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유럽파' 3인방이 출장 기회를 제대로 잡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안정환(뒤스부르크)과 설기현(울버햄프턴)은 아예 경기에 출전조차 하지 못했고, 핌 베어벡 대표팀 코치 앞에서 독일행 수능을 치렀던 차두리(프랑크푸르트)는 후반 40분 교체 선수로 그라운드에 나섰지만 별다른 활약을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다.
차두리는 25일(한국시간) 분데스리가 최하위 팀 FC 쾰른과의 원정경기에서 후반 40분 교체 출전해 인저리 타임까지 6분 동안 그라운드를 누볐다.
대표팀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관전했던 지난 19일 뒤스부르크와의 경기에서 결장해 아쉬움을 남긴 차두리는 이날 경기에서 가까스로 출장 기회를 잡기는 했지만 별 소득이 없었다. 차두리는 경기 종료 직전 중앙에서 오른발 슛을 시도했지만 골키퍼 정면을 향했다.
독일로 떠나기 전 베어벡 코치는 "차두리의 컨디션을 확인하는 게 이번 출장의 가장 큰 이유"라고 밝혔을 정도로 차두리에게 이날 경기는 매우 중요한 시험대였다. 하지만 차두리는 짧은 출전 시간 때문에 자신의 기량을 보여주지 못했다.
안정환은 25일 바이에른 뮌헨과의 경기에서 후보 명단에 올랐지만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아드보카트 감독이 지켜보는 가운데 지난 19일 경기에서 후반 교체 출전했던 안정환은 단지 몇 번의 볼 터치만 있었을 뿐 공격수로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안정환의 플레이에 실망감을 드러냈다. 황선홍 전남 코치도 최근 인터넷 포털 사이트 야후 코리아에 게재되고 있는 '황선홍의 풋볼 에세이'에서 "안정환의 밋밋한 경기내용은 아드보카트 감독을 움직이지 못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잉글랜드 챔피언십리그(2부) 울버햄프턴에서 활약 중인 설기현은 25일 셰필드 웬즈데이와의 홈경기에 또다시 출전하지 못했다. 설기현으로서는 8경기 연속 결장인 셈이다. 설기현은 소속팀 내에서 힘겨운 주전 경쟁을 하고 있는데다 피부병까지 겹쳐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올해 초 국내파 선수를 위주로 치러진 6주간의 해외 전지훈련 이전까지만 해도 유럽파들의 입지는 비교적 탄탄한 편이었다. 하지만 국내파 선수들은 평가전을 통해 기량이 좋아졌다. 특히 이동국, 이천수, 박주영, 정경호 등 공격수들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반면 이들과 포지션 경쟁을 해야 할 차두리, 안정환, 설기현 등의 유럽파들은 하향곡선을 그렸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소속 팀에서의 활약을 독일 월드컵 엔트리 선정의 지표로 삼겠다는 입장. 최근 충분한 출장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는 '위기의 유럽파'에게는 매우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차두리, 안정환, 설기현 등 '위기의 유럽파'로서는 아드보카트 감독의 눈도장을 받기 위해서는 먼저 소속 팀에서 전개되고 있는 주전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절박한 심정으로 소속 팀의 훈련에 나서야 하고, 기회가 주어지면 죽기 살기로 뛰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이들에게 '유럽파'라는 이름값은 오히려 무거운 짐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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