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으로 선을 긋고 싶지는 않다. 원칙을 말할 뿐이지 원칙을 적용한 결과가 어떤가에 대해 미리 안 되는 쪽으로 내가 선을 긋고 싶지는 않다."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23일 프레시안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정몽준 의원과의 연대에 대해 이 같이 언급했다.
노 후보는 "후보라는 자리가 내 맘대로 처분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라면서 "다른 사람은 도저히 대체하거나 위임할 수 없는 내가 가지고 있는 차별성이 있다"며 정 의원과의 연대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노 후보는 이날 정 의원과의 접점보다는 차별지점을 더 많이 언급했다.
대선 프로그램의 캐치프레이즈로 '정치개혁'을 꼽은 노 후보에게 "정몽준 의원이 주장하는 정치개혁과 어떤 차별성이 있냐"는 질문에 "그동안 어떤 길을 걸어왔는가와 함께하는 사람이 누구인가를 비교해보면 많은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 후보는 또 "걸어온 길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정 의원의 경우 노 후보보다 이회창 후보와 더 가까운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렇게 볼 수 있는 측면이 많이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당내에 후보단일화를 바라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곤란하다"는 것이 노 후보의 최종 고민이다.
이런 맥락에서 노 후보는 정 의원과 연대에 대해 ▲정책적 연대 가능성 ▲경쟁력에 대한 충분한 검증을 토대로 한 후보 단일화 논의 등 두 가지 원칙을 제시하고 "후보 단일화 논의는 이런 원칙 하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개혁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선거전략"**
또 노 후보는 "민주당 개혁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선거전략"이라면서 당내 개혁의 필요성에 대해 거듭 강조했다. 노 후보는 "이번 대선은 민주당이 이대로 단결해서 캠페인만 잘하면 이기는 것이냐는 부분에 대해 의문"이라면서 "민주당이 국민들의 정치개혁에 대한 요구를 수용할 수 있는 정당으로 거듭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노 후보는 당내개혁과 관련 "과거 정치세력과의 연대와 통합을 주장하는 기존의 연대론, 통합론은 전혀 국민들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 새로운 방향으로 나가야 된다"며 "개혁적 국민정당이 유일한 대화 상대는 아니지만 중요한 대화 상대"라고 통합 추진 의사를 확인했다.
한편 노 후보는 이회창 후보 아들 병역비리 문제에 대해 "정책 대결에 앞서 정책 실천 가능성을 믿을 수 있느냐를 판단하기 위해 도덕성, 신뢰성에 대한 검증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 후보는 "스스로 법조인을 지냈으면 검찰 판단에 승복해야 한다"면서 "이 후보 측은 일단 검찰 수사 결과를 존중한 뒤 그 결과에 대해 국민들의 의견을 물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무현 후보와의 이날 인터뷰는 오전 11시 20분부터 민주당사 후보접견실에서 정관용 정치에디터의 진행으로 40여분간 계속됐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프레시안 : 오늘(23일) 아침 조선일보 여론조사 결과 보았는가. 이대로 계속 가면 어렵지 않나.
노무현 : 이대로 계속 가지 않는다. 이걸 생각해 보자. 4월 28일 전당대회에서 후보로 확정된 이후 적극적으로 내 프로그램을 진행시킬 수 없는 상황에 묶여 있었다. 두 번의 선거, 재경선의 옵션 등 적극적 프로그램을 실행할 수 없는 상황에 발이 묶여 있었기 때문에 지지율 저하를 가져올 수밖에 없었다.
또 한편으로는 당내에서 있을 수 있는 모든 공격을 했다. 후보로써 가장 소중한 자산은 지도력이다. 형편없이 흔들어서 박살냈다. 이젠 이 모든 상황들이 달라지는 것이다. 나도 적극적으로 행동할 수 있게 됐고 당내에 공격행위도 충분히 방어하면서 제어해나갈 수 있는 상황이 됐기 때문에 달라질 수밖에 없다.
