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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림 관련자 감형 비밀합의' 외교문서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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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동백림 관련자 감형 비밀합의' 외교문서 공개

한국-서독 외무장관 '구두 성명', 뤼프케 대통령 친서 등

한국과 서독 정상이 동백림사건 관련자들의 '감형'을 비밀리에 합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30일 공개된 외교문서에 따르면 1969년 1월 당시 하인리히 뤼브케 서독대통령은 자국 외무부의 파울 프랑크 제1정치국장을 특사로 보냈고 한국과 서독 양국은 그의 방한 기간에 사건 관련자 6명을 석방 또는 감형한다는 데에 합의했다.

양국은 당시 형확정자인 임석훈(징역 15년) 씨와 박성옥(징역 5년) 씨는 15일 이내에 석방하고 재판 계류중인 정규명(사형) 씨, 윤이상(징역 10년) 씨, 최정길(징역 10년) 씨, 김성칠(징역 3년6월) 씨 등 4명은 재판 종결 후 늦어도 1971년 말까지 석방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양국의 이런 합의는 최규하 외무부 장관과 프랑크 특사 간에 구두로 이야기하되 백지에 서명없이 기록하는 'Oral statement' 형식으로 이뤄졌으며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았다.

동백림 사건 관련자는 모두 17명이었으나 프랑크 특사 방한 당시 11명은 이미 석방된 상태였다.

이에 대해 서독은 경제협력을 비롯해 정치, 문화 면에서 양국간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대한민국에 대한 가능한 지지를 아끼지 않으며 대한민국의 국가이익에 해가 되는 어떠한 대외차관 보증도 승인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다.

외교문서는 박정희 정권이 동백림 사건 관련자를 서독에서 불법적인 방법으로 연행해온 데에다 이를 비판하는 여론이 유럽을 중심으로 고조되자 사실상 이를 무마하기 위해 서독과의 비밀 합의를 한 정황을 보여주고 있다.

외교문서는 당시 우리 정부가 프랑크 특사가 방한하기 직전에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통해 감형 방침을 결정했으며 최규하 외무부 장관이 프랑크 특사와 감형 협의를 마친 뒤 김형욱 중앙정보부장에게 전화를 걸어 감형에 반대하지 말 것을 주문한 기록도 담고 있다.

이번에 공개된 외교문서에는 동백림 사건이 "양국간 우호 관계를 위태롭게 할 우려가 있다"면서 사건 관련자 전원 석방을 암시하는 내용으로 박 대통령에게 보내는 뤼브케 서독 대통령의 친서도 포함됐다.

세계적인 지휘자인 카라얀도 1968년 2월2일 박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 윤이상 씨의 석방을 탄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편지에서 "한국 현대음악의 대표자로 독일 내에서 뛰어난 평가와 존경을 받는 윤이상씨에 관해 친절한 배려가 있기를 청원한다"고 썼다.

다음은 이날 공개된 동백림 사건 관련 외교문서의 주요 대목.

***▲ 동백림 사건 관련자 석방을 위한 하인리히 뤼브케 서독대통령의 친서: 일부 발췌**

***- 1968년 8월16일**

존경하는 대통령 각하

〈중략〉

그간 본인도 우리 두나라 사이의 관계를 개선하고 종전의 우호적인 상태를 회복하기 위해 전력을 다해 노력해왔습니다. 본직은 이에 관해 카징거 수상과도 수차 협의한 바 있는데 수상도 역시 일시적으로나마 동요가 있었는데 대하여 유감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이로 인하여 귀국에 실질적으로 불리한 일이 야기되는 일은 결코 없어야 된다는데 본인과 의견을 같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우리들의 노력은 독일 여론에 이 이상 더 비판적인 반응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데 경주되어야 할 것입니다. 최근 한국의 대법원이 내린 판결에 관하여 독일 신문에 나타난 보도는 매우 호의적인 결과를 초래하였으며 따라서 우리들과 마찬가지로 여러분들에게 대해서도도 만족스러운 이 문제의 해결을 기할 수 있는 하나의 분위기를 조성하는데도 적합한 것이었습니다.

본인은 각하의 현명하신 정치가적 영도력에 의한 영향력이 우리들이 정성을 다하여 노력했던 우호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상황으로 인도해줄 것을 희망하는 바이며 본인도 전력을 다해 이를 위해 노력하고자 합니다.

***- 1968년 1월10일**

박대통령 각하

〈중략〉

불행히도 지난 18개월동안 우리 양국정부는 독일 연방공화국 영토에서 한국 중앙정보부가 취한 조치에 관련하여 제문제를 최종 타결하려는 노력에 있어 전적으로 성공을 이룩하지는 못하였습니다.

〈중략〉

대통령 각하 본인은 각하께서도 상금 현존하는 여러 난관을 극복하는 수단과 방법을 모색하는데 본인과 뜻을 같이 하시리라 확신하는 바입니다.

