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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대중음악 공연문화를 살리자"

정태춘ㆍ크라잉 넛 등 “정부, 도대체 뭐하나”

대중음악의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모여 공연문화 활성화를 요구하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가수 정태춘, 록그룹 크라잉넛, 문화개혁을 위한 시민연대, 대중음악개혁을 위한 연대모임, 음반기획자연대 등은 1일 오전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서 기자회견을 가지고 라이브 공연 활성화 캠페인 '가서 놀자'를 개시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기자회견에 앞서 '라이브공연 활성화 없이 대중음악의 미래는 없다'는 제목의 선언문을 통해 "음성적인 PR비와 금품수수 비리는 질 낮은 대중음악을 양산하는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대중음악이 여러 장르에 걸쳐 균형 있는 발전을 이루고, 방송권력으로 독립하기 위해서는 라이브공연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석자들은 대중가요 공연을 가로막는 10대 장애물을 꼽았다. ▲전문공연장의 부족 ▲턱없이 높은 공연조세 ▲공중파방송의 막강한 영향력 ▲기업프로모팅을 위한 공짜 이벤트성 공연의 남발 ▲대중음악 공연에 대한 정부의 무관심 ▲공연환경의 지역편중 ▲비주류 음악의 열악한 환경 ▲공연법과 지방조례의 문제점 ▲10대 중심의 편향된 음악소비자 층 ▲공연기획사의 영세성 등이다. 이들은 공연현장에서 체험한 다양한 어려움도 설명했다. 특히 '크라잉넛'의 멤버들은 펑크록 그룹 특유의 분방한 표현이 인상적이었다.

***영화만큼만 지원을 해 줘 보라**

탁현민 음반기획제작자연대 간사는 "전문공연장의 필요성은 대관료와도 깊은 관계가 있다"고 분석하고 현재 일부 공연장의 경우는 다른 행사보다 50% 이상 높은 사용료를 책정하고 있는 경우도 있으며 대학로 등에 사설공연장도 경영난으로 주인이 바뀌거나 없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크라잉넛의 드러머 이상혁씨는 "극장은 전문상영관도 생기고 좋아지는데 거기에 비해서 음악은 공연환경이 운동장에서 공연을 한 번 하려고 해도 너무 힘들다 "고 말하고 "영화만큼만 지원을 해 줘 보라"고 정부 측에 부탁했다.

탁 간사는 공연조세 문제는 "정부가 대중음악은 '돈벌이'로만 보고 세율은 차등적인 적용으로 순수예술분야와 구별을 해놓고는 가져간 돈 만큼도 지원을 안하고 가끔 하는 지원도 주로 상업적인 이익이 남는 가수만 골라서 했다"고 지적했다.

***TV공연프로 굳이 따지면 '가요무대'도 있다**

방송의 10대 중심의 편성에 대해서 크라잉넛의 보컬 박윤식씨는 "텔레비전 보면 가수들이 노래를 하는 게 아니라 '어어, 우이, 우이'하고 개인기를 하면서 나오는데 쪽팔리고 부끄러워서 그런 데 못 나가는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거냐"고 반문했다. 키보드 김인수씨는 "공연하러 음악프로 나갈 수 있는 곳은 '수요예술무대'랑 '윤도현의 러브레터' 뿐" 이라고 말하고 "굳이 따지면 가창력이 없으면 아예 나갈 수 없는 '가요무대'도 있다"고 냉소적으로 덧붙였다.

무료공연 문제에 대해서 탁 간사는 "무엇보다 기업이 이벤트성으로 주최하는 공짜공연이 늘어나면서 음악팬들마저 돈 내고 공연을 보는 것을 익숙하지 않게 여기게 됐고 그나마 기업이 제공하는 공연은 댄스가수가 열 팀씩 나와서 하는 방송프로그램 식으로 성격을 변질시켜 놓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서정민갑 한국민족음악인협회 간사는 정부의 대중문화 특히 대중음악에 대한 무관심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만약 한국처럼 정부가 철학이 없는 곳에서는 '너르바나'(미국의 인기밴드)도 탄생이 힘들고 무척 고생하고 있을 것"이라며 정부의 문화정책에 강하게 불만을 표했다.