프레시안 : 그동안 후보로서 프로그램을 진행시킬 수 없는 상황이었으며 앞으로 달라질 것이라고 하셨는데, 그 프로그램을 캐치 프레이즈화 한다면 무엇인가?
***정몽준과 노무현, "걸어온 길, 함께 하는 사람이 다르다"**
노무현 : 지금 유권자들이 바라는 것은 정치의 변화다. 산적한 국가적 과제가 있지만 국민들은 그 이전에 정치부터 바꾸라고 요구하고 있다. 정치를 바꾸겠다는 약속이 지금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약속이라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정몽준 의원도 대선출마선언을 하면서 제일성이 정치를 바꾸겠다는 것이었다. 어떤 차별성이 있나.
노무현 : 자세히 들어가면 내용에 있어서도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말의 차이가 아니라 증명의 차이라고 할까. 걸어온 길을 봐야 그 사람이 앞으로 할일을 알 수 있다. 걸어온 길이 다르다. 그 다음에 함께 하는 사람이 다르면 정치의 내용이 다르다.
함께하는 사람이 누구냐. 그동안 어떻게 해왔느냐. 이 두 가지를 비교해보면 정확하게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그 점에서 많은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
프레시안 : '걸어온 길'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그런 측면에서 정몽준 의원의 경우 노무현 후보보다 이회창 후보와 더 가까운 측면이 있다. 어떻게 보나.
노무현 : 그렇게 볼 수 있는 측면이 많이 있다. 유사성이 많다고 봐야 한다.
프레시안 :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앞으로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를 추진할 것이냐, 아니냐.
노무현 : 그런 문제에 대해서 지금 단정적으로 말하기가 좀 곤란하다. 아직도 당내에 단일화를 바라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든 가능성을 봉쇄하는 말을 하는 것은 당의 의견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다. 당내 소수의견이라도 여지를 남기고 가고 싶다.
다만 단일화를 말하는 누구에게라도 말하고 싶은 게 있다. 왜 단일화해야 하느냐에 대해 명확하게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우선 정책적으로 연대할 수 있어야 한다. 두 번째로 경쟁력에 있어서 충분한 검증을 받고 그 검증의 토대 위에서 어느 쪽으로 단일화할 것인가의 문제가 나와야 한다. 이 절차를 거쳐야만 단일화의 의미가 있다.
***"내 손으로 선을 긋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당내 단일화 지지자가 있기 때문에 가능성을 일축하진 않겠지만 이러한 절차, 원칙을 제시하려 한다. 그동안 국민경선이라는 방법이 있었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이 같은 문제들이 검증되고 해소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예전에 재경선의 문을 열어놓았을 때는 그 재경선 대상에 정몽준 의원도 다 포함되는 것이었으니까. 그러나 이제 재경선은 시간적으로 불가능하다. 이제 단일화니 이런 얘기가 적절치 않을뿐더러 단일화를 한다면 이런 전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점에 모두가 동의해야 한다.
프레시안 : 단답형으로 묻겠다. 고교평준화 유지 입장인가, 폐지 쪽인가.
노무현 : 유지돼야 한다.
프레시안 : 주5일 근무제는 정부 입법안대로 일단 통과시켜야 하는가, 아니면 보류해야 하는가.
노무현 : 일단 통과시킨 뒤 미비한 점을 보완해야 한다. 말하자면 문제점이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문제점 때문에 뒤로 한정 없이 미루는 것보다는 일단 통과시킨 뒤 문제점을 보완하는 방법이 모두에게 유익하다고 본다.
프레시안 : 두 가지 정책쟁점에 대한 노 후보의 입장이 민주당의 당론인가.
노무현 : 그렇다.
프레시안 : 정몽준 의원은 지난 주 TV 토론에서 고교평준화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주5일근무제에 대해서도 반대의견을 냈다. 그렇다면 노 후보가 제시한 정책적 연대가 가능하냐는 관점에서 보면 이런 국민생활과 직결되는 부분에서 이미 선이 그어진 것 아닌가.
