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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시장과 경쟁할 자신 없으세요?"

[노종윤의 영화정석]

정부에서는 한국영화가 경쟁력이 있으니 시장을 개방해도 된다고 하면서 스크린쿼터 축소를 국무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또한 노무현 대통령도 공식적인 자리에서 '한국영화는 경쟁력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두려워하지 말고 시장개방을 통하여 싸워나가야 한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영화인의 한사람으로서 외부에서 한국영화가 경쟁력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내가 몸담고 있는 산업이 인정을 받으며 세계적인 시장과 나란히 싸워달라는 부탁을 받는데 이 보다 더 좋은 것이 있을까? 그러나 지금은 정부측 또는 관료들이 한국영화의 경쟁력을 들먹일 때마다 짜증이 나고 때로는 화가 나기도 한다. 그들은 과연 경쟁력이라는 말을 어떤 근거로 하는 것일까? 어떤 근거도 제시하지 않고 말로만 경쟁력이라고 떠드는데 정부의 살림과 정책을 책임지는 사람들이 '경쟁력이 있다' 라고 주장하려면 통계치의 숫자와 설득력있는 근거자료들을 제시해야 하지 않을까? 한국영화 시장에는 거대한 기업이 투자, 배급, 극장사업을 소유하고 있다. 1년에 60편에서 70편의 한국영화가 제작, 개봉되고 있는데, 그 중에서 1개 대기업에서 투자,배급하는 한국영화편수는 평균 15편 정도이다. 그러면 3개 대기업에서 투자, 배급하는 편수는 평균 45편 정도가 된다. 1년에 배급되는 한국영화의 평균 60% 이상을 투자, 배급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나머지 영화들은 중소 투자, 배급회사들이 나눠서 진행하고 있다.
왕의 남자 ⓒ프레시안무비
또한 한국 영화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시장규모를 성장시킨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는 극장사업은 3개 대기업의 시장점유율이 60%를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 40%는 독립형태의 극장으로서 2,3개의 멀티체인를 제외하고 영세한 규모이다. 영화가 제작돼 개봉되려면 유통이 필요한데, 영화라는 매체는 '원소스 멀티 유즈'기 때문에 극장을 1차 윈도우로 시작하여 2,3차 윈도우인 홈비디오, DVD, 방송시장, 캐릭터시장 등까지 이어진다. 그런데 현재 한국 영화시장에 있어서 영화 한 편에서 발생되는 전체 매출규모에서 극장 매출이 75%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통계는 영화 한편이 2,3차 윈도우인 부가시장에서 매출이 확대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선진국인 미국, 일본은 1차 윈도우인 극장매출이 전체 매출의 60% 이상을 넘지 않고 있다. 그만큼 선진 시장에서는 안정된 매출시장이 확보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 영화시장은 부가시장이 안정되는 것보다 점차 줄어들고 있는 추세인데, 이러한 원인은 불안한 유통시장 구조와 온라인 불법복제 유통에 대한 저작권보호 및 관리가 미흡하기 때문이겠다. 경쟁력이라는 것은 내부적인 시장산업이 안정화되고, 상품의 질이 향상될 때 시장개방을 통하여 더욱더 상품의 질을 높이려는 노력을 경주할 때 경쟁력이라는 가치를 높일 수가 있다. 그러나 영화산업은 아직 내부적인 산업이 초가집에 기와를 올려놓은 상태이며, 기와를 받쳐줄 기둥을 만들고 있는 단계에서 2층의 양옥집으로 개조하겠다는 것이다. 90년대 초반 한국영화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온 홍콩영화시장을 살펴보자. 아시아시장을 홍콩 느와르라는 장르 하나로 석권하고, 주윤발, 장국영, 유덕화 등의 아시아 스타를 탄생시킨 홍콩영화계는 영화의 질적 변화의 성공으로 아시아시장에서 제작비를 100% 조달하고 이를 통하여 영화를 지속적으로 제작해 나갔다. 그러나 그들은 다양하고 많은 영화를 제작하기에만 급급하였고, 내부적으로 산업화하기 위한 기본적은 투자를 하지 못하였다. 그러다 영화의 질이 저하되면서 그들의 보물창고였던 아시아시장 중 하나인 한국이 홍콩영화를 외면하기 시작했고, 점차적으로 하향세를 그리기 시작하였다. 그러다 홍콩의 중국 반환이 겹치면서 홍콩영화시장은 한순간에 붕괴되었다. 영화제작에서 가장 중요한 투자자금원이 빠져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만약 그들이 내부적으로 산업화하여 중국에서 들어오는 불법복제를 차단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고, 극장이외의 부가시장을 창출하였다면 홍콩의 영화투자자들이 한순간에 홍콩시장에서 이탈하였을까? 최근 노무현 대통령은 국민과 인터넷 대화를 하면서 <왕의 남자>로 스타가 된 신인배우 이준기와 스크린쿼터와 관련해 대화를 나누었다. 이준기는 노대통령에게 미국의 압력으로 스크린쿼터를 축소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엉뚱하게도 세계의 경쟁 속에서 한국영화를 자신있게 지켜나갈 자신이 없느냐고 되물었다. 모든 일을 하기 위해서는 일에 임하는 정신부터 필요한 것이 사실이긴 하다. 최근 WBC에서 4강의 기적을 이룬 한국야구 대표팀을 단순 정신력으로 4강 기록을 세웠다고 하기에는 대회에 임했던 대표팀을 우습게 보는 것이고 또한 우리의 야구실력을 우습게 보는 것이다. 그들이 세계야구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던 것은 국내 프로야구가 좋은 기반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하여 우수 야구선수들이 해외에서 자신의 실력을 쌓고 이를 국내 야구선수들에게 전수하기 시작하면서였다. 영화계를 대표하지 않지만 영화를 이제 시작하는 젊은 영화인 이준기라는 배우에게 단순히 정신력만 이야기한다면 한 국가의 대통령이면서 인생선배로서 책임감이 없다고 생각된다. 후배들에게 경쟁력 있는 기반을 만들어 주려고 노력한 후에 자신감을 가지라고 채찍질을 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과의 인터넷 대화를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든다. 한미 FTA는 미국보다 우리가 먼저 체결하기 위하여 미국에 로비를 하는 것이다. 절대적으로 미국의 압력은 없다라는 재경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협상도 하기 전에 미국의 비위를 맞추는 협상을 하는 그들은 정말로 자신감이라는 정신력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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