가수 정태춘씨도 "문화관광부 내에도 얼마 전에 대중가요발전을 위한 기구가 생겼다고 하는데 무슨 일을 하는지 아직 잘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지방은 공연장에 전기가 모자라서 발전차를 끌고 가서 공연**

지방공연의 열악한 환경에 대해 정태춘씨는 "개인적으로 서울에서는 매년 3천명 정도 관객을 대상으로 인원을 공연을 해 왔지만 지방공연은 한번도 그렇게 하지 못했다"며 지방의 열악한 공연환경을 설명했다. 그는 "물론 기타 하나만 들고 하거나 반주테이프로 대신 할 수 있지만 그 보다는 높은 수준의 공연이 지방에서도 이뤄질 수 있으면 한다"고 소망했다.

한 공연기획자는 이 문제에 대해 "지방은 공연장에 전기가 모자라서 발전차를 끌고 가서 공연을 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비주류 음악인의 환경에 대해서 크라잉넛의 한 멤버는 "우리는 그래도 상황이 좀 나아졌지만 대부분은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다"고 말하고 "아르바이트 하는 음악인들 기타 줄이라도 사게 시간당 급료라도 지급이 바로 되는지 나라에서 잘 감시하라"고 일갈했다.

10대에 편중된 음악시장의 구조에 대해 김인수씨는 "(방송이) 강제로 그렇게 만들어 놓고 또 뉴스시간 등에는 '세대간의 갈등'이라고 하며 문제를 삼는 식"이라며 TV에 강한 반감을 표시했다. 이상면씨는 "대중음악의 건전한 모습은 다양한 음악이 밑에서부터 생겨서 경쟁을 하며 한단계식 올라가는 모습이 돼야 할 텐데 그러질 못하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공연기획사의 영세성에 대해서는 탁현민 간사가 "유료공연을 위한 기획이나 수익예상이 힘들 정도"라고 밝히고 "모 방송국의 무료공연형식의 음악프로가 지나가면 지방의 유료공연 시장이 초토화가 된다는 말이 있다"며 방송국의 힘과 공짜공연에 익숙한 관객의 의식이 모두 문제라고 설명했다.

***7가지 대안을 제시**

참여 단체들은 서정민갑씨가 대표로 낭독한 '한국 라이브 공연 현실에 대한 문제와 제언'을 통해 7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공연법개정 ▲공연조세의 대폭인하와 재투자 ▲대중음악 전문 공연장 건립 ▲공연전문 기획자와 기술인력 양성 ▲지방공공문화공연장 개방절차 완화 ▲비주쥬음악에 대한 정부의 지원 ▲기업 참여 형 공연프로모팅의 활성화 등이다. 서씨는 발표를 끝내고 나서 "2년동안 계속 정부를 향해 같은 소리를 해야 한다는 것이 지겹다"고 덧 붙였다.

***정부가 살아있는가 궁금하다**

탁현민 씨는 대안을 이야기하며 "공연장에 사람들이 오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전제하고 "문제는 방송 등으로 인해 인위적으로 발생한 것이라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크라잉넛의 한경록씨는 "정부가 살아있는가 궁금하다"며 "국민이 다양한 공연을 접하고 문화가 활성화 되도록 해야 할 텐데 아직은 정부가 그런 수준이 되기에는 부족한 상태인 것 같다"고 말했다.

같은 그룹의 김인수씨는 "건물도 주춧돌이 탄탄하게 쌓여야 위가 튼튼한데 가요계는 지금 기초는 없고 위쪽은 돈벌기에 정신이 없는 상태"라고 진단하고 "자꾸 이런 식으로 나가면 결국 끝이 안 좋을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레코드사도 공연스폰서 않고 홍보에만 열을 올리는 현실**

문화연대 등 이번 기자회견에 참여한 단체와 가수들은 앞으로 문화관광부 장관면담, 국회로비활동, 대선후보 공약화 등으로 법개정 등 공연활성화를 위한 기본적인 여건을 형성하고 포스터와 스티커 배포, 10만인서명운동 그리고 11월중으로 취지를 동감하는 가수들이 함께하는 공연 등을 통해 대중에 대한 홍보도 해 나갈 계획이다.

기자회견 후 한 음악관계자는 "음반을 만드는 레코드사도 공연스폰서를 하지 않고 방송에 출연 시키려고 홍보에만 열을 올리는 현실이 한국대중음악의 문제를 압축해서 보여 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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