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PR비, 구조적 비리인가 구조적 오해인가'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PR비, 구조적 비리인가 구조적 오해인가'

대중음악 발전을 위한 PDㆍ시민단체 토론회

“방송국 내부는 복잡한 문제들이 얽혀 있는 것인데 너무 단순하게 풀려고 하는 것 같다”
“지금 ‘너희들이 방송을 알아?’라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토론자체를 어렵게 한다”
“개인적인 비리를 구조적인 문제로 성급하게 진단하지 말아 달라”
“구조적인 문제가 분명히 있는데 이를 개인비리로 자꾸 방향을 바꾸지 말기 바란다”

검찰의 ‘PR비 비리수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대중가요의 발전을 모색하기 위해 지상파방송의 음악프로 담당PD들과 시민단체, 음반제작관계자, 학계 대표들이 모인 첫 '공식토론회' 에서 오간 말들이다.

‘방송과 대중음악, 문제와 발전방향 모색’이라는 주제로 24일 오후 여의도 MBC 대회의실에서 열린 토론회는 대중가요와 관련된 주요 당사자들이 처음으로 공식적인 만남을 통해 의견을 교환했으나 뚜렷한 시각차로 인해 양측의 주장을 재확인하는 선에서 그쳤다.

<사진>

***주철환 교수 "PD 자율성 갖되 양심과 양식에 따라 연출해야"**

발제를 맡은 김창남 성공회대 교수는 “PR비로 대표되는 방송사와 음반 제작자 사이의 ‘부적절한 관계’는 현재의 사태가 아니더라도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누구나 알고 있지만 아무도 모르는 비밀’에 가까웠다”며 “방송의 불균형이 시장의 불균형을 낳고 이는 다시 방송의 불균형을 확대 재생산했다”고 지적했다.

두번째 발제자인 주철환 이화여대 교수는 17년간 방송PD로 종사한 경험을 바탕으로 가요프로그램의 개혁을 위한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주 교수는 ▲방송사 경영진은 방송철학과 소명의식이 있는 사람을 PD로 선발할 것 ▲PD는 최대한 자율성을 갖되 양심과 양식에 따라 연출할 것 ▲데스크는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조언할 것 ▲자문단을 조직하여 방송에 활용할 것 ▲시민단체는 명예를 존중하는 깨어있는 PD를 발굴하고 격려할 것 ▲PD는 각 분야별로 소모임을 활성화해 방송국간 소통의 장을 마련할 것 ▲연예기획사는 가수들이 노래에 열중하도록 할 것 ▲음반제작자들은 사명감을 가지고 장사보다 건강하고 좋은 음악의 공급에 힘써줄 것 등을 제안했다.

주 교수는 시청자들도 “수동적 자세로 ‘TV의 노예’가 되지 말고 주인의식을 가지고 방송을 시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단체 "PD들이 진정으로 대중음악에 애정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음반제작자연대 김영준 대표는 “3주간이나 이 자리를 준비했지만 오늘도 방송국 측 패널인 예능국 PD중 두 분이나 불참을 했다”며 “음악프로 PD들이 진정으로 대중음악에 애정이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김 대표는 “PD들은 ‘PD가 무슨 힘이 있느냐’고 반문하지만 제작자 입장에선 PD가 음반홍보에 절대적인 힘을 가진 존재”라며 “이제 가수에게 홍보를 무기로 애 기르고, 개 기르고 스카이다이빙까지 시키면서 프로그램을 만들지는 말아 달라”고 PD들에게 요구했다.

시민단체 대표로 참석한 이동연 문화개혁시민연대 사무차장은 검찰에 PD들의 비리를 시민연대측이 검찰에 고발한 것에 대해 “개인적으로 유감이지만 PD 개인에 대한 감정이나 PD 전체를 싸잡아 비난하려는 것이 아니라 기형적인 오락, 예능프로그램의 발전에 책임을 묻는 과정에서 이뤄진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무차장은 주철환 교수의 대안제시를 지지한다고 밝히고 '홍보와 관련된 구조적인 비리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순수한 음악팬으로 구성된 ‘선곡모니터링’제도나 캐스팅 위원회 신설 등'을 제안했다.

이 사무차장은 "모 방송국 CP가 시청률이 떨어지자 '여자연예인 중 가슴 큰 애 데려오고 치마 짧게 입히라'고 했다는 말을 전해 듣고 이제 방송이 더 망가질 곳이 남아 있지 않을 만큼 망가졌다고 느꼈다"며 방송국의 시청률 지상주의를 비판하기도 했다.

***MBC PD "구조적인 비리가 아니라 구조적인 오해가 있다"**

이강택 KBS 프로듀서협회장은 “예능, 오락프로를 직접 담당한 적은 없지만 일련의 사태를 볼 때 우리 모두가 좀 더 차분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며 “대다수 PD의 근본적인 지향점은 시민단체와 다르지 않다. 시민단체 등의 대화와 이해부족에서 오는 오해도 많다”고 시민단체측의 문제제기에 이견을 나타냈다.

