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1969년 서부극 <와일드 번치> 이상 열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1969년 서부극 <와일드 번치> 이상 열기

[특집] 예술영화관에서 2시간만에 입장권 전부 동나

최근 국내 DVD 발매를 기념해 서울의 한 예술영화전용관에서 상영된 미국 샘 페킨파 감독의 1969년도 서부극 영화 <와일드 번치>가 현장판매 2시간여만에 입장권 모두가 동이나는 등 큰 인기를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 영화를 상영했던 서울아트시네마는 4월 1일부터 9일까지 약 열흘간 아예 샘 페킨파 감독의 특별전을 마련키로 했다. 스크린 가득 핏빛 선혈을 채움으로써 '폭력 미학의 거장'으로 불렸던 샘 페킨파 감독은 현재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는 미국의 퀜틴 타란티노 감독이나 우리의 박찬욱 감독이 영화적 스승으로 삼아 왔던 인물로 알려져 있다. 영화광들이 샘 페킨파에게 새삼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고전영화에 대한 관심이 새롭게 모아지는 것인가, 아니면 선과 악의 구분이 모호한 지금의 세상에 대한 반어적 관심인가. 영화 <와일드 번치>를 DVD 컨텐츠를 중심으로 다시 조명해 본다.
와일드 번치 ⓒ프레시안무비
<와일드 번치>는 샘 페킨파 최고의 걸작이자, 서부영화의 역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을 마련한 작품이다. 선과 악이 대결하고 영웅이 악당에 폭력을 사용하는 것을 정당화했던 기존의 서부극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발전시킨 것이다. <와일드 번치>에서는 선인과 악인의 구분이 없으며 그들 모두 돈을 좇으며 생존을 위해 폭력을 남용한다. 무법자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는 영웅이 아니라 거칠고 단호하면서 쇠약하고 결점 많은 인간일 뿐이다. 무법자 일당의 리더인 파이크 비숍(윌리엄 홀든)과 그의 동료 더치 엥스트롬(어네스트 보그나인)의 우정, 한때 파이크와 일했으나 이제는 그들을 뒤쫓는 디크 손튼(로버트 라이언)의 미묘한 관계, 멕시코에서 대치하고 있는 민병대와 혁명군의 패권 싸움이 복잡하게 전개된다. 또한 <와일드 번치>는 현대영화에서 하나의 패러다임을 뒤바꾼 중요한 작품이기도 하다. 샘 페킨파는 유혈이 낭자한 폭력 장면을 영화에 처음 도입한 감독으로 후대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으며, <와일드 번치>는 그 시발점과 같은 작품이었다. <와일드 번치>의 초반부와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는 장엄한 총격전, 또한 중반부의 열차 강도 장면과 다리 폭파 장면은 이전의 할리우드 영화와는 차원이 다른 격렬한 카타르시스와 숙연한 고통을 느끼게 한다. 오우삼에서 쿠엔틴 타란티노에 이르기까지, 전세계 수많은 영화인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친 작품인 것이다. <와일드 번치>는 1969년 개봉 당시 135분이었으나, 이미 145분짜리 디렉터스 컷 DVD가 출시된 바 있다. 이번에 선보이는 2 디스크 스페셜 에디션은 샘 페킨파의 연출 의도를 잘 살리는 충실한 복원판이자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풍성한 보너스 피처를 수록하고 있다. 애너모픽으로 리마스터링한 화면은 풀 스크린 비디오테이프나 레터박스 버전의 DVD에서는 볼 수 없었던 와이드스크린의 매력을 잘 살려내고 있다. 특히 클라이맥스 장면에서 파이크 일행이 멕시코 군인들과 벌이는 일대 혈전은 더욱 강렬하게 느껴질 것이다.