노무현 : 허허(웃음). 소위 정책과 노선은 더 중요하고 큰 많은 것들을 함께 포함할 수 있다.
어쨌든 이렇게 생각해 달라. 내 손으로 선을 긋고 싶지는 않다. 원칙을 말할 뿐이지 원칙을 적용할 결과가 어떠냐에 대해 미리 안 되는 쪽으로 내가 먼저 선을 긋고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다. 모두가 원칙을 적용한 결과를 추론해가면서 가는 것이다.
프레시안 : 지금 현재 3강 구도라는 표현을 쓰는데, 현재 지지도만을 놓고 본다면 2강 1중이라는 표현이 가능한 양상이다. 워낙 노후보 지지도가 높았다가 떨어진 상황이라 3강이란 표현을 쓰는 것 같다.
노무현 : 계속 3강으로 써 달라(웃음).
프레시안 : 이게 후반부로 가면서 뒤바뀌게 돼서 반대로 정몽준 후보의 지지도가 떨어졌을 때 이회창 후보의 편을 들어줄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노무현 : 그 문제는 내가 판단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기존의 연대론, 통합론은 전혀 국민들의 지지 얻지 못했다"**
프레시안 : 당내에 탈당이 우려되는 의원이 몇 명이나 있다고 보는가.
노무현 : 전혀 없을 걸로 본다.
프레시안 : 언제쯤 민주당 내분이 마무리될 것이라고 보는가.
노무현 : 이젠 당내 후보 문제를 가지고 나를 흔드는 국면은 끝나고 선대위가 선거전략을 주도해 나가는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다. 9월말 정도면 국면전환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 다음 문제는 당의 개혁이다. 이번 대선이 단순한 캠페인전, 민주당이 이대로 단결해서 캠페인만 잘하면 이기는 것이냐는 부분에 대해서 의문을 가지고 있다. 이대로 단결해서 캠페인만 잘한다고 이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민주당의 개혁이 필요한 것 아닌가. 국민들에게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래야 지지를 받을 수 있다면 민주당의 개혁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선거전략 아닌가. 그 점에 관해서 저와 당의 중진들이 함께 고민해야봐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정치세력과의 연대와 통합을 주장하는 기존의 연대론, 통합론은 전혀 국민들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 새로운 방향으로 나가야 된다.
프레시안 : 당 개혁에 대해선 상당히 오래전부터 말을 해왔고 특히 이번 선대위 출범과 관련한 기자회견에서도 강조한 바 있다. 현재 가시권 안에 들어와 있는 건 이른바 '개혁적 국민정당'이 창당되면 통합논의를 해보겠다는 것이다. 이것 외에 또 어떤 구상이 있는가.
노무현 : 개혁적 국민정당이 유일한 대화의 상대라고 말하지는 않겠다. 그러나 중요한 대화의 상대 아니겠는가. 그 외는 그렇게 정당으로 조직화되어 있지 않는 많은 우리사회의 합리적 지식인들 (잠시 머뭇거림)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하나하나 꼬집어 말하려고 하니까 이렇게 저렇게 걸려서... 어쨌든 훌륭한 자원들이 많이 있다. 어느 집단을 지목하는 것 보다 민주당이 달라지는 게 더 중요하다.
범을 쫓아가 잡아오려 하지 말고 숲을 키우면 된다. 숲이 깊어지면 범은 저절로 오게 마련이다. 따라서 지금 우리가 할일은 민주당이란 숲을 무성하게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프레시안 : 결국 외부인사 영입이라고 볼 수 있다. 지금 선대위 1차 발족 때 보면 외부인사영입에 대한 성과가 전무한 상태다. 언제쯤 이것이 가시화될 수 있고, 성과가 있다면 어느 측면에서인지 밝힐 수 있는 선에서 밝혀 달라.
노무현 : 지금 민주당이 정치할 가능성이 있는 친구에게 소개하고 싶은 정당, 권유하고 싶은 정당인가. 민주당이 먼저 자신을 다듬어 나가야 한다.
