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글로비스 금고에서 비자금 추정 50억 압수"

이주은 사장 구속수감…'윗선 관련 여부 함구'

검찰이 현대차그룹의 계열사인 ㈜글로비스를 압수수색하던 도중 금고에서 비자금으로 보이는 50억 원 가량의 자금을 발견해 압수한 것으로 28일 밝혀져, 글로비스의 전체 비자금 규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검 중수부는 지난 26일 글로비스의 재무팀 비밀금고에서 현금과 양도성예금증서(CD), 미국 달러화 등의 형태로 보관돼 있던 50억 원 가량을 압수했다. 검찰 관계자는 "글로비스는 현대차의 계열사인데 이런 큰 기업이 이 정도의 돈을 금고에 보관한다는 것이 석연치 않다"고 말했다. '비자금'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날 69억8000여만 원의 비자금 조성 및 횡령 혐의로 구속수감된 이주은 글로비스 사장은 "금고 속의 돈은 구속영장에 적시된 69억8000만 원의 일부"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은 비자금 조성 시점이 2001년부터임을 감안할 때 금고 속의 돈이 69억 원에 모두 포함되기 어렵다는 해석이다. 이 사장 말대로라면 그동안 비자금을 조성해 20여억 원만 횡령한 셈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금고 속의 돈이 69억 원 이외의 자금임이 밝혀질 경우 글로비스가 최근에도 비자금을 조성해 왔다는 증거가 될 수 있어 전체 비자금 규모가 100억 원을 훌쩍 넘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검찰에 따르면 이 사장은 2001년 12월부터 2005년 1월까지 하청업체 Y사와 화물거래를 한 것처럼 꾸며 22억1000여만 원의 비자금을 만들었고, 2003년 3월부터 2006년 2월 사이에는 미국 모 운송업체와 거래한 것처럼 허위로 장부를 작성해 47억7000여만 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 사장이 이렇게 조성한 비자금을 어디에 어떻게 무슨 목적으로 사용했는지에 대해 집중 추궁하고 있다. 검찰은 특히 비자금 조성 과정에서 '윗선'의 지시가 있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나, 이 사장은 "부하직원과 한 일"이라며 상부의 지시는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날 이 사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맡은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이상주 부장판사는 "혐의 사실이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중형이 선고될 수 있기 때문에 도주의 우려가 있고, 검찰의 조사가 진행 중이어서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