식화한 이용 등이 이 영화를 굉장히 매혹적인 범죄영화로 만들었다.
***젖은 욕망 (구마시로 다츠미 감독/일본/1972년작)**
오사카의 중심가에 있는 스트립쇼장. 젊은 스트리퍼 하루미는 주로 레즈비언 쇼를 한다. 하루미는 자기만의 쇼를 하기를 원하지만 야쿠자는 이사무는 이 생각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스트리퍼로 성공하기를 원하는 하루미는 결국 자신의 우상인 이치조 사유리와 같은 무대에 서게 된다.
적절한 템포와 과감한 편집이 인상적인 작품으로 구마시로 다츠미의 존재를 본격적으로 인식시킨 첫 작품이다.
광주국제영화제 홈페이지 http://www.giff.or.kr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