***"내가 다시 묻는다. 뭐가 불안하냐?"**
그저 막연히 선거 때문에 드리는 말씀이 아니라 시대적으로 새로운 정치가 시작돼야할 시점이다. 독재의 시대, 권위주의의 시대를 거쳐 그야말로 수평적인 민주주의의 시대로 바꿔야 한다. 그동안 계보정치, 1인 지배정치 사이를 헤매왔다면 이제 당원들이 중심이 되는 대중민주주의의 시대로, 지역주의의 정치에서 통합의 시대로 넘어가야 한다. 분명한 시대의 획을 그어야할 시점에 와 있기 때문에 나는 이런 변화가 일어난다고 본다. 민주당이 그런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정당임을 증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프레시안 : 지금까지 말씀을 정리한다면 우선 민주당이 외부인사를 받아들일 만한 상태로 정리되는 것이 1단계, 그 다음에 외부 인사를 영입하고 개혁적 국민정당의 경우 창당 이후에 통합 논의가 2단계, 그리고 나서 재창당의 형태를 밟는 이런 수순인가.
노무현 : 재창당까지 매듭지어서 말하기는 좀 그렇다. 지금은 민주당이 새로 태어나야 한다는 수준으로만 말하겠다.
프레시안 : 개혁적 국민정당을 주도하는 유시민씨 등은 오래전부터 노 후보에 대한 지지를 공개적으로 선언해온 사람이다. 이런 수순을 밟아나가는 것이 이미 사전에 각본에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정치권에 있다. 어떻게 보는가.
노무현 : 내 각본이 아니고 그 사람들의 각본이다. 노사모도 그 사람들의 각본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고 이번 개혁적 국민정당도 마찬가지다. 그들의 각본인 것으로 알고 있다.
프레시안 : 그 각본 안에는 민주당과의 통합이 이미 전제돼 있는가.
노무현 : 그건 아닌 것 같다. 원론적으로 민주당과의 통합을 배척할 이유는 없다고 하면서도 안될 경우 자기들 갈 길을 간다는 것 같다. 자기들의 프로그램을 분명히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민주당과의 통합은 협상이 잘되면 하는 것이고 안 되면 안 하는 것이다.
프레시안 : 노 후보의 지지도가 높았다가 떨어지는 이유로 여러가지가 지적되고 있다. 그 중에서 후보 개인의 귀책사유를 든다면 '불안하다'라고 상징되는 이미지가 꽤 있는 듯 하다.
노무현 : 몇 번의 말실수를 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하고 불안한 것하고 무슨 관계가 있나. 나는 다분히 조작된 상징이라고 생각한다. 나 말고도 다른 정치인 한 사람 한 사람 다 약점이 있다. 그 약점을 집중적으로 부각시켜서 키우면 다 그런 상징조작이 가능하다.
나처럼 몇 개의 언론으로부터 집중적으로 그런 상징조작을 당한 사람이 없다. 예를 들면 내가 어느 언론을 국유화하려고 했다고 보도했다. 터무니없는 것이다. 그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다. 또 나 말고도 전쟁이란 용어는 많이 쓴다. 범죄와의 전쟁, 부패와의 전쟁... 나는 언론 부조리와의 전쟁, 언론의 특권과의 전쟁이라는 의미의 말을 했다. 그런데 이를 두고 "아니 전쟁이라니,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 이렇게 한꺼번에 폭격을 해버리니까 모든 사람들의 사고가 이를 수용해 버린 것이다.
오히려 내가 다시 묻는다. 뭐가 불안하냐. 나처럼 정확하게 예고된 길을 걸어온 사람이 없지 않냐. 나는 내가 가는 길을 항상 예고하고 예고한대로만 걸어왔다.
