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아드보카트호의 '중원의 힘'이 빛을 발했다.
대표팀의 수비형 미드필더인 김남일(수원 삼성)은 12일 FC 서울과의 K리그 개막전에서 날카로운 스루패스로 수원의 선제골을 이끌어 냈다. 지난 3월 1일 앙골라와의 평가전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했던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도 12일 뉴캐슬 전에서 전반 18분 완벽한 킬 패스를 동료에게 연결했다.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3만여 명의 구름관중이 몰린 수원과 서울의 경기에서는 김남일의 공수조율이 돋보였다. 김남일은 후반전 교체돼 들어온 데니스에게 절묘한 로빙 패스를 연결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을 기점으로 '진공청소기'라는 별명을 얻었던 김남일이 단순히 중원에서 상대 공격의 예봉을 꺾는 수비력뿐 아니라 공격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각인시키는 순간이었다. 폭 넓은 시야를 갖춘 김남일의 패스에서 시작된 기회에서 수원은 페널티킥을 얻어내 선취골을 넣었다.
군더더기가 없는 빠르고 효율적인 '템포 축구'를 선호하는 수원의 차범근 감독도 경기가 끝난 뒤 김남일의 수준높은 플레이를 칭찬했다.
"김남일은 볼을 오래 소유하지 않으면서도 경기를 주도해 가는 선수다. 유럽에 내놔도 전혀 손색이 없다. 그는 공격적인 수비를 하고, 볼을 잡으면 빠르게 연결한다. 경기조율 능력도 뛰어나다."
오는 6월 펼쳐지는 독일 월드컵에서 한국 팀 성적의 열쇠를 쥐고 있는 박지성도 뉴캐슬 전에서 맹활약을 했다. 왼쪽 측면 미드필더로 선발 출장한 박지성은 비록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드러냈다.
전반 18분. 박지성은 중앙에서 뉴캐슬의 오프사이드 트랩을 단번에 허무는 '킬 패스'를 프랑스 출신의 루이 사하에게 연결했다. 뉴캐슬 수비수들은 오프사이드가 아니냐는 듯 심판을 향해 손을 들어 봤지만 박지성의 패스에는 한 치의 오차도 없었다. 그러나 골키퍼와 1대1 기회를 잡은 루이 사하의 슛은 골대를 빗나갔다.
박지성은 후반 35분에 중원에서 볼을 받아 드리블하며 오른발 슛을 시도했지만 상대 골키퍼 셰이 기븐의 선방에 막혔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지난 3월 1일 앙골라와의 평가전에서 박지성을 윙 포워드가 아닌 공격형 미드필더로 기용했고, 대성공을 거뒀다. 위치를 가리지 않고 조그만 틈만 있으면 과감한 돌파를 시도하는 박지성의 과감한 플레이에 앙골라 수비진은 쩔쩔맸다. 전지 훈련 막판에 다소 부진했던 박주영도 중원에서 박지성과 좋은 모습을 연출하며 부활포까지 터뜨렸다.
그러나 앙골라 전에서 나타났던 '박지성 효과'는 김남일과 이을용을 빼놓고 설명하기 힘들다. 박지성이 위치에 구애받지 않고 종횡무진 활약할 수 있었던 것은 두 선수의 안정된 중원 지휘가 뒷받침이 됐기 때문이다.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가 박지성을 도와 준다면 박지성을 윙 포워드가 아닌 공격형 미드필더로 기용할 수 있다"는 아드보카트 감독의 말이 적중한 셈이다.
지난 시즌 부상을 딛고 확실하게 부활한 김남일과 '산소 탱크' 박지성은 강한 중원 압박과 공격축구를 지향하는 아드보카트 감독에게는 매우 중요한 선수다. 무대는 달랐지만 같은 날 터진 두 선수의 날카로운 패스가 더욱 기분좋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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