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이름값 보다는 조직력."
아마야구의 최강팀 쿠바는 19일(한국시간)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결승에서 메이저리그 스타들이 즐비한 도미니카를 3대1로 제압하고 결승에 선착했다.
쿠바는 이날 경기에서 6회말 도미니카에 선취점을 내줬다. 하지만 쿠바는 7회초 집중 4안타와 희생 플라이를 묶어 3점을 얻어 전세를 뒤집었다. 도미니카는 반격을 노렸지만 쿠바 국내리그에서 통산 209승을 올린 페드로 루이스 라소의 꿈틀거리는 직구를 공략하는 데 실패했다.
광속구 투수 바르톨로 콜론과 함께 푸홀스, 오르티스, 벨트레로 이어지는 공포의 클린업 트리오를 보유하고 있는 도미니카는 '이름값'과 '개인기'에서는 쿠바를 압도했지만 끈끈한 조직력이 없었다.
쿠바는 이번 대회에 쿠바 출신이지만 미국으로 망명해 메이저리그를 택한 선수들을 출전시키지 않고, 순수 국내파들로만 대표팀을 꾸렸다. 오랜 기간 동안 국제대회에서 호흡을 맞췄던 이들 국내파들은 조직력에서 상대를 압도할 수 있었다.
쿠바의 벨레스 감독은 "쿠바는 이름값으로 대표팀을 뽑지 않았다. 한 개인이 아니라 팀 전체가 스타다. 쿠바가 결승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는 선수들의 조국애였다"라고 밝혔다.
벨레스 감독은 "미국이 4강 진출에 실패해 아쉽다. 우리는 WBC에서 미국과 맞붙기를 내심 원했다"고 덧붙였다.
야구가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됐던 지난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이후 3연속으로 올림픽 정상에 올랐던 쿠바는 당초 WBC에 출전도 힘들었다. 미국 재무부가 "이미 경제제재 조치가 내려진 쿠바가 배당금이 걸린 WBC에 참가하는 것은 모순"이라며 쿠바의 대회 참가를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
하지만 WBC에 참가하는 중남미 국가들이 쿠바의 대회 참가를 지원사격했고, 쿠바도 결국 대회 배당금을 포기하는 조건 등 우여곡절 끝에 쿠바의 WBC 대회 출전이 확정됐다.
미국은 파행적인 대회 운영과 심판의 결정적 오심의 덕을 톡톡히 봤지만 4강 진출에도 실패해 '야구 종가'의 자존심을 구겼다. 강한 조국애와 조직력으로 똘똘 뭉친 쿠바의 WBC 결승 진출을 지켜봐야 하는 미국 야구계의 분위기는 이래저래 심난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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