프레시안 : 방금 질문이 좀 보수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들의 지적이라면 반대로 좀더 개혁적인 측면을 바라는 사람들은 김대중 대통령 아들들 문제라던가, 두 번 연이은 총리서리 인준과정에서의 문제라든가 이런 부분에 있어서 노후보가 너무 소신을 드러내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이런 지적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노무현 : 그동안 정치를 하면서 했던 중요한 정치적인 말은 아무도 말하지 않을 때 나서서 말한 것이다. 모두가 말할 때 나까지 나서지 않아도 말하는 대로 풀려가고 있는데 나까지 굳이 나서야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반드시 나서야 하는데 아무도 나서지 않을 경우 나는 그냥 스치지 않았다. 반드시 발언하고 행동했다.
***이회창, "스스로 법조인 지냈으면 검찰 판단 승복해야"**
앞으로 이 나라의 지도자도 마찬가지다. 아무런 비판도 저항도 없는 일을 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대중의 비위, 군중의 비위를 맞추는 것은 쉬운 일이다. 중요한 것은 비위에 맞지 않는 것일지라도 소신을 갖고 말하고 행동할 수 있는 양심과 용기가 필요하다. 김 대통령 아들들 문제를 가지고 내가 말하지 않았다고 해서 양심을 유보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프레시안 : 최근 두 번의 총리 인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고.
노무현 : 그렇다. 사실은 장대환 총리서리 처음 얘기할 때 좋은 분 아니냐고 얘기했다가 나중에 보니까 말조심 해야겠더라.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잘 몰랐다.
프레시안 : 노 후보는 오래전부터 이번 선거를 정책 대결로 가자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지금까지 진행돼온 것을 보면 '병풍'이라는 이회창 후보 아들 병역비리 문제로 모든 것이 귀결되는 듯하다. 이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노무현 : 국민들이 지겨워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국민들이 지겨워하는 것이 꼭 옳다고 생각지 않는다. 검증해야 된다. 도덕성, 신뢰성에 대한 검증이다. 정치인의 정책은 말로 하는 것인데, 정책 이전에 정치인의 그 말을 믿을 수 있는 것이냐, 과연 실천될 것으로 믿어도 좋으냐를 검증하는 것은 도덕성에 대한 검증이다.
프레시안 : 그러나 현재 정치권에서 오가는 공방을 보면 어느 기관이 어떤 검증의 결과를 내놓아도 함께 승복하기 어려운 양상으로 가고 있는 것 아닌가. 어떻게 생각하나.
노무현 : 국민들에게 물어보자. 쉬울 말로 길을 막고 물어보라고 말하겠다. 서양에서는 재판할 때 배심제를 쓴다. 배심제로 하자, 그리고 승복하기로 하자. 우리가 승복해야 될 상식이 있다. 승복할 마음이 없는 사람들을 붙들고 승복안하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물으면 나도 대답할 말이 없다. 경선에서 패배했으면 승복해야 되고 스스로 법조인으로 지냈으면 검찰의 판단에 승복해야 된다. 지금 이 상황에서도 검찰 수사결과를 믿지 못한다면 언제 검찰을 믿을 수 있는 때가 오는 것인가.
프레시안 : 일단 검찰 수사 결과를 존중해야 하고, 그리고 나서 그 결과에 대해서 국민들의 의견을 묻자?
노무현 : 그렇다.
프레시안 : 승복하게 되면 약속한 후보사퇴 등등은.
노무현 : 알아서 하시겠죠.
프레시안 : 상당히 잊혀져 있던 부분인데 권력형 비리 사건이 터졌을 때 노 후보가 반부패입법 해야 된다고 구체적인 내용도 발표하고 후보간 회담도 하자는 제안도 했었는데 흐지부지 됐다. 이 문제가 어떻게 되고 있는 것인가.
노무현 : 한나라당이 확실한 다수당이 되고 보니 민주당이 개혁입법에 대해 한나라당 눈치만 보는 상황이다. 지금 제어가 안 되는 상황이라는 것이 심각한 문제다. 정기국회가 이대로 흘러가서는 안 되는데... 특히 한나라당은 아무 생각이 없다. 당내에서도 뻔하게 안 되는 일을 들고 나오느니 다른 일을 하자는 분위기다. 사정이 이러하니 반부패입법이 연내에 처리될 것인지 안 될 것인지 지금 내가 단언하기 어렵다.
