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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초당적 대처", 말은 꺼냈는데...

<데스크칼럼> 먼저 공약부터 새로 고쳐라

'장미빛 공약'만 남발하던 정치권이 갑자기 경제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주가폭락으로 미국발 경제위기 징후가 짙어지면서 정쟁으로만 날을 지새는 정치권을 질타하는 여론이 들끓자 '표 떨어지는 소리'를 염려한 대응이다.

11일 한나라당은 초당적 비상경제대책기구 설치를, 민주당은 여.야.정 정책협의회 재가동을 거론하며 경제문제에 대한 초당적 대처를 일제히 제기하고 나섰다.

***이회창, 초당적 비상경제대책기구 설치 제안**

한발 앞서 간 곳은 역시 한나라당이었다.
야당으로서 현 경제위기에 책임감이 덜하고 대정부 공격이 가능한 대목이며, 동시에 정쟁을 피해 민생정책에 주력하는 수권정당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할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이회창 후보가 직접 나섰다.

이 후보는 11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경제에 관한 한 여야나 정권이 따로 없는 만큼 초당적 자세로 정부에 적극 협력할 용의가 있다"면서 초당적인 비상경제대책기구 설치를 제안했다. "여.야.정은 물론 민간전문가와 경제단체가 참여해 경제안정 대책을 강구하고 행동에 옮겨 국민을 안심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 후보는 또 "대책기구는 (현 대통령) 임기말까지 성공적으로 운영되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경제.민생문제는 선심공약을 자제할 것"을 다른 대선주자들에게 제안하고 당내 긴급 대책회의를 이날 오후 소집할 것을 지시했다.

"선심공약 자제" 촉구는 자신이 내건 6% 성장목표보다 높은 7% 성장율을 제시한 노무현 후보를 의식한 발언으로도 풀이된다.

이 후보는 그러나 경제문제 논의를 위해 김대중 대통령과 만날 용의에 대해선 "대통령과 만난다고 이런 문제가 풀어지는 것은 아니며, 직접 만나는 것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초당적 협조라고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제한적인, 선이 그어진 협조가 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민주당, 신중한 자세로 여야정 정책협의회 재가동 검토**

민주당은 다소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경제는 무엇보다 심리적 안정이 중요한데 정치권이 너무 나설 경우 오히려 불안이 증폭될 염려가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선대위 임채정 정책본부장의 말이다.

그러나 '정치권이 나서 불안감이 증폭될 염려'보다는 사실 다른 걱정이 앞선 듯 보인다. 임 본부장은 "현재 우리 경제난은 내부적으론 기본이 좋은데, 미국의 대이라크 전쟁설과 외국증시 폭락등 외부적 요인에 기인한다"고도 말했다.

이회창 후보가 "세계적으로 실무경제 전반이 어둡고 미국증시가 불안한 것도 원인이지만, 우리의 성장 잠재력이 4% 수준으로 떨어지고 정부재정이 취약해지는 등 기초가 나쁜 것이 더 심각한 문제"라며 위기의 원인을 내부에서도 찾은 것과 상반되는 진단이다.

외환위기 극복, 일본도 따라 배울 만큼 구조조정의 모범, 세계 어느 나라보다 양호한 성장율 등을 치적으로 내세우며 대선에 임해야 할 민주당으로서 작금의 경제불안이 얼마나 부담되는 상황인지를 여실히 드러내주는 대목이다.

어쨌든 민주당은 이날 오전 선대위 회의에서 최근의 경제불안 대책을 논의하고 여.야.정 정책협의회 개최 제안을 검토키로 했다.

임채정 정책본부장은 "선대위 정책특별본부에서 정부측과 긴밀히 협조하며 사태를 예의분석하고 있다"며 "경제는 무엇보다 국민적 안정이 중요하므로 일단 2~3일 지켜본 후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기로 했다"고 말했다.

후보가 직접 나서 비상경제대책기구 설치를 직접 제안한 한나라당에 비해 신중한 자세다.

***우선 공약부터 고쳐라!**

뒤늦었지만 한나라당, 민주당 모두 경제문제를 화두에 올려놓기 시작한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러나 과연 이 정도 대응으로 면죄부(?)를 받을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경향신문은 11일자 1면 기사배치에서 좌측에는 '경제는 얼음판', 우측에는 '정치는 난장판'이라는 제목을 걸고 주가폭락사태와 국회 대정부질문에서의 무차별 폭로 및 저질발언을 대비시켜 기사화했다. 10일까지의 상황을 가장 적절히 묘사한 편집으로 보인다.

양당이 초당적 대처를 거론하기 시작한 11일, 전일 뉴욕증시가 폭등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증시는 보합세를 면치 못했다. 정치권에선 '병풍수사 문건 공방'ㆍ'노벨상 로비 공방'이 계속됐다. 국회에선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의 사상적 동질성'을 거론하는 케케묵은 색깔시비까지 다시 들먹여졌다.

'비상경제대책기구' 혹은 '여야정 정책협의회' 운운이 결국 말로만 하는 초당적 대처, 각자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써먹을 생각뿐인 또다른 정략적 접근이 아니냐는 냉소적 분석을 낳기에 충분한 풍속도다.

후보들 모두 자신이 내건 정치논리에 오염된 '핑크빛 공약'부터 새로 고치고, 현재의 위기상황을 면밀히 진단, 진정한 초당적 대처방안을 찾아야 할 때다. 경제라는 밥그릇이 튼튼해야만 그 위에서도 정쟁도 정권쟁탈전도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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