안우정 MBC PD는 “PD들은 자신들의 의견이 언론에 의해 왜곡되는 일로 피해의식이 상당하다”고 토론에 불참한 PD들의 입장을 해명하고 “일선 PD들의 빡빡한 작업량과 스케줄을 볼 때 시민단체가 주장하는 ‘구조적인 비리’보다는 방송에 대한 ‘구조적인 오해’가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안 PD는 “방송국의 거대한 구조와 복잡한 환경 속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문제들이 있는 만큼 앞으로 시간을 가지고 지혜롭게 풀어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PD는 “좋은 프로그램을 하나 만드는 데 엄청난 고생을 내부적으로 하고 가요프로의 경우 ‘라이브’로 부르도록 하는 데도 방송국 내에서도 별소리를 다 듣고 힘들게 일하고 있다”며 “말하기 힘든 내부의 ‘복잡한 사정’이 있다고 하면 다음 날 신문기사는 ‘감추고 숨기는 게 많다’는 식으로 나오는 것이 입사 후 20년 가까이 반복되고 있다”고 언론에 대한 불만을 털어 놨다.

또 다른 PD는 “경영진이 한 제작국을 다른 곳으로 통합한다고 해서 70여명의 소속 PD가 육탄전을 불사하며 저지하기도 했는데 그 이유가 결국 ‘시청률’이었다. 근본적인 문제가 뭔지는 누구나 알고 있다”며 “2백여명의 PD중 한 두 사람의 비리를 너무 전체적으로 확대하진 말아 달라”고 주문했다.

***시민단체 "구조적인 문제를 다시 개인비리로 몰고 가는 것 같다"**

이동연 사무차장은 이런 PD들의 답변과 해명에 대해 “구조적인 모순은 전체 PD가 모두 비리와 관련이 있다는 뜻이 아닌데 오해가 있는 것 같다. 일부 PD들이 음성적인 PR비를 뇌물로 받고 특정가수를 TV에 출연시켰고 이를 통해 홍보에서 독점적인 우위를 차지한 기획사들이 음반시장을 장악하는 악순환이 계속되므로 이를 막아보자는 것”이라며 “개인적인 해명보다 함께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되길 원했는데 그렇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음반기획자연대의 탁현민 간사도 PD들의 주장에 대해 “얼마 전 KBS측 PD들과의 비공식적인 만남에서도 인정을 했던 구조적인 문제를 다시 개인비리로 몰고 가는 것 같다”며 “방송인들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탁 간사는 “시민단체나 학계에서 제시한 여러 대안이나 순위프로 폐지 방안 등에 대한 PD들의 답변이 전혀 없다”고 비판했다.

한용길 CBS FM부장은 “현재 CBS는 인터넷으로 모니터링을 해서 다양한 음악을 선곡하여 청취자에게 제공하고 있는데 반응이 좋은 편”이라며 CBS 사례를 설명했다. 한 부장은 “3개 대형방송사는 공중파 TV를 포함하는 만큼 차이점도 많겠지만 모니터링을 적극 활용하면 좋은 성과가 있을 것”이라며 “개인적으로 KBS만큼은 공영방송답게 경쟁을 지양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부장은 일부 기획사나 팬클럽의 의도적인 모니터링 조작가능성에 대해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충분히 걸러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방성근 PD연합회장 "병 치료를 위해선 정확한 진단이 필요해 토론회 열었다"**

이동연 사무차장은 토론이 끝난 후 “자체적인 개혁안이나 시민단체, 주 교수 등이 제시한 대안에 대한 답변이 거의 없고 개인적인 해명을 중심으로 토론이 이뤄져서 실망스러웠다”며 “그래도 성명을 공동으로 발표한 만큼 앞으로 서로 협력하고 노력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첫 토론회의 의의를 평가했다.

방성근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장은 “병이 있으면 상처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있어야 처방이 가능하듯이 재발방지를 위해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이번 토론회를 열었다”며, PD측의 대안제시가 미흡한 점에 대해서는 “이제까지 언론이나 시민단체의 비판이 방송현장에 대한 이해 없이 이뤄진 부분이 있어 거기에 대한 의견을 나누기 위한 자리이기도 했다”고 해명했다.

주철환 교수는 “처음으로 양측이 공식적으로 만났다는 것에 무엇보다 큰 의의가 있다”며 “앞으로는 다들 뭔가 답을 미리 정하고 나와서 말하기보다는 일단 만나서 넓고 차근차근하게 해결책을 찾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토론회를 끝까지 지켜 본 한 PD는 토론회가 PD들에 대한 불신을 재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며 "'시일야 방송대곡'을 들은 느낌이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