와일드 번치 ⓒ프레시안무비
서플먼트 디스크에는 세 편의 페킨파 관련 다큐멘터리가 수록돼 있다. 먼저 '샘 페킨파의 서부: 할리우드 변절자의 유산'은 페킨파의 일대기와 서부영화에 남긴 유산을 돌아보는 90분짜리 영상물이다. TV 연출자로 시작해 마약 중독으로 비참한 말년을 보낸 그의 삶을 돌아보는 한편, <데들리 컴패니언>(1961) <라이드 더 하이 컨트리>(1962) <메이저 던디>(1965) <케이블 호그의 발라드>(1970) <팻 개럿 & 빌리 더 키드>(1973)에 이르기까지 샘 페킨파가 연출한 서부영화들을 꼼꼼히 분석하고 있다. 빌리 밥 손튼, 베니치오 델 토로, 마이클 매드슨, 폴 슈레이더 등 영화인과 데이비드 톰슨, 엘비스 미첼, 로저 에버트 등 미국의 일급 평론가, 그리고 샘 페킨파의 가족들이 총 동원된 인터뷰는 상당히 흥미롭다. 몇몇 증언자들은 샘 페킨파가 폭력을 다룬 영화를 만들면서 그 이면의 공포를 잘 알고 있었다고 말하는 한편, 삶의 모든 에너지를 영화에 쏟아부은 페킨파가 스스로 자멸의 길을 택함으로써 진정한 예술가로 거듭날 수 있었다고 덧붙인다. 두 번째 다큐멘터리인 '와일드 번치: 몽타주 앨범'은 1996년 아카데미 단편 다큐멘터리상 후보에 올랐던 작품. <와일드 번치>의 흑백 메이킹 다큐멘터리와 영화 클립을 뒤섞어 편집한 뒤, 작품에 관련됐던 여러 사람들의 목소리를 통해 그 제작 과정과 영화사적 의미를 되짚어 보는 영상물이다. 할리우드 스튜디오와 말썽을 일으키던 샘 페킨파가 3년 만에 메가폰을 잡은 뒤 예산과 촬영일정을 초과하면서 배우와 스탭들을 극한으로 몰아부쳤다는 설명, 그리고 배우 에드 해리스의 샘 페킨파 목소리 재연이 인상적이다. 마지막으로 '단순한 모험 이야기: 샘 페킨파, 멕시코, 그리고 와일드 번치'는 페킨파 전기 작가와 친구, 그리고 그의 막내딸 등이 극중 로케이션 장소로 쓰였던 멕시코의 파라스를 돌아보는 영상물. 그밖에 극중 강과 사막, 열차 강도, 다리 시퀀스에서 과거 공개되지 않았던 장면들이 약 9분 가량 담겨 있으며, 샘 페킨파 연구자들이 함께 한 알찬 음성해설도 유익하다.
와일드 번치 DVD 박스세트 ⓒ워너홈비디오
특히 이번 <와일드 번치> SE는 워너 홈비디오 코리아가 새롭게 선보이는 고전영화 DVD 컬렉션인 '골든 레이블'의 첫 타이틀이라는 점에서 더욱 뜻깊다. 국내 DVD 시장의 열악한 환경 때문에 고전영화나 예술영화 타이틀은 더욱 설 자리가 좁은 상황이지만, 시간을 초월한 고전 영화들을 고급스럽게 포장해 영화 팬들에게 선사하겠다는 워너 코리아 측의 의지가 돋보이는 기획물이다. 먼저 <와일드 번치>, <프라하의 봄>, <뜨거운 오후> 등이 스페셜 에디션으로 선보일 예정. 올해 안으로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수색자>, <더티 해리>,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등의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이 모두 '골든 레이블'이라는 이름 아래 새롭게 출시된다. 또한 지난 3월 초에는 <와일드 번치> SE 출시를 기념해 서울 시네마테크에서 이 작품의 필름 버전이 특별 상영되기도 했는데, 다행히 DVD에는 서울 시네마테크 측이 마련한 알찬 가이드북도 수록된다. <와일드 번치> SE를 계기로 국내 DVD 문화에 고전 예술영화의 입지가 더욱 넓어지기를 기대한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