장래의 한독 우호관계에 관한 본인의 관심을 표시하고 그 우호관계를 위태롭게 할 우려가 있는 제 문제를 해결하려는 본인의 노력의 진실성을 표시하기 위하여 본인은 이 서한의 지참자인 프랑크 국장(외무부 제1정치국장)을 본인의 특사로 파견하는 바입니다.

프랑크 박사는 본인과 연방정부의 완전한 신임을 향유하고 있습니다. 본인은 대통령 각하께서 본인의 특사와 내밀적인 회담을 하실 준비가 되어 있으리라 믿습니다.

***▲ 박정희 대통령이 보낸 친서**

***- 1968년 2월14일**

:동백림 거점 북괴 대남공작단 사건에 관한 문제협의를 위하여 귀국하였다가 2월6일 귀임한 주한 독일 대사 프란츠 페링을 통해 접견후 전달

친애하는 대통령 각하

〈중략〉

이번 사태로 여실히 증명된 바와 같이 북괴는 최근 대한민국에 대하여 급격히 침투 및 파괴 행위를 증가시키고 있습니다.

이 것은 북괴 공산주의자들이 폭력적 수단에 의해 궁극적으로 대한민국을 공산화하려는 그들 책동의 일단을 명백히 보여주는 것입니다.

〈중략〉

우리는 한독 양국간에 현존하는 돈독한 우호관계를 손상시키지 않으려고 노력하시는 각하의 노고와 양국간의 현안중인 문제해결을 위하여 베푸신 각하의 지대한 관심을 충분히 이해하고 또한 감사히 여기고 있습니다.

국내적으로 여러가지 어려운 면이 있으나 본인 역시 양국에 전통적으로 존재하는 유대관계를 고려하여 문제의 해결을 위해 각하와 마찬가지로 모든 성의를 다하고 있음을 말씀 드리며 각하께서 특별히 관심을 갖고 계신 일심에서의 사형선고자에 대하여는 앞으로 최종 재판의 결과가 일심 결과와 같은 경우 각하의 심려하심을 염두에 두고 본인이 취할 수 있는 필요하고 가능한 방법을 고려하고자 합니다.

***- 69년 1월27일**

: 파울 프랑크 국장을 통한 1969년 1월10일 친서전달에 대한 회답으로

존경하는 대통령 각하

각하께서 각하의 특사 파울 프랑크 박사를 파한하신 배려와 그를 통하여 보내주신 1969년 1월10일자 혜한에 대하여 감사히 생각합니다. 동 특사의 방한중 본인은 두번 그를 접견하였으며 한편 우리 관계 장관들은 그와 함께 1967년 6월 사건으로 인한 문제를 포함한 양국간의 공동관심사와 상호 이익에 관한 제반 사항을 위하여 일련의 친밀한 협의를 가졌습니다.

각하가 보내주신 훌륭한 특사는 탁월한 능력과 성실성을 가지고 그의 업무를 수행하였습니다. 회담 결과에 관하여는 귀 특사가 각하께 상세히 보고드렸을 줄 압니다만 이 일련의 회담은 양측에 모두 유익한 것이었으며 또한 만족할 만한 것이었습니다. 본인은 평소 공동의 포부를 가지고 있으며 서로 존경하고 있는 진정한 두 친구 사이에 해결되지 못한 문제란 없는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본인은 이번 회담의 결과 한독 양국민이 상호 신뢰와 이해를 더욱 돈독히 할 수 있었음을 보고 대단히 기쁘게 생각하는 바입니다.

〈이하 생략〉

***▲ 독일의 프랑크 특사 방한전 대책협의후 건의 내용**

- 동백림 사건 관련자에 대한 조치

1) 재판의 조속한 완결을 위하여 대법원의 조속한 개정과 또한 대법원이 가급적 파기환송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사법부에 건의하는 한편 독일 특사에 대하여는 행정부가 사법부에 관여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는 범위내에서 그 뜻을 전함.

2) 우리 국가보안법, 반공법 위반자에 대해 특사의 전례가 없으나 전통적인 한독간의 우의와 이 사건의 특수성에 비춰 다음과 같은 특사 조치를 고려한다는 약속을 비밀리에 함 (사건 관련자 도합 17명중 11명은 이미 귀독하였거나 석방되었으므로 문제중인 자는 아래 6명임)

가. 형확정자인 임석훈(징역 15년), 박성옥(징역 5년)에 대하여는 조속하고 적당한 시기에 석방하고 본인들의 귀독문제는 본인들 의사에 맡김.

나. 상고중인 정규명(사형), 윤이상(징역 10년), 최정길(징역 10년), 김성칠(징역 3년 6월)에 대하여는 형확정후 사형선고자에 대하여는 사일 등을 감하고 나머지 실형선고자와 더불어 적기에 점차 감형 또는 석방조치함.

***▲ 최규하 외무부장관과 김형욱 중앙정보부장 간 전화통화**

독일 특사 방한을 통한 최종 문안 조율후 1969년 1월17일 12:30-12:34

최장관: 서독 특사와의 회담결과 합의하고자 하는 사항중 한두가지에 대하여 언급하고자 합니다. 재판결과 사형 판결을 받는 자가 생길 경우 그에 대한 감형조치 및 석방을 1971년 말까지 완결토록 하고자 합니다. 당초에는 사형자도 1969년까지라는 것이었으나 어려운 교섭결과 결국 1971년말까지로 낙착시키고자 함을 알려드립니다.

