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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가 감독을 만든다"…김인식표 야구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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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가 감독을 만든다"…김인식표 야구의 교훈

[프레시안 스포츠]한국 4강진출의 원동력

한국이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4강에 오르며 김인식 감독의 '믿음의 야구'가 크게 주목받고 있다.

김인식 감독의 별명은 '재활공장 공장장'. 두산 감독시절 김 감독은 롯데에서 제 자리를 잡지 못하던 좌완 투수 차명주를 데려와 왼손 셋업맨으로 키워냈고, 삼성에서 퇴출된 투수 조계현이 두산에서 선수 생활의 마지막 불꽃을 태우게 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김 감독은 LG에서 방출된 최경환을 두산 타선의 버팀목으로 바꿔 놓았다.

지난 시즌 한화의 지휘봉을 잡은 김인식 감독은 2군을 전전하던 지연규를 마무리 투수로 재활시켰고, 다시 마운드에 서고 싶었지만 부르는 팀이 없어 야구 해설가로 활약하던 조성민에게도 기회를 줬다.

김 감독은 지난 시즌 SK와의 준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많은 선수들을 부활시킨 비결이 뭐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의 대답은 걸작이었다. "나도 잘 몰라. 다른 기자들한테 물어보는 게 좋을 거야." 기자회견장 곳곳에서 폭소가 터져 나왔다.

김 감독이 이런 대답을 했던 이유는 결국 경기에서 이기고,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은 선수의 몫이지, 감독의 몫이 아니라는 것. 메이저리그 역사상 유일하게 아메리칸리그 소속의 팀(디트로이트)과 내셔날리그 소속의 팀(신시내티)을 각각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인도했던 명장 스파키 앤더슨의 "선수가 감독을 만든다"는 말과도 일치하는 대목이다. 오직 감독이 할 수 있는 것은 선수에게 기회를 주고, 그 선수를 믿는 것뿐이라는 의미다.

선발 투수를 일찍 마운드에서 끌어내려 '후크 선장'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던 스파키 앤더슨과 김 감독의 공통점은 하나 더 있다. '한 박자 빠른 투수 교체'가 바로 그 것.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도 김 감독은 승부처마다 완벽한 계산에 의한 투수 교체로 상대팀을 당황시켰다. 상대가 한국 투수의 공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이면 여지없이 투수 교체가 이뤄졌다. 김 감독은 좌완 투수, 잠수함 투수로 이어지는 미들맨 구성과 마무리 투수를 머리 속에 그리며 과감한 투수 교체를 감행했고, 한국 계투진은 철옹성 같은 방어로 김 감독의 믿음에 화답했다.

잠수함 투수 김병현, 정대현과 좌완 투수 구대성, 미국과 일본 전에서 마무리 역할을 해낸 오승환 등은 자신의 임무를 깔끔하게 수행하며 김인식 감독의 절묘한 투수 교체 타이밍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김인식 감독의 '믿음의 야구'는 미국 전에서 가장 빛났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부진했던 거포 최희섭에 대해 김 감독은 "상대 투수에 따라 최희섭과 홍성흔을 번갈아 4번 타자로 쓸 계획"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미국의 선발 투수가 좌완 돈트렐 윌리스로 결정나자 우타자 김태균이 좌타자 최희섭 대신 선발 출장했다. 하지만 미국이 우완 댄 휠러로 투수 교체를 한 뒤, 김 감독은 김태균 타석에서 최희섭에게 기회를 줬다. '희섭이가 언젠가는 꼭 한 방을 칠 것'이라는 김 감독의 강한 믿음은 최희섭의 3점포로 연결됐다. 최희섭의 홈런에 한국은 막강 계투조를 투입할 수 있었고, 결국 '대어 미국'을 낚을 수 있었다.

김인식 감독은 부진한 선수를 직접적으로 나무라지 않는다. 슬쩍 그 선수의 곁을 지나가면서 "사람이 던지는 건데 왜 못 때려"하며 어깨를 두드려 줄 뿐이다. 최희섭을 향해 김 감독이 한 마디를 던진 이유도 최희섭을 질타하려는 게 아니었다. '믿는 선수' 최희섭을 자극하는, 한 가지 유용한 방법이었던 것이다.

스포츠 경기에서 아무리 이름난 감독이 완벽한 작전을 구사한다 해도 선수가 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 모든 게 허사로 돌아간다. 감독은 그저 선수들을 믿고 작전을 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감독의 믿음이 선수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김인식 감독의 장점은 바로 감독의 믿음을 선수에게 은근하게 심어주는 리더십에 있다. '내가 너를 믿고 있으니 마음 푹 놓고 경기에 임하라'는 게 김 감독의 스타일이다.

김인식 감독의 '믿음의 야구'가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준결승에서 또 어떻게 발휘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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