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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 포인트]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

감독 이하 | 출연 문소리, 지진희, 박원상, 유승목 제작 엔젤 언더그라운드, MK 픽처스 | 배급 MK 픽처스 등급 18세 관람가 | 시간 104분 | 2006년 달리 특별한 일이 벌어질 것 같지 않은 지방의 한 소도시. 심천대학교 염색과 교수인 조은숙(문소리)은 환경단체 '푸른 심천 21'에 가입해 환경운동에 열심이다. 늘씬한 몸매와 매력적인 외모, 교수라는 사회적 지위까지 갖춘 조은숙은 당연히 이곳에서 화제의 인물이다. 환경단체에 소속된 남자들은 어떻게 하면 조은숙과 하룻밤을 함께 보낼까 궁리하며 덤벼든다. 조은숙은 그런 남자들의 속셈을 훤히 꿰뚫고 있고, 자기 나름의 방식대로 그들을 요리한다. 환경운동 취재차 조은숙을 만난 김PD(박원상) 역시 그 치명적인 그물에 걸려든 인물. 하지만 젊고 잘 생긴 만화가 박석규(지진희)가 이 대학의 만화과 강사로 부임하면서 조은숙의 평화에 균열이 생긴다.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 ⓒ프레시안무비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은 성인용 로맨틱 코미디처럼 포장된 마케팅 전략에 속아서는 안 되는 영화다. 일단 이 영화는 최근 젊은 감독들의 데뷔작 가운데서도 돌연변이 같은 작품이라 할 만하다. <용산탕>, <1호선>으로 단편영화계에서 주목받은 이하 감독은 이 자작 시나리오에서 상당히 특이한 대사와 설정을 담아낸다. 이야기는 사춘기 시절 섹스와 흡연 등 비행을 일삼던 소년 소녀가 약 15년이 흐른 뒤 어떻게 변해 있을까 하는 감독의 상상에서 비롯되었다. 달리 말하자면 지금 상당한 사회적 지위를 누리며 멀쩡하게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은밀하고 어두운 과거를 들춰내고, 그것이 지금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관찰하는 것이다. 이 영화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인물들의 캐릭터다. 일단 여교수 조은숙은 한국영화사상 가장 독특한 여성 캐릭터일 것이다. 도수 없는 안경을 쓰고 시를 읽으면서 한쪽 다리를 절며 남자들을 유혹하는 '지식인 여성' 조은숙은 마치 여왕벌처럼 당당하고 거침없다. 하지만 그는 또한 환경운동에 참여하면서도 환경 문제에는 관심조차 없는 위선자이기도 하다. 박석규 역시 부드럽고 온화한 매너를 지닌 대학 강사이자 환경 운동의 메시지가 담긴 작품을 그리는 만화가지만, 사실 그는 입이 거칠고 불량스런 양아치일 뿐이다. 기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거의 모두 겉으로는 젠 체하지만 속은 텅 빈 위선자에 불과하다. 지식인과 시민사회 집단이 가진 통속적인 욕망과 가식적인 얼굴을 까발리는 도전적인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문소리와 지진희의 연기 변신은 꽤 성공적이다. 특히 문소리는 지금까지의 출연작과는 달리 섹시함을 무기로 내세우면서도 평범하지 않은 대사를 코믹하게 내뱉으면서 이 사상초유의 기괴한 캐릭터를 능수능란하게 소화해낸다. 지진희가 연기하는 박석규는 조은숙에 비해 캐릭터의 카리스마는 부족한 인물이지만, 신사적인 이미지의 지진희가 불량스러운 말과 행동을 보이는 데서 낯선 즐거움을 느낄 수도 있다.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은 주류 충무로 코미디의 장르 법칙을 거스르는 대담한 시도를 보여준다. 인물들은 종종 동작을 멈춘 채 정면을 응시하고, 인물과 인물의 대화와 행위도 엇박자의 리듬감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이 영화는 웃지 않을 수 없는 허탈한 상황들을 선사하지만, 그 웃음은 시원하기보다는 씁쓸하고 미지근할 수밖에 없다. 이런 건조하고 퍼석한 유머는 이미 기타노 다케시의 영화에서 많이 봐왔던 것이므로, 그 독창성과 완성도에 대해서는 물음표를 던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하 감독의 시도가 안전 제일주의를 지향하는 지금의 한국영화 지형도에서 비교적 도전적이라는 사실. 그 뚝심에 동의한다면 영화의 가시 같은 농담에 공감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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