김부장: 나의 입장으로서는 찬성은 할 수 없습니다.

최장관: 반대는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김부장: 굳이 반대는 않겠으니 앞으로는 법무부 장관 소관이니 법무부 장관과 협의하여 처리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최 장관: 법무부 장관과 협의하여 처리토록 할 것이니 그리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김부장:알겠습니다.

***▲ 독일 특사와의 교섭결과 및 현안 타결**

1969년 1월17일

그동안 독일 특사와의 교섭의 결과 다음과 같은 내용과 방법으로서 현안을 일괄 해결짓기로 양해가 이뤄졌으므로 그와 같이 시행하고자 하오니 이를 재가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1. 우리 정부는 일방적으로 다음 요지의 Oral statement(외무부 장관이 구두로 이야기하고 이를 백지에 서명없이 기록하여 주는 형식)를 독일특사에게 수교함.

가. 정부는 현재 대법원에 상고중인 본건 관련자 4명에 대한 재판을 가급적 조속히 종결짓도록 법원에 건의함.

나. 현재 형이 확정되어 복역중인 2명은 조속히(약 15일 이내) 석방토록 하고 석방후 동인들의 자유의사에 따라 독일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함.

다. 재판에 계류중인 4명에 관해서는 재판 종결후 점차적으로 그들에 대한 감형조치를 취할 것과 그 후 이들중 1명 내지 2명을 제외하고는 1969년 말까지는 점차적으로 석방토록 하고 제외된 1명 내지 2명은 1970년 말까지 석방토록 하는데 있어 최선을 다할 것임.

만약 확정 판결에서 사형선고를 받은 자가 있는 경우 동 사형선고자는 점차적으로 감형하고 동인도 1971년 까지는 석방함.

그들이 석방된 후 동인들의 자유의사에 따라 독일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함.

2. 독일 특사는 일방적으로 다음 요지의 Oral statement를 외무부 장관에게 수교하기로 하였음.

가. 독일 정부는 경제협력을 비롯하여 정치, 문화면에서의 양국간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며 또한 이번 사건으로 야기된 어떠한 독일 여론상 오해를 시정하는데 노력할 것임.

나. 북괴는 국제적 승인, 공관설치 또는 기타 어떠한 국제적 접촉을 이루려고 노력하고 있음에 감하여, 독일 정부는 대한민국에 대한 모든 가능한 지지를 아끼지 않을 것임. 나아가 독일정부는 대한민국의 국가이익에 해가 미치는 어떠한 대외차관 보증도 이를 승인하지 않을 것임.

다. 독일 정부는 북괴의 위협하에서 대한민국이 처한 어려운 정세를 충분히 이해하며 또한 동백림 공작단 사건에 대처하여 한국정부가 취한 조치의 동기를 납득함.

라. 독일정부는 동백림 사건 관련자들이 취한 태도나 범행을 용인하는 것이 아님. 독일 정부가 말하는 것은 두 우호국가간에 있어서 국제관계에 관한 문제임.

마. 독일 정부는 독일내 거주 한국국민이 공산주의 활동을 하거나 북괴와 접촉하는 일이 없도록 방지하기 위하여 적당한 조치를 취할 것이며 특히 독일로 귀환한 본건 관련자들이 북한에 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최선을 다할 것임.

바. 상기한 사건이 발생할 경우 독일 정부는 그 권한내에서 한국정부를 만족시킬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할 것임.

3. 양측은 위의 문서를 교환한 후 다음 요지의 공동발표를 하기로 하였음.

가. 독일특사는 한국사태에 관하여 설명을 들었으며 외무부 장관 및 한국 고위당국과 매우 우호적인 분위기속에서 양국간 공동 관심사와 이익에 관하여 진지하고 솔직한 일련의 회담을 가졌는 바 이 회담은 양측에게 모두 만족스러운 것이 있음.

나. 외무 장관과 독일 특사는 양국 대통령의 친선방문 교환으로 굳어진 양국간의 우호관계가 계속 유지되고 나아가 가일층 증진되어야 하며 정치 경제 문화 면에서의 양국 협력이 확대되어야 한다는데 의견 일치를 봤음.

다. 외무부 장관은 독일 연방 공화국 외상을 초청하였으며 독일 특사는 독일 외상을 대산하여 동 초청을 기꺼이 수락하였음.

4. 이상과 같이 시행하는 경우 독일연방 공화국 외상 브란트 씨는 1월20일부터 1월31일까지 아세아 5개국 순방을 끝마치고 2월1일 경 한국을 공식방문하기로 양해되었으나 동 외상의 돌연한 신병으로 인하여 전적으로 중지되었음.

따라서 원칙적으로 동 외상이 한국을 공식 방문키로 되었으나 그 방문시기는 미정으로 남아있게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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