프레시안 : 아까 그런 가정 자체를 부정했지만 혹시라도 후보를 중간에 사퇴할 가능성은 없는가.
노무현 : 이 질문은 없었던 것으로 하자. (잠시 후)질문은 없었던 것으로 하더라도 대답은 하겠다.
후보라는 자리가 내 맘대로 처분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서두에 질문했듯이 내가 가지고 있는 차별성이 있다. 다른 사람은 도저히 대체할 수 없는 차별성, 위임할 수도 없는 차별성이 있다. 나도 마음으로는 위임하고 우리가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모색하지 않겠는가. 내가 약해질수록 그런 것을 더욱 간절히 모색할 것이다. 하지만 위임할 데가 없다. 아무 생각없는 사람들이 쳐다보면 같아보일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보면 전혀 다르다. 그러니까 갈 수가 없는 것이다.
***"이래도 단일화할까 국민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한번 이런 가정을 해보자. 연대를 했다. 내가 대통령이 되고 정몽준 후보가 나를 돕는다. 그렇게 해서 협력해서 정책을 꾸려나갈 때 금강산 관광관련 정책은 전부 우리 당내 집안일이 되는 것이다. 내가 대통령으로서 어떤 정책적 입장에서 이를 처리해도 일가 살림 살아주는 꼴로 국민들이 이해하고 이를 공격하게 돼 있다. 사실이 아니더라도.
자동차 공업도 자동차 소비세 정책, 유류세 정책, 또 자동차 보유세 정책, 하나하나가 자동차 소비와 연관돼 있는 것 아닌가. 하나하나를 결정할 때마다 이게 집안일이라는 공격들이 끊임없이 있게 마련이다. 조선 공업, 하이닉스 문제, 앞으로 있을지 모를 몇 개 기업에 대한 워크아웃, 금융제재 등 이 모든 것들이 정몽준 후보 일가의 문제를 처리하는 셈이 되는데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아까 앞에서 두 개의 정책(고교평준화, 주5일근무제)이 나왔는데 왜 하필 두개의 정책이겠는가. 한국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지배구조 아니겠는가. 경제시스템의 핵심적인 과제가 소위 공정한 경쟁, 투명한 경영이다. 그 중에서 핵심적인 것이 지배구조다. 지배구조에 대해서 물어봐야 한다. 이것은 우리 경제의 진로를 얘기하는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 같으냐 다르냐. 언론에서 가르마를 타야지 왜 나한테 묻느냐는 것이다. 나는 말 못하고 그 검증의 과정을 기다리고 있었다.
뭔가 자기도 하나 내 놓고 노무현과 정몽준이 같냐, 다르냐를 봐야지. 도저히 합쳐질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면 갈라져야지.
이 얘기를 여기까지만 할 수 있지 그러므로 내게 결론을 내라고 하면 우스워지는 것이다. 이런 고민 없이 단일화 한다, 안한다, 끝까지 따로 간다, 따로 안 간다, 이런 식의 결론이 중요한 게 아니다. 그 내용이 중요하다. 프레시안은 이럴 때 내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느냐고 국민들에게 던지는 질문을 그대로 전달해 줬으면 좋겠다. 이래도 단일화할까 국민들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이다.
프레시안 : 근본적으로 재벌이 정치를 해서 대통령이 되겠다는 생각에 대해 좀 부정적인 입장인 것 같다.
노무현 : 아니 여기까지 애기해놓고 그러면서도 단일화문제에 대해선 즉답을 회피하는, 고민하는 모습으로 놓아두겠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에서 단일화 문제엔 이런 고민이 있고 갈등이 있다. 이런 생각이 미치지 않으면 우리의 정치적 심판은 백번 해도 허사다. 투표 왜 하냐, 이 문제에 대한 고민 없이 투표하면 투표하나 마나다.
프레시안 : 장시간 시간 내줘서 감사한다.
노무현 : 프레시안 창간 1주년을 축하하고, 많